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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의 '결례'를 범했다는 불심검문

한창규 법무사(한국마약범죄학회 이사장)

“우리나라의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의 차량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결례’를 범한 현장경찰관과 지휘책임자에 대해서는 문책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8월14일 경찰청장이 전국의 지도급 스님들께 보낸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이 편지를 경찰청장이 왜 보내야했을까?

정치적 현안이나 종교계의 갈등 또는 경찰총수의 면피용인가를 두고 시민들의 해석이 구구하다.

‘결례’의 원인인 경찰관의 검문은 ‘거동이 수상한 자,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할 의심이 있는 자 또는 행해진 범죄에 대해 그 사실을 아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라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하여 행한 불심검문이 올바른 직무수행이었다면 총무스님이라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인데도 일부러 이런 편지를 대대적으로 보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다만 검문검색 자체가 위법행위였기 때문인지 또는 총무원장스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검문경찰관의 ‘결례’를 범한 사죄이었는지, 문책인사의 보고용인지도 분명하지 못하고 혹시 ‘떼법’으로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집단적 행동의 후유증을 방지하려는 사전공작용이라면 편지의 목적은 다용도일 것이다.

문제는 이 ‘결례’의 검문사건이 범불교대회의 원인제공의 한 몫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유야 어떠하든 이 기회에 불심검문으로 야기된 사회적 갈등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불심검문 자체를 검증해 본다. 이 불심검문이 오래된 관행인 양 시민의 인권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거리를 지나가는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을 불러 세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게 하거나 가방을 뒤적이는가하면 심지어 음주운전단속을 한답시고 큰 길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모든 차량을 세워 음주측정기를 불어 보게 하면서 몸이나 소지품까지 검색한다. 경찰이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사례인 인신구속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고문, 가혹행위를 근절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여 이를 실천하면서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개발활용 하여야 함에도 삶의 현장에서 이런 불심검문이 자행된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아무리 인권보장 장치가 완벽하다해도 법을 집행하는 현장에서 실천되지 않는다면 시민의 권리는 사장되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불심검문실태와 그 개선방안 보고에 의하면 대학생 등 시민의 81.9%가 사전고지 없는 검문을 당하는 등 이유도 모르는 채 불심검문을 당했다고 한다.

인권침해의 전형적인 사례로 시급히 개선돼야할 과제임이 확인되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인권선언은 지난 반세기동안 인권존중의 사상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어떠한 구실로도 제약받거나 유보될 수 없는 권리로서 인권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인류의 장전이며 지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권현황은 어떠한가?

‘그리덤하우스’가 정치적 권리 및 시민적 자유 양면에서 모두 자유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하였고 국제사면위원회의 피에르사네 총장이 우리 정부의 인권신장을 위한 노력을 인정하여 한국의 인권신장이 호전되었다고 평가한 것도 오래전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신장의 현장에서 불심검문이 기본적 인권침해의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찰에서는 강력범죄나 경제사범 또는 지명수배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해 검문한다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지만 모든 일을 행정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볼 수는 없으며, 특히 불심검문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침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민들과 가장 접촉이 많은 경찰이 불법적인 불심검문이라는 기초적인 인권침해로 인해 ‘무서운 경찰’ ‘불신 받는 경찰’이 되기보다는 국가와 정부의 ‘쇼윈도’로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첨병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거창한 구호로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우리 주변에서의 마구잡이식 불심검문을 중단함으로서 다시는 이런 편지를 보내는 참담한 일이 없도록 당당한 경찰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총무원장스님이 아닌 일반시민이 당했어도 이런 편지를 받아 볼 수 있을까 하는 데서 더욱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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