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독자마당, 수필, 기타

축시(丑時) 이후 술 마시면 축생(畜生)이 된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필자는 작년 이맘때 쯤 우리 생활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폭탄주’ 주법의 개선을 촉구하는 글을 쓴 바 있다[‘폭탄주’ 주법 개선론, 법률신문(2007.11.29.자)]. 이는 술자리에서 폭탄주의 횟수와 돌리기 방식을 일정하게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술자리의 시간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이는 근대 이전 시간대의 음운을 차용한 것으로 필자가 대학구성원들에게 재담꺼리로 말하는 것인데, 법조인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결론부터 간략히 말하자면, 술자리가 있는 경우 술시(戌時), 즉 오후 7~9시에는 술과 밥을 먹고, 해시(亥時), 즉 오후 9~11시에는 해장국 또는 해장술을 먹고, 늦어도 자시(子時)가 시작되면 집으로 자러가자는 것이다. 옛말에 “일불(一不), 삼소(三少), 오의(五宜), 칠과(七過)”라는 말이 있다. 술을 먹을 때 한잔으로 끝내는 것은 안 되고, 석 잔은 부족하며, 다섯 잔은 알맞으며, 일곱 잔은 과음이라는 말이다. 술자리가 있을 경우 해시까지 천천히 정담과 농담을 나누며 일곱 잔을 넘지 않게 먹다가 작파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술자리는 친밀한 대화자리로 시작하였다가 술 마시기 경연대회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하다. 술을 잘 그리고 많이 마시는 것이 ‘남성다움’의 상징 또는 지도자의 ‘덕성’으로 왕왕 인식되므로, 음주 다음 날 두통, 속 쓰림, 구역질 등이 발생할 것임을 충분히 인식, 예견하면서도 객기를 발동하여 자학적 또는 타학적 술 마시기를 진행한다. 필자 역시 이러한 행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였다는 점을 솔직히 자백한다.

경험적으로 볼 때 술시와 해시까지는 사람이 술을 먹지만, 자시가 시작되면 술이 슬슬 사람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축시(丑時), 즉 새벽 1~3시까지 술자리가 계속되면 사람이 ‘축생화’(畜生化)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혀가 꼬부라져 짐승의 소리를 내게 되고, 사지가 따로 놀며 짐승의 몸짓을 보인다. 인시(寅時), 즉 새벽 3~5시까지 술을 먹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인사불성(人事不省)! 즉 제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는 것은 필연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우리의 뱃속은 차가워지고 머릿속은 뜨거워지며, 결국 몸은 약해지고 마음은 평정을 잃고 정신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40대 과로사가 많다고 한다. 실제 근래 필자의 친구·지인 몇몇이 급사하였다. 황급히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친구에게 인사하고, 넋을 잃은 부인과 어린 아이들을 보는 일이 앞으로는 없으면 좋겠다. “술에는 장사 없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다. 체질적으로 간의 알코올 분해능력이 좋아 술에 강한 사람이 있음은 사실이지만, 필자와 같은 평범한 체력의 소유자들은 지금이라도 절제, 조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앞으로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해 할 일이 많은 분들이니.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