검색
독자마당, 수필, 기타

'상자 속 작은 꿈'에 날개를 달아주마

노청한(서울남부보호관찰소장)

‘꼭 이루어지는 꿈’ 상에 한태영, 원민우, 정지연, 이호영 / ‘행복한 꿈’ 상에 김병우, 정석동… / ‘알찬 꿈’ 상은 김민선(모두 가명)… / ‘푸른 꿈’ 상으로는….

이상 16명이 입상하였습니다. 꿈에 따라 각 4명씩 차례로 나와서 상품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어색하고 쑥스러워 하면서도 상기된 얼굴이다. 얼마 만에 받아보는 “참 잘 했어요” 도장인가. ‘희망 콘테스트’ 시상식 장면이다.

이러저러한 잘못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들.

아픔을 안고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법의 심판을 받은 소년들. 이들 중에는 소년원 생활을 한 사람들도 섞여있다.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이지만 학교 중퇴자, 무직자들도 많다. 보호관찰관은 이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자주 만나 법에서 정한 준수사항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감독한다. 또한 현재 하고있는 학업이나 직장생활에 충실하도록 도와준다. 몇 달이고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소년들은 나아가야 할 목표를 분명히 하도록 조언하고 설득한다. 더불어 개인특성과 환경여건에 맞는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면서, 어렵사리 결정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보살핀다. 그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요구는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 나간다.

문제는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갖도록 하기위해 소년들과 그들의 생각,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매사에 심드렁하고 생활이 불규칙하거나 나태한 소년들을 자주 만나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다. 자신감뿐만 아니라 의욕마저 보이지 않은 이들에게 깃털만한 희망이라도 갖게 하여 재범의 유혹과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호관찰관의 시급한 책무이다.

이러한 개별지도와 함께 보호관찰소에서는 연말이나 청소년의 달, 성년의 날이 가까워지면 이들로 하여금 지난 생활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고 실천할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희망카드’에 적어 청사 현관에 설치한 ‘희망의 나무(The tree of hope)’에 매달거나 사무실마다 놓인 ‘희망상자’에 넣도록 한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색 중 좋아하는 하나를 골라 꿈과 희망, 목표를 정하고 실천 계획을 진지하고 야무지게 세운 카드 중에서 경박스럽지 않으면서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반듯한 꿈을 밝힌 소년들을 선정해 푸짐한 상품을 주고 격려한다.

매년 두 번 있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엑셀을 배워 아버지처럼 토목 현장소장이 되겠다는 태영이, 태권도 4단 단증을 따고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훌륭한 체육선생님을 꿈꾸는 민우,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지연이, 방황을 하지 않고 경호학원이나 체육관에 다녀서 정신과 건강을 챙기고 부모님께 효도하면서 경호원이 되겠다는 호영이, 돈부터 많이 벌어 우선 집안의 빚들을 다 갚고 엄마가 재혼하셨으면 좋겠다는 진구, 공무원 중에서도 보호관찰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선영이, 다시 학교에 다녀 무뚝뚝한 성격도 고치고 엄마와 그렇게 친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한살 더 먹으므로 잘해드리고 싶다는 영걸이 등.

200여명이 참여한 꿈 잔치에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을 되찾은 다부진 마음들이 모였다. 이를 밖으로 내보냈으니 이미 절반은 이룬 셈 아닌가. 한 꿈 한 꿈이 훨훨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고, 쑥쑥 자라도록 바람과 햇볕이 되어주는 역할은 우리 보호관찰관과 가족, 가까이에 있는 어른들의 몫이다. 하나같이 우아한 꿈들이 보호관찰이 끝날 1~2년후에는 얼마나 영글고 어디쯤 날아가고 있는지 가늠하는 숙제로 오늘도 무거운 책임감과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만나러 나선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