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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유해한 상품의 광고와 표현의 자유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대)

불법적 상품의 광고는 Central Hudson Gas판결에서 본 바와 같이 입법부에 의해 법으로 금지될 수 있다. 그러나 입법부가 생각하기에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유해한’(lawful but harmful)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광고는 어떨까? 예를 들어 담배, 술, 도박 같은 것들에 대한 광고도 금지될 수 있을까? 미국 연방대법원의 1986년 판결은 주의회에 일반상품에 비해 이러한 유해상품의 광고를 규제함에 있어 더 큰 권한을 준 반면에, 1996년 판결은 1986년 판결이 폐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할 정도로 달라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1986년의 판결이 바로 Posa-das de Puerto Rico Associates v. Tourism Company of Puesto Rico(478 US 318) 판결이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피고 Puerto Rico는 Puerto Rico 원주민이 보도록 만들어진 도박 카지노 광고가 불법이라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했다. 하지만 관광객을 상대로 한 도박 카지노 광고는 허용되었다.

원고인 Posadas dePuerto Rico는 카지노를 운영했고 도박 카지노 지역광고 때문에 수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Posadas는 이 법률이 자신의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Puerto Ric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심법원은 그 법률이 합헌이라 보았고 Puerto Rico 대법원은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연방대법원이 본 사건에 사건이송명령장을 발부했다.

Rehnquist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Puerto Rico 관할구역안의 원주민들에게 도박 카지노 광고를 금하는 법률이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본 사건에서와 같은 순수한 상업적 표현은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적으로만 향유한다. 만약 문제된 행위가 적법하고 오도성이 없으면, 정부의 이익이 실질적이지 않고 상업적 표현의 제한이 정부의 이익을 촉진시키지 않으며 그 제한이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하지 않는 한, 상업적 표현은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본 사건에서 피고 Puerto Rico는 실질적 이익을 가진다. 원주민들 사이에서 도박이 촉발하는 폐해를 최소화한다는 이익은 실질적인 정부의 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규제는 명백히 의도된 목적도 촉진시킨다. 광고목적이 도박 참여자를 유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광고금지가 정보의 지역적 유포에 그치는 한, 그 법률은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하급심 판결을 인용한다.

이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 분석의 일부분은 카지노 도박이 철저히 금지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분적 제한이 허용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법원 결정의 이 부분은 연방대법원 판결분석의 주요 부분은 아니지만 넓은 파생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상업적 활동들이 이론적으로 주정부에 의해 금지될 수 있듯이 이 판결에서 선언된 법원칙은 대부분의 상업적 광고활동에 적용되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에 의해 10년 후에 내려진 1996년의 44 Liquor-mart, Inc. v. Rhode Island (517 US 484) 판결은 결론이나 판결의 방향이 좀 달랐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1956년에 Rhode Island주는 주내에서 판매되는 알콜음료 소매가격의 광고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또한 뉴스매체가 이 정보를 내보내는 것도 금지했다. 피고인 Rhode Island주는 이 법이 알콜소비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 후 동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인지 여부가 소송을 통해 다투어졌다.
연방지방법원은 주류 가격광고가 Rhode Island주 내의 알콜 소비수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따라서 주류 가격광고 금지가 주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촉진시키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주류가격 광고 금지규정을 위헌이라 선언했다. 항소법원은 지방법원판결을 뒤집었고 이에 연방대법원이 본 사건에 대해 사건이송명령장을 발송해 본격적인 사건 심리에 들어갔다.

Stevens 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진실된 상업광고에 대한 완전 금지는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전통적으로 상업적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재화와 용역의 이용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보통법은 기만적이고 오도성 있는 광고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1980년의 Central Hudson Gas판결 등 선판례들은 상업광고의 규제가 수정헌법 제1조상의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핵심적 표현들과 같은 정도로 보호되지는 않는다고 선언해왔다. 연방대법원은 상업적 표현의 규제가 중요한 주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어야 하고 덜 제한적인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해왔던 것이다. 주가 진실된 내용의 광고를 소비자 보호와 무관한 이유로 전적으로 금지한다면 그 경우 엄격심사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Rhode Island주는 표현규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세금 등 다른 수단들을 통해서 알콜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따라서, 광고규제와 주정부의 목적 사이에 합리적 연관성이 없어 이 Rhode Island 주법은 위헌이다. 연방항소법원 판결을 파기한다.

1990년대에 와서 상업적 표현의 자유는 그 범위를 확대시켜 나가는 경향을 보였다. 1996년에 선고된 이 Liquormart 판결도 이러한 경향 속에서 진실된 상업광고에 대한 완전 금지를 위헌이라고 판시했던 것이다. 이 판결은 1986년의 Posadas 판결과 크게 대비된다. Liquormart 판결은 표현 규제가 행위 규제보다 더 기본권 침해적일 수 있으며 광고표현 금지가 반드시 주정부 권한의 핵심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던 것이다. 또한 Posadas 판결이 적용했었을 ‘광고의 해악’의 예외를 적용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싸움을 거는 말(fighting words), 음란한 표현, 명예훼손 등의 표현들처럼 대부분의 상업적 표현도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 밖에 위치하면서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지 못하는 범주에 속하는 표현으로 전통적으로 인식되어져 왔었다. 수정헌법 제1조상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을만한 ‘표현’은 주로 개인의 정치적 견해나 사상과 관련된 표현이어야 한다는 사고가 은연 중에 미국 연방대법관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상업과 관련된 표현은 애초에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려는 ‘표현’이라 보기에는 그 급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미국 연방대법원은 주정부가 어떤 표현에 명예훼손적이거나 음란하다는 꼬리표를 붙임으로써 표현을 금지하거나 규제할 무제한적인 권한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기 시작했으며, 상업적 표현에 대해서도 이제 미국 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에 따른 실질적인 보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1976년의 Virginia State Board of Pharmacy v. Virginia Citizens Consumer Council, Inc 판결 이래로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상업적 표현의 자유는 이 후 많은 판결들을 통해 그 적용범위가 확대되어오는 과정을 밟고 있다. 대체적으로 말해, 상업적 표현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한 완전한 보호대상은 아니고 부분적 보호의 대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가 상업적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범위까지 넓혀갈 것이며 그 근거로 어떤 논리들을 내세울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