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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변호사 광고'와 표현의 자유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대)

표현행위에 대한 규제는 크게 표현행위의 내용에 근거한 ‘내용 규제’(content-based regulation)와 표현행위가 행해지는 시간, 장소, 방식 등 내용 외적인 것에 대한 ‘내용 중립적 규제’(content-neutral regulation)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부가 표현의 내용 때문에 표현을 규제하는 ‘내용 규제’에 나설 때 즉, 무슨 말을 했느냐는 것이 문제될 때, 그 법은 강한 위헌의 추정을 받는다. 정부가 공적(公的) 논의를 왜곡하거나 특정한 메시지를 선호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법이 규정의 문면상 표현의 내용에 근거해 차별을 할 때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법 규정의 문면상으로는 중립적인 규제라 할지라도 그 법의 명백한 입법목적이 어떤 표현이 전달하는 메시지 때문에 그 표현을 규제하려는 것이라면 그것도 ‘내용 규제’에 해당한다. ‘내용 규제’는 가장 엄밀한 엄격심사의 적용을 받는다. 정부는 그 법에 ‘내용 규제’를 통해 다른 취급을 하는 것이 ‘긴절한’(compelling) 정부이익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아주 ‘좁고 세밀하게 만들어진’(narrowly-tailored) 규제입법임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내용 중립적 규제’는 표현의 내용에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성인영화관의 위치를 규제하는 법률이 한 예이다. 그 법의 규제는 성인영화관의 부수적 효과에 관한 것이지 성인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내용중립적 규제입법은 일반적으로 공적 토론에서 나타나는 어떤 의견이나 관점을 삭제할 실질적인 위험이 덜하다. 따라서 엄격심사보다 한 단계 낮은 위헌심사기준인 ‘중간수준심사’(intermediate-level review)의 적용을 받는다. 즉 ‘중대한’(important) 정부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세밀하게 만들어졌고 의사소통의 충분한 대안적 채널들이 있으면 합헌인 것이다. 변호사의 법률서비스 광고가 법률서비스의 ‘내용’이 아니라 서비스별 ‘가격’만을 광고하는 것일 때 이것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가를 다룬 것으로 1977년의 Bates v. State Bar of Arizona(433 U.S. 350)사건 판결이 유명하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Arizona주 변호사인 Bates는 정부지원이 없는 중산층 주민들에게 적정 가격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복잡한 사건보다는 입양, 협의 이혼, 단순 개인 파산, 개명(改名) 등의 정형화된 사건들만 수임하면서 가격을 낮게 설정해 많은 사건을 수임할 수 있었다. Bates는 더 많은 사건을 수임받기 위해 지역신문인 ‘Arizona Republic’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며 일정한 서비스들의 가격 목록까지 제시하는 광고를 게재하였다. Arizona주 주대법원의 윤리규정은 법률서비스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단지 광고에 의해 비교하는 것은 광고 자체가 법률서비스 이용자를 오도할 수 있으므로 변호사에 의한 법률서비스 광고를 금지시켰다. 즉, “변호사는 자신, 동료변호사, 자신이나 동료변호사의 제휴자인 다른 변호사를 변호사로서 신문, 잡지, 라디오, TV, 시내의 광고판, 전화번호부 또는 다른 상업적 광고 수단들을 통해 광고할 수 없으며, 자신을 대신해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허용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Arizona주 변호사협회는 이 주대법원 윤리규정 위반을 이유로 Bates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Arizona주 주대법원은 변호사협회측 손을 들어주었다. Bates는 Arizona 주대법원의 윤리규정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해 Sherman법 제1조와 제2조를 위반하고 있고 나아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다.

Blackmun대법관이 집필한 다수의견은 입양, 협의 이혼, 개인파산 등 일반적인 법률서비스의 경우에는 광고를 본 사람을 오도(誤導)할 위험이 없으므로 그러한 광고를 금지시킬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우선, Arizona주 주대법원이 법률집행에 대한 권한을 사용해 변호사 광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Sherman법 하에서 문제제기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은 직접적인 사건 유치활동이나 법률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광고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들이 일정한 정형화된 서비스를 수행할 때 요구하는 ‘가격’을 광고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상거래보다 상위의 어떤 것을 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변호사가 자신의 수임료를 광고하는 것이 진정한 변호사의 직업정신을 훼손하는 것도 아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공급자가 잠재적 구매자에게 상품의 효능 및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사용하는 전통적 수단인 ‘광고’는 법률서비스에서도 유익한 것일 수 있다. 광고는 법률서비스 비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광고를 규제함으로써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저하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본 사건의 광고내용을 검토해보면, 이것이 사건의뢰인들을 호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음을 알 수 있고 이 광고도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 내에 들어온다. 즉,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식의 광고 내용은 호도적이지 않다. 따라서 입양, 협의 이혼, 개인 파산, 개명과 같은 일정한 정형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격을 변호사들이 광고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정형화된 법률서비스의 이용가능성과 조건에 관련된 진실된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는 것을 주정부가 금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인데, 주정부는 이런 정보의 흐름을 규제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Bates판결은 변호사 광고 규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중요한 판결이었다. 한 마디로 입양, 협의 이혼, 개인파산 등 일반적인 법률서비스의 경우에는 광고를 본 사람을 오도할 위험이 없으므로 그러한 광고를 금지시킬 수는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 판결은 법률서비스에 대한 모든 신문광고를 금지할 수는 없다고 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연방대법원은 법률서비스 의뢰인들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종류를 결정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광고의 성격에 대한 오류에 쉽게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즉, 연방대법원은 대중의 무지(無知)에 의한 이익에 근거해 진실된 정보를 억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전문직의 표현행위에 대한 규제가 헌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최초로 판단한 본격적인 판결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우리의 변호사시장은 어떠한가? 변호사를 준공무원 쯤으로 생각해서인지 과거엔 변호사 광고를 온통 금지하고 꽁꽁 묶어놓았었다. 이제는 변호사 광고를 어느 정도는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변호사 수가 급증한 이후에도 변호사 광고를 지나치게 규제하다 보니, 법률서비스 수요자가 법률서비스 공급자인 변호사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질 수 없고,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변호사시장에서는 시장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부당한 폭리를 챙기는 것들 중의 하나가 ‘전관예우’가 아닐까. “변호사들이 상거래보다 상위의 어떤 것을 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는 Bates판결의 한 문구는 이래서 더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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