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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잠못이룬 새벽

이병호 변호사(광주) -제2962호

2001년 3월 1일 새벽 3시, 한 밤중이다. 잠은 오지 않고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어제 텔레비젼 화면에는 3·1절에 모두 국기를 내걸자는 자막이 방영 되었었다. 3·1절은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은 일제의 혹독한 압제로부터 벗어나야 살겠다는 절박한 민족적 공감대로 굳게 뭉쳐 있었다. 자주독립, 민족의 단결된 의지가 하늘을 찌를 듯이 표출된 날이다. 우리는 완전한 자주 독립국가를 이룩할 때까지 그 단결된 의지를 굳게 지켜 나가야 한다. 그러한 의지를 새롭게 다지기 위하는 뜻으로 국기를 내걸자는 뜻일 게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단결된 단일민족의 자주독립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에게 자주가 있는가. 먼저 국방을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안보는 미국에 의존한다. 자주국방 없는 독립은 유명무실하다. 우리 경제는 어떤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자주 자립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 자주 독립국가로서 자주외교는 있는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방·경제·외교의 자주, 자립은 분단된 약소국가로서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러면 우리의 독특한 전통문화는 잘 지켜가고 있는가. 어떤 민족의 특성은 그 민족의 독특한 전통문화의 차이에서 다른 민족과 식별되고 구별된다. 그 특색이 없으면 다른 민족과 구별되지 못하고 결국 다른 민족에 흡수되고 소멸한다. 어떤 민족이건 그 특색은 언어와 문자, 전통으로 나타난다. 우리 민족에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한글 문화가 있다. 그런데 요즘 세태는 어떤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의 공용어는 영어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말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만일 영어를 공용어로 하게 된다면 영어를 모르고 한글만 아는 사람은 사람대접도 못받게 될게 훤하다. 한글은 워낙 우수하여 그 생명력은 영원하리라 믿지만 일제의 강점 아래에서는 크게 위협을 받았었다. 그 밖에 다른 전통은 어떤가. 우리 고유의 여러 전통이 있지만 오래 전부터 同姓同本不婚의 원칙을 굳게 지켜 왔다. 그런데 그 원칙이 위협 받고 있다. 우리가 지켜 왔던 異姓不養의 원칙은 이미 무너졌고, 시대에 맞지 않으니 논외로 치자. 그러나 동성불혼의 원칙만은 굳게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자랑이 아닐까. 3·1 정신의 가장 핵심이 되는 민족적 단결된 의지는 어디로 갔는가. 국토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적대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쪽 대한민국은 독립국이지만 홀로 서기 어려운 실정이니 자주독립과는 거리가 있다. 정치는 여와 야의 극한 대립으로 분열되고 특히 남북문제에 대하여는 국론이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노사의 갈등은 그칠 날이 없고, 동서는 지역감정으로 찢기어 있다. 우리 민족은 총체적 위기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위기의식이 있는가. 부산지역 공무원들은 3·1절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는 소식이다. 이유는 강제로 동원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모든 공무원들이 자진해서 행사에 참여하고 3·1 독립자주정신을 기리는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은 왜 없었을까. 우리 민족의 강토를 강점하고 우리 민족을 노예로 만든 일제의 수단은 무서운 것이었다. 3·1 운동 직후에 조선총독으로 부임한 ‘齊藤 實’은 3·1 운동 주동자를 모조리 극형에 처하자는 경무국장의 건의를 한 마디로 물리치면서 “멍청한 소리 마라, 무엇 때문에 조선인 33인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느냐? 적당히 얼버무려 두라”했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분개심과 단결을 희석시키자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민족적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이고, 그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민족적 단결이요, 자주독립에 대한 염원을 확산하고 실천하는 일이 아닐까. 3·1 정신은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날이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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