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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박사의 비만클리닉

[박용우 박사의 비만클리닉] 당신의 건강, 안녕하십니까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성균관의대 외래교수)

우리나라 남성 직장인의 비만이 우려할 수준을 넘고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직장남성 비만인구의 증가율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고 한다. 필자가 근무했던 대학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직장인들의 신체비만지수를 비교해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10년 전에 비해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은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람소리에 깨어나서 바쁘게 출근준비를 하다보면 아침을 거르는 것은 예사고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와 누적된 피로감을 쫓기 위해 커피를 입에 달고 있다.

저녁식사는 2차, 3차 술자리로 이어지고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다보니 배에 지방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문제는 뱃살이 나한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 직장 동료들 대부분 배가 나와 있으니 뱃살은 직장인들에게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걸로 착각하는 데 있다. 하지만 뱃살은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장병으로 이어지는 질병이지 결코 나잇살이 아니다.

직장인들의 뱃살은 잦은 회식과 음주, 운동부족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들어 직장인들의 비만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해 사회적 스트레스를 주된 원인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그 나라의 특성이나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 가슴통증이 주로 나타나는 반면 우리나라는 위장장애를 흔히 호소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가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찾는 것은 동서양의 차이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라 과음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잉분비되는 코티졸(스트레스 호르몬)은 체내에 에너지원이 필요하지 않아도 음식섭취욕구를 자극한다.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평생직장의 개념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고 무한경쟁 속에 생존을 위해 자신의 건강관리는 점차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늘어나는 뱃살은 ‘나잇살’로 치부하고 해마다 건강진단결과 나오는 ‘지방간’은 직장인들에겐 으레 따라붙는 계급장 정도로 생각해 버리니 위기감을 가질 수가 없다.

대학병원에 재직할 때 KBS TV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과 복부비만 직장인 19명을 대상으로 간이 임상실험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당뇨정밀검사 등을 시행해본 결과 19명 모두 인슐린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왔고 17명이 대사증후군, 2명이 당뇨병으로 진단되었다. 뱃살은 있었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던 이들에게 검사결과는 청천벽력과 다름없었다.

우리나라 남자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한다는 얘기는 40대 이후까지 살았던 사람들에겐 90세 이상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직장인 남성의 건강은 한 집안 가장의 건강이다. 가장의 건강이 흔들리면 집안이 흔들린다. 직장인 건강이 우리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90세 넘게 산다고 해도 60세 이후부터 병원신세를 져야 한다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생을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데 뱃살이 나오면 평균수명도 짧아질 뿐 아니라 혈관노화로 인해 나중에 심혈관 합병증에 빠질 위험이 높다.

먹고살기 힘든 건 둘째 치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에도 힘든 직장인들의 뱃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뱃살은 내 건강의 적신호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점심식사 후 직장 주변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려 보자. 자가용 대신에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지하철 플랫폼에서도 기차가 도착할 때까지 플랫폼 끝에서 끝까지 걸어보자. 체중조절에 성공하면 삶 자체가 풍요로워진다. 내가 자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더 큰 힘을 불러온다. 되찾은 건강과 넘치는 자신감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당신의 건강, 지금이 다시 점검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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