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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사이버 모욕죄' 등 신설 - 반대

정정훈 변호사(민변)

최근 탤런트 최진실씨의 자살 원인으로 무분별한 유언비어 및 악성댓글이 지목되면서 한나라당에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 도입 과연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찬반의견을 들어본다.


토마스 홉스는 17세기에 이미 ‘유리집을 꿈꾸는 불면증의 군주’에 관해서 이야기한 바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늘 비판에 불안한 법이다. ‘전자 판옵티콘’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문제가 던져졌다.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이 그것이다. 모욕죄의 기원이 국왕모욕죄였다는 설명은 권력의 불면증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악플’도 ‘여론’이니 규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사이버모욕죄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악플에 대한 규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있다. 논쟁선은 형사처벌 강화 대 자율규제 강화의 구도를 취한다. 그러나 이 논쟁의 출발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어 있었다. 많은 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7월 법무부장관이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주장한 것은 촛불시위 정국과 관련해서 정치적 맥락을 갖는 것이었다. 한 대중스타의 죽음을 계기로 전환된 국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입법의도의 순수성에 대하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의도를 괄호 안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사이버모욕죄 신설은 디지털 시대를 규제하는 아날로그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새로운 현상에 대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대응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핵심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매체 형식에 대하여 이미 ‘한물 간’ 형사법적 제재 강화라는 오래된 레퍼토리를 반복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규제는 그 긍정적인 매체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개방성, 탈중앙성, 다양성, 자발성에 기반한 시민적 의사소통. 이러한 공간적 순기능을 최대화하는 것이 규제의 목적이자 한계이어야 한다. 인터넷의 ‘그늘’이 문제라고 태양을 치워버린 결과, ‘겨울공화국’을 만드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욕설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욕설 규제를 위한 익명성의 제한과 강력한 형사 제재 방식으로 인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공적 문제에 대한 비판 기능마저 위축됨으로써 인터넷의 민주주의적 소통 기능이 침해될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친고죄를 폐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적 규제 방식은 인터넷의 역기능 방지에 대한 실효성은 낮으면서 그 순기능만을 침해한다. 명예훼손을 형법적으로 규제하는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에서도 명예훼손에 대한 비범죄화 주장이 제기되고, 형법전에서 모욕죄를 삭제하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하는 것은 이러한 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친고죄를 규정하는 이유는 개별 규정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 근본은 형법의 최후수단성, 보충성 원칙에 있다. 매체의 특수성에 비추어, 오프라인보다는 사이버 공간의 모욕행위를 친고죄로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 인터넷이 여론 형성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권력 남용을 견제할 장치는 법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떻게? 다른 범죄들과 달리 사이버모욕죄에만 수사권 남용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을 둔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모욕죄가 보호하는 법익의 성격에 맞게 친고죄 규정을 유지하는 것이 해답이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전혀 새롭지 않다. 강력한 형법을 요구하는 엄벌주의의 신화를 다시 불러들이지만, 이러한 형사정책이 ‘누더기 특별형법’을 만들어 왔을 뿐이다. 사이버명예훼손죄의 경우,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보다 벌금형의 상한만을 가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법리적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실효성도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사이버명예훼손죄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으니 사이버모욕죄도 규정하는 것이 체계 균형상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의 사이버명예훼손죄의 경우, 인터넷 게시판 등이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출판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추어 법적 논란이 되어왔고, 이러한 점이 특별규정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욕죄에 대해서는 이러한 논란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의 확대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으로 표현을 할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미국 대법원이 익명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익명은 한번 상실되면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의회 보고서는 익명성을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익명’이야말로 개인정보 보호와 그 남용에 대한 법적 규제 사이에 균형을 잡는 대안적 방법이라는 것이다. 익명 표현의 자유는 지금보다 더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고,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빈곤한 노력을 빈곤한 형사적 제재로 대체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구체화해 나갈 수 있는 자율적인 방식의 문화적·윤리적·기술적 접근은 너무나 많이 열려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