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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봉 원장의 척추건강

[최일봉 원장의 척추건강] 솔제니친의 암병동

우리들병원 척추암클리닉 최일봉 원장 (www.wooridul.co.kr)

얼마 전 구 소련 반체제 작가이자 러시아의 ‘양심’으로 대변되는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솔제니친의 여러 작품 중 특히 1968년 발표된 소설 ‘암병동’은 현재까지도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소비에트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해 그의 문학에서뿐 아니라 동시대 러시아 문학의 정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암병동을 통해 당시 소련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지적한 소설이면서, 1950년대 말 작가 본인이 유형생활 중 진단받았던 말기암을 성공적으로 치료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 졌다. 죽음을 기다리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옛 소련 사회의 위기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지만 환자들의 육체와 정신 세계를 상세히 묘사해 암 전문의의 한 사람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이 소설의 배경은 지금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라는 도시의 암 전문 병원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이곳 암 센터에 두어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실제 소설처럼 상당히 낙후돼 있었다. 진찰실은 간단한 검진만을 받을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 치료 받을 때 사용하는 주사기와 주사 바늘조차도 모자라 환자나 보호자가 암시장에서 구해와야 했다. 말 그대로 특별할 것도 없는 치료를 받고 침대 위에 하염없이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일이었다.

의료진이나 진료 받는 사람들 모두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우리나라의 암병동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사실 우리 암병동은 첨단 기기, 첨단 시설, 첨단 치료 등 첨단 의학 속에 극렬한 전투적 분위기인 반면, 그곳은 전반적으로 삭막하다 못해 적막했다. 이곳은 생존을 향한 극적인 에너지가 있는 반면 그곳은 안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성찰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곳이나 이곳이나 모두 진정 환자들을 위한 편안한 암병동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우리나라 암치료 현실에서는 조용히 환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치료를 통해 얻는 새 생명,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물론 한국의 병원들이 소설 속 암병동보다 훨씬 많은 생명을 구해내고 그들의 삶을 연장시켜주고 있지만, 쫓기듯 획일적이고 복잡한 의료환경에 떠밀려 그들의 치료과정이나 치료 후 삶의 질, 가치까지는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뜻에서 Clean Cancer Center를 해보면 어떨까.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암병동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깨끗하게 암을 치료한다는 환자를 위한 개념인데 이를 위해 ‘비침습 수술’과 ‘최초 침습 수술’만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로봇 방사선수술, 면역, 줄기세포 치료 초음파, 동위원소 치료 등이 Clean Cancer Center를 성공적으로 완성시켜 줄 방법들이다. 현재는 이런 C.C.C 실현에 제한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계는 이미 비침습 수술을 주목하고 있으며 고통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는 분명히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의 형태가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환자들의 요구 때문이다. 암 전문의로써 점점 더 암치료는 단순 수명연장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의사는 정확하고 바른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환자 자신이 삶을 이어가는, 혹은 마감하는 방법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이다. 너무 발전해 오히려 혼란스러운 의료 현실에서 과연 무엇이 환자를 위한 좋은 치료인지에 대해 거듭 성찰해보게 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