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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歲暮)의 문턱에서

조능래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한해가 또 저물어 가고 있다. 경제적 추위에 갑자기 몰아닥친 날씨 추위까지 겹쳐 한껏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고 있다.

벌써 산간지방에는 겨울의 전령인 흰눈이 쌓이고 창밖 가로수의 앙상가지에 마지막 남은 잎이 찬바람에 애처롭게 떨고 있다.

유난히 뜨거웠던 금년 여름도, 또 그 여름의 타고남은 단풍의 처연함도 추억의 뒤안길로 그 모습을 감추었다.

어느덧 2008년 한해도 세모의 문턱에서 꼬리를 감추려고 한다. 너무도 세월의 빠름을 또 한번 느끼게 하는 시점이 돌아온 것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언필칭 다사다난하였던 한해였다고들 한다. 그만큼 세상인간사에는 복잡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금년에도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급변과 혼란상은 제쳐두더라도 우리 재야법조계에만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법조계의 지각변동이라고 할 수 있는 로스쿨제도가 윤곽을 드러내였고 2012년에는 첫 졸업생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한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우리 재야법조인 모두에게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고 할 수 있겠다. 경기불황의 쓰나미가 덮치며 송무사건의 변호사 선임건수가 급감하였고 역시 경기침체, 국제금융위기, 실물경제하락 등 트리플악재로 등기사건도 줄어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유례없는 어려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또 법조일원화 추진의 영향인지 종래의 판사, 검사, 변호사 순의 일반적 지원경향에서 군법무관 제대자 중 상위 성적자들의 선호도가 대형 로펌쪽으로 기울어 법원이 충격(?)을 받았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바 있다.

여기서 잠시 미국의 예를 보자.

현재 미국 변호사 자격자가 100만명을 넘고 실제로 변호사 활동을 하는 사람도 75만명이라고 한다. 그래도 사건이 없어 폐업하거나 고소득자가 아니라는 말을 들어보기 힘들다. 상·하의원, 고급공무원, 기업경영인, 칼럼니스트 등 저명인사의 절반 이상이 변호사자격을 가지고 있고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도 변호사 자격자다. 미국의 운전면허시험에 ‘왜 과속은 안되는가’라는 문제가 나왔을 때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가 아니고 ‘그것이 법이기 때문에’가 정답이라는 것이다.

우리 현실과 비교할 때 무엇인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는 변호사업계에 대하여 잘 아는 바가 없으므로 이 정도로 그치고 지금부터 시선을 사무실 창밖으로 돌려 법조 주변업소의 세모풍경을 드로잉해 보고자 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좀 잘나간다는 업소에는 망년회 모임예약이 쇄도하여 서둘지 않으면 자리마련이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는 재야법조계의 총체적 어려움을 반영하듯 주변업소들의 모습은 날씨만큼이나 찬바람이 돌고 썰렁하다.

예약손님이 줄고 간혹 있더라도 단출한 메뉴로 대신하기 때문에 가게 임대료, 종업원 월급 등을 마련하기가 힘들다고 푸념들이다.

점심시간에 반짝 백반 등을 파는 것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으나 술과 안주를 팔아야 하는 저녁시간에 도무지 손님이 오지 않는 것이 문제란다. 결국 가게유지를 못하고 간판이 바뀌는 업소를 자주 보게 된다.

이어서 법무사업계의 세모풍경을 스케치 해보겠다.

많은 법무사들이 오래전부터 적자에 허덕이며 사무실 유지를 힘겨워 하고 있다. 나이 많은 법무사들은 폐업하고 집에 있자니 부인과 아이들 보기가 창피하고 또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하여야 건강유지에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고 있다. 혹시나 상황이 나아지려나 하는 기대감 속에 올 한해도 속절없이 세월만 보냈다고 하소연들이다.

예전 같으면 망년회 모임이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술좌석에서 호기도 부리며 노래가락도 구성지게 뽑아 보련만 금년에는 망년회라고 이름 붙이기조차 어색한 조촐한 모임이 대종을 이룬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좌절과 분노, 체념의 화두가 교차하여 이어질 뿐 밝은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일의 희망을 누구도 입밖에 꺼내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위기는 바로 기회와 통한다고 하였다.

캄캄한 터널 속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으면 우리가 출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지금보다 더 가까이 서민에게 다가가자. 그들을 내 가족처럼 대하여 새로운 감동을 안겨주자. 돌탑을 쌓 듯 하나씩 신뢰를 만들어가자. 다음은 협회와 각 지방회가 새로운 업무영역의 블루오션 개척에 힘을 쏟아야 한다. 소액사건심판법 제8조 소송대리에 관한 특칙 개정안도 그 실증적 논거와 당위성을 확실히 정립하여 18대 국회에서는 기필코 통과시켜야 한다.

내년 6월에 있을 협회장과 부협회장의 러닝 메이트 선거에 슬기롭게 대처하여 우리 업계를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강한 의지와 비전 그리고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의 소유자를 뽑아야 한다.

그들은 잃어버린 법무사들의 웃음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내년 2009년 세모때가 되면 2008년 세모에 있었던 절망적인 화두들을 훨훨 털어 버리고 희망찬 화두들로 대신 가득 채워지기를 마음속 깊이 염원한다.

아울러 詩經에서 연원하는 새해의 사자성어는 우리 재야법조인 모두에게 밝은 내일을 상징하는 말로 조합되었으면 한다.

세모의 문턱에서 여러분의 건투를 빌면서, 아듀! 2008년이여!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