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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나체장면이 있다고 다 음란물은 아니다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대)

Miller판결에 의해 제시된 음란성 판단의 3단계 기준 중 호색적 흥미에 호소하는 성적 표현물인가, ‘명백히 공격적인’(patently offensive)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인가는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사실적 판단에 속하는 문제다. 따라서 이들 문제는 배심재판이 열릴 경우 판사가 아니라 그 지역공동체의 배심원들이 판단하게 된다. 명백히 공격적인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의 예가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상세히 설명해주면서 배심원의 사실확정권에 제한이 있음을 제시한 대표적인 판결로 1974년의 Jenkins v. Georgia(418 US 153)사건 판결이 유명하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Jenkins는 ‘성애’(Carnal Knowledge)라는 영화를 상영하던 조지아주 소재 한 극장의 매니저였다. 그는 이 영화와 관련한 음란한 표현물을 유포한 죄로 조지아주 하급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조지아주 대법원은 이 유죄판결을 확정했으며 이에 Jenkins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Rehnquist대법원장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비록 ‘호색적 흥미’에의 호소나 ‘명백한 공격성’에의 문제가 사실확정의 문제이라 하더라도 배심원들이 무엇이 명백히 공격적이냐를 판단함에 있어 ‘구속받지 않는 재량’(unbridled discretion)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은 다수의견의 추론요지이다.

Miller판결의 기판력은 아직도 살아있고 따라서 그 판시사항은 아직도 구속력을 가진다. Miller판결은 수정헌법 제14조를 통해 주(州)에도 적용되며, 수정헌법 제1조상의 표현의 자유는 표현물들이 명백히 공격적이고 성묘사가 노골적인 하드코어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지 않은 한, 그 표현물을 팔거나 전시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게 하고 있다. ‘성애’라는 영화는 비록 배심원들은 다르게 평결을 내렸지만 Miller 판결의 음란성 판단기준인 ‘명백히 공격적인’ 방법으로 성행위를 묘사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은 수정헌법 제1조와 수정헌법 제14조의 보호범위 밖에 있지 않다. 즉 최후의 성행위를 포함한 성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이해될 장면들이 이 영화에는 있지만, 카메라는 이 장면들에서 배우들의 몸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배우들의 성기 노출과 같은 음탕한 장면도 없다. 간혹 나체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단지 나체장면만으로 Miller판결의 음란성 기준하에서 그 표현물이 음란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조지아주 대법원의 판결을 파기한다.

Brennen대법관은 결론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같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 즉 판시이유에서는 다른 동조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음란물을 규제하는 조지아주법이Miller판결의 세 가지 기준 중 두 번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위헌인 것이 아니라 그 법규정의 규정방식이 막연하므로 무효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Miller판결의 세 가지 음란성 판단기준을 열거하면서, 두 번째 요건인 ‘명백한 공격성’의 요건은 연방대법원이 아니라 ‘주(州)의 법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그 성행위 묘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느냐’(sexual conduct specifically defined by the applicable state law)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Douglas대법관은 표현의 자유보장의 절대주의자(absolutist)답게 주정부에 의한 음란 표현물의 어떠한 규제도 수정헌법 제1조와 수정헌법 제14조에 의해 위헌이라는 논리를 폈다.

Jenkins판결은 Miller판결에 의해 확정된 음란성 판단의 세 가지 기준 중 두 번째 기준인 ‘명백히 공격적인 방법으로 하드코어 성행위를 묘사하는’의 의미가 무엇이며 그 포섭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구체적인 사실확정을 통해 보여주었고, 더 나아가 그 사실확정에 있어 배심원들에게 전적인 재량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연방대법원이 사실확정을 통제할 수 있음도 보여주었다. 즉, 미국 연방대법원을 포함한 상급법원들은 배심원들에 의한 사실심법원의 사실확정을 검토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배심원단’(reasonable jury)에 의해 내려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 사실확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Miller 판결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과 관련되는 ‘지역공동체기준’에 대해 그 의미를 구체화시키는 많은 판결들이 Miller판결의 뒤를 이은 바 있다. 우선, 대법원은 후속판결들을 통해 ‘호색적 흥미에의 호소’나 ‘명백한 공격성’의 의미 해석에 주관적 기준을 적용하는 지역공동체 배심원들의 권한에 일정한 한계를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1985년의 Brockett v. Spokane Arcadesm Incorporation사건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호색적 흥미’의 의미가 ‘단지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적 욕구’(only normal, healthy sexual desire)를 포함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즉 지역공동체의 배심원들이라 할지라도, 단지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적 욕구를 자극할 뿐 그 이상의 성적 반응을 유도하지 않는 표현물을 ‘호색적’이거나 ‘공격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공동체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어디에서 일심재판인 사실심재판을 여느냐 하는 ‘재판적(venue)의 선택’이 음란성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보수적인 농촌지역의 음란성 판단에 대한 지역공동체 기준과 진보적인 도시지역의 그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적의 선택은 주검사나 연방검사들에게 큰 관심사였는데, 검사들은 그 표현물이 통과하는 지역들 중 어느 한 지역을 재판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음란한 표현물의 우편우송을 금지하는 연방법률 위반사건에 대한 재판은 그 우송된 표현물이 통과하는 경로를 따라 위치하는 어느 지역에서도 열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음란물 관련 사건들이 유죄평결을 바라는 검사들에 의해 성적 표현에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농촌지역의 법원에 쇄도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셋째, 이 Jenkins판결에서 강조된 바와 같이 지역공동체의 배심원들에 의한 ‘명백한 공격성’ 기준의 충족여부에 대한 사실확정 결정은, 합리적인 배심원들에 의해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고 상급법원이 판단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한계를 지니는 것이 되었다.

넷째, 표현물이 그 독자나 관객의 호색적 흥미에 호소하는 명백히 공격적인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법원은 지역공동체 구성원 전부가 아니라 그 표현물이 주된 타깃으로 하는 ‘특수집단’(special group)의 반응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1966년의 Mishkin v. New York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변태성욕자집단을 주된 타겟으로 하는 가학 피학성 변태성욕, 일반적 변태성욕에 관한 책들의 판매에 대해 유죄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지역공동체 구성원 전부는 아닐지라도 이러한 변태성욕자집단의 구성원들은 호색적 흥미의 반응을 보였을 것이기 때문에 ‘호색적 흥미’의 기준은 만족되었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 이후부터 이러한 원칙을 ‘가변적 음란성의 원칙’(variable obscenity doctrine)이라 명명하게 되었다.

이렇듯 Miller판결이 제시한 3단계 음란성 판단기준은 후속판결들에 의해 그 의미가 보다 더 구체화되고 세련되어져 가는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단순히 나체장면을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음란물로 판정받지는 않게 된 것이다. 우리는 후속판결을 통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 모든 노력들이 성적 표현의 자유 ‘제한’보다는 ‘보장’을 위한 세부적인 룰을 마련하는 데 집중되고 있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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