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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판사례

[미국 오판사례] 사진 라인업(photo lineup)

조원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조원철 판사의 미국 오판사례는 EDWIN M.BORCHARD 예일대 교수가 1932년 미국의 오판사례들을 묶어 펴낸 'CONVICTING THE INNOCENT'를 서울중앙지법 조원철 부장판사의 번역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퍼시 B. 설리번은 에번즈빌, 빈센스 및 테러호트에서 위조지폐를 행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설리번은 밴더빌트 대학을 졸업한 후 켄터기 의용군의 부관으로 활동하기도 하였고, 루이스빌에서 한 동안 보험상품 판매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그는 저명한 가문 출신으로 그 지역의 사교가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설리번은 처음부터 범행을 부인하였다.

사건이 발생할 무렵인 1896년 늦여름에 설리번은 루이스빌에서의 보험상품 판매에 만족하지 않고 에번즈빌, 빈센스, 테러호트 및 미주리 주의 세인루이스 등으로 세일즈 여행을 떠났다. 설리번이 에번즈빌, 빈센스 및 테러호트에 머무는 동안 잘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이들 도시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위조지폐를 지불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는 재무부 비밀검찰부의 책임자인 토마스 B. 카터에게 보고되었다. 조사 결과 세인루이스의 제퍼슨 호텔에 머물고 있던 설리번에게로 이어지는 단서가 발견되었다.

설리번은 연방보안관에게 체포되어 인디애나폴리스로 호송되었다. 사진을 보고 설리번을 범인으로 지목한 증인들이 여러 도시에서 소환되었다. 그들 중 몇몇은 설리번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머지 증인들, 특히 에번즈빌에서 온 조지프 쿤러 외 6인의 증인은 설리번이 위조지폐를 건넨 바로 그 사람이라고 확신을 갖고 지목하였다. 설리번은 자신이 위조지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80불의 지폐 모두 진짜 지폐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에번즈빌에서 온 증인들의 증언에 기초하여 검사는 사건을 대배심에 회부하였고, 대배심에서는 1896년 11월12일 기소결정을 내렸다. 재판은 그 해 11월27일에 열렸다. 검사는 피고인의 범의를 입증하기 위하여 펜실베니아 주 이리에서 증인들을 소환하였는데 그들은 설리번이 변조지폐를 지불한 사람이라고 증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설리번은 스스로 증인으로 나서 자신은 거래가 있었다는 시기에 이리에 없었다고 증언하였다. 하지만 1896년 12월8일 유죄 평결이 내려졌고 설리번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루이스빌에서의 설리번의 사회적 지위나 명성을 반영하듯이 판결이 선고되자 지역신문들은 설리번을 인터뷰하는 등 사건에 대하여 크게 보도를 하였다. 설리번은 여전히 무고함을 호소하면서 대질이 있기 전에 검사 측 증인들에게 자신의 사진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재무부 비밀검찰부의 카터는 설리번의 변호인인 로버트 F. 데이비슨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자신은 설리번의 유죄에 대하여 의문을 품어왔고, 결국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아내었다고 말하였다. 그는 타일러라는 사람으로 최근에 체포되었는데 에번즈빌, 빈센스 및 테러호트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카터는 데이비슨에게 타일러의 사진과 설리번의 사진을 주면서 증인들을 찾아가 그들 중 누가 위조지폐를 건넨 사람인지 확인해 보고 만약 타일러의 사진을 지목한다면 선서진술서를 받아올 것을 제의하였다. 이에 데이비슨은 에번즈빌, 빈센스 및 테러호트로 가서 설리번의 재판 때 증언을 하였던 증인들을 만나 두 장의 사진 중 누가 설리번인지 알리지 아니한 채 위조지폐를 건넨 사람을 지목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모두 주저함이 없이 타일러의 사진을 가리켰다. 그들도 두 장의 사진 사이에 닮은 데가 거의 없음을 인정하였다.

그 후 타일러는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판사, 검사 및 재무부 비밀검찰부는 설리번이 범인으로 잘못 오인되었으므로 사면이 행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펜실베니아주 이리에서의 위폐 사건 당시 설리번이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도 나타났다. 1898년 5월12일 맥킨리 대통령은 법무장관의 추천에 따라 설리번을 사면하였다.

이 사건은 범죄의 피해자나 목격자에게 용의자 한 사람의 사진만 제시하는 수사기법의 위험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와 같이 한 사람의 사진만 제시할 경우 증인들은 부정하기보다는 긍정하는 쪽을 선택하기 쉽다. 한 번 결정이 있고 난 후에는 증인들은 자존심이나 완고함과 같은 감정적인 요인들로 인하여 열린 마음으로 재차 숙고하기보다는 원래의 선택을 굳히려는 경향이 있다.

설리번과 타일러 사이에는 닮은 데가 거의 없음에도 먼저 설리번의 사진을 보고 범인이라고 지목하였던 증인들은 법정에서도 설리번을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