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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명령과 자원봉사

신완섭(전주보호관찰소장)

전주에 사는 유영식(가명, 48세)씨는 4개월 째 틈이 날 때마다 전주 송천동에 있는 노인요양시설 원심원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이호춘(가명, 34세)씨도 지난해 12월부터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주일에 3, 4차례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유영식씨와 이호춘씨는 원래부터 시간여유가 있는 자원봉사자는 아니었다. 유영식씨는 음주운전으로 전주지방법원에서 2년간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고, 이호춘씨는 야간절도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년간 보호관찰과 1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자기 주소지를 관할하는 보호관찰소에 출석하여 판결내용을 신고하고 담당 보호관찰관(집행담당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며 부과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한 후에 자원봉사자로 변신하였다.

사회봉사명령은 우리나라가 1989년 7월 보호관찰제도를 시행하면서 보호관찰 실시와 함께 도입한 선진 형사정책으로, 범법자가 일정시간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범법행위를 뉘우치게 하는 제도이다. 사회봉사명령제도가 최초 실시된 1989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서 사회봉사를 명령받고 봉사활동을 이행한 사람은 54만7,014명이다.

오늘도 전국 51개 보호관찰소에서 4,700여명의 사회봉사자들이 보호관찰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며, 730여개의 지정장소에서 땀을 흘리며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전주보호관찰소에서도 오늘 43명의 사회봉사자들이 전주노인복지병원 등 19개 지정장소에서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며 봉사활동을 이행하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수단의 일환으로 1972년 영국에서 창안되어 독일, 미국 등으로 전파되었다. 또한 처벌외에도 범법자가 자신의 범법행위로 피해를 입힌 사회에 대한 배상과 속죄,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한 잠재능력 계발과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심을 이끌어 내려는 목적이 있다.

유영식씨나 이호춘씨의 사례와 같이 보호관찰관의 지도와 감독을 받으며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한 사람들의 자원봉사사례는 전국 각지에서 오래전부터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 해 5만건에 가까웠던 사회봉사명령 집행대상자가 오는 9월부터는 매년 3만건 정도 더 늘어나서 8만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 중 일부는 노역장에 유치되는 대신 사회봉사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본시 나비효과라는 말은 나비의 날개짓 같은 작은 변화가 지구 반대편의 엄청난 기상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이론이다. 더욱 늘어나는 사회봉사명령이 유영식씨나 이호춘씨의 사례와 같은 자원봉사 활동의 ‘나비효과’를 불러와, 우리사회를 한층 더 밝게 비추고 풍요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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