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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상업적 표현'과 표현의 자유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대)

표현의 자유 보장의 근거이론으로 일찍이 사상의 자유시장이론(Macket Place of Ideas), 시민참여 모델이론(The Citizen Participant Model), 개인적 자유 모델이론(The Individual Liberty Model) 등이 주장되었고 비교적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이 중 시민참여 모델이론은 유명한 명예훼손 관련 판결인 New York Times v. Sullivan판결을 비롯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여러 판결들에 반영된 바 있다. 이들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의 중심적 의미가 공적 이슈와 공적 인물에 대한 활발하고 강건한 토론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토론이 사람들을 정치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케 함으로써 민주적 지배의 핵심을 이루게 되므로 그 수단이 되는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행위에는 여러 유형들이 존재한다. 상업적 표현도 그 중의 하나다. 원래 표현행위들이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는 주된 이유는 이 시민참여 모델이론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정치적 견해를 담은 의사표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견해와 관련이 없거나 적은 상업적 표현도 과연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는 표현행위에 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수정헌법 제1조를 문면(文面) 그대로 읽으면 표현을 규제하는 모든 법률의 제정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 그러나, 1919년의 그 유명한 Schenck v. United States 판결에서 Holmes대법관이 판결문 속에서 지적했듯이 언론의 자유의 가장 강력한 보장도 극장 안에서 잘못해 “불이야”하고 소리친 사람을 보호하지는 않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다른 정당한 공익 간의 조화를 위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다양한 적용 방법들을 개발해왔다. 우선,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들을 보호받는 표현들과 구분했다. 싸움을 거는 말(fighting words), 음란(obscenity), 명예훼손(defamation) 등이 그러한 표현들이다. 또한,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한 완전한 보호대상은 아니고 부분적 보호의 대상인 표현도 존재한다고 보았는데 그것이 바로 ‘상업적 표현’(commercial speech)인 것이다.

원래 전통적으로 상업적 표현은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지 않았다. 여러 판결들을 통해 순수한 상업적 광고는 다른 상업행위와 마찬가지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시되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몇몇 사건들에서 음란물이나 명예훼손적 표현이라는 사실만으로 주정부가 무제한적인 규제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시를 함으로써 덩달아 ‘상업적 표현’에 대한 규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상업적 표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불을 댕긴 첫 계기가 된 판결이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1976년의 Virginia State Board of Pharmacy v. Virginia Citizens Consumer Council, Inc(425 US 748)사건 판결이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Virginia주 주법은 Virginia주에서 약사면허를 취득한 약사가 처방에 의해서만 조제될 수 있는 약의 양, 가격, 수수료, 할인, 리베이트 거래조건 등을 어떤 방법으로든 광고한다면 이는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사건의 원고인 소비자위원회(Consumer Council)는 처방약을 요구하는 Virginia주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약값이 같은 약 하나에 적게는 $2.59에서 많게는 $6에 이를 정도로 천차만별이라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소비자위원회는 광고금지가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급심에서는 소비자위원회가 승소했고 이에 피고 Virginia주 약사위원회가 본 사건 표현과 같은 상업적 표현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했다.

Blackmun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가격 명시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 집단의 상품광고는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받는 ‘상업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음은 그 추론요지이다. 수정헌법 제1조상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는 표현자 뿐만 아니라 표현을 전달받는 사람에게도 미친다. 그리고 광고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대한 소비자의 이익은 그러한 ‘상업적 표현’을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 내로 가져온다. ‘상업적 표현’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전통적 원칙은 본 법원에 의해 점차 폐기되어 왔으며 이제 그 효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아무리 무미건조하다 하더라도 광고는 하나의 정보이며 따라서 헌법의 지배를 받는다. 확실히 오늘 이 판결이 ‘시간, 장소, 방법’상의 합리적인 규제를 막는다거나 불법적이거나 오도성(誤導性) 있는 표현의 규제를 막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수정헌법 제1조의 목적 실현을 위해 상업적 표현의 정당성을 확인해줄 뿐이다.

나중에 대법원장이 되었으나 당시에는 대법관이었던 Rehnquist대법관은 홀로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다수의견이 두 가지 이유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첫째, 다수의견이 원고적격을 정보를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집단에게 확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제3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집단에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 둘째, 상업적 표현을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대상으로 올려놓음으로써 주민의 건강 등을 규제할 주의회의 헌법상 권한을 박탈해 버렸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특히 1970년대 중반 이후 상업적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중요한 연방대법원 판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1976년의 이 Virginia State Board of Pharmacy v. Virginia Citizens Consumer Council, Inc판결은 공식적으로 상업적 광고도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음을 천명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가격 명시’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 집단에 의한 상품광고도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받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은 전문직 광고의 금지가 이제 더 이상 합헌적이 아님을 선언했다. 이 판결 이후 미국에서는 특히 변호사집단에서 변호사업에 대한 여러 광고행위들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변호사의 ‘공적 지위’나 변호사업의 ‘공익성’을 강조하던 미국의 변호사들이 제품판매자들 같은 사적 비즈니스맨들처럼 자신의 업무에 대해 상업적인 광고를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봇물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곧 과당경쟁으로까지 발전해 갔다. 과잉생산된 변호사업에 대한 상업적 정보들이 법률소비자들의 눈을 흐리고 호도하는 일이 빈발했고 변호사시장은 급격하게 혼탁해져 갔다. 그러자, 미국변호사협회와 몇몇 주변호사협회들이 국민들을 변호사들간의 과당경쟁의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 광고의 세부기준들을 제정해 공포하기 시작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변호사 스스로가 근엄한 ‘공익의 수호자’라는 외투를 벗어던지고 자신들이 하는 일이 바로 ‘법률 장사’라고 말하며 너도나도 광고에 뛰어든 결과였다. 상업적 표현의 자유 주장 대열에서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바로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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