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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음란물, 과연 사회에 독인가 약인가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1973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Miller판결이 내려진 바로 그날 Paris Adult Theatre v. Slaton(413 U.S. 49)판결도 같이 내려졌다. 이 판결의 주된 쟁점은 영화의 성격에 대한 공공에의 ‘필요한 경고’와 미성년자의 관람을 막는 내용의 문구가 영화관 주위에 게시된다면, 상업적 영화관에서의 음란한 영화의 상영이 주정부의 규제로부터 헌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음란물을 규제하는 주정부의 이익이 무엇이냐 하는 다소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을 통해 그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조지아주는 ‘파리성인극장(Paris Adult Theatre)’에서 상영된 두 편의 영화가 음란한 것으로 선언될 것과 그 상영이 금지될 것을 구하는 시민소원(civil complaints)을 제기했다. 그 두 편의 영화는 ‘성적 묘사가 덜 노골적인(soft-core)’ 성 영화였다. 그 성 영화 상영 극장에의 출입은 관습적으로 통상있는 일이었고, 영화의 내용을 알리는 그림간판도 없이 ‘애틀란타에서 가장 질높은 성인특작영화들(Atlanta’s Finest Feature Films)’이라는 비공격적인 게시문구가 극장주위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극장의 현관문에는 “성인극장: 당신은 21세 이상이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함. 나체를 보는 것이 비위에 거슬리면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1심법원인 사실심법원은 그 시민소원을 기각했지만 조지아주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심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피고인 파리성인극장이 연방대법원에 이 사건을 가지고 왔다.

Burger대법원장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상업적 영화관에서의 음란한 영화의 상영은 그 영화의 성격에 대한 공공에의 ‘정당한 경고’와 미성년자의 관람을 막는 내용의 문구가 영화관 주위에 게시된다 하더라도, 주정부의 규제로부터 헌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주정부는, 음란물의 상거래와 미성년자의 출입을 막는 소위 성인영화관을 포함한 공공 접객업소에서의 음란물의 전시를 규제할 적법한 공익적 차원의 이익을 가진다. 이 주정부의 이익은 음란물과 범죄, 음란물과 비도덕적 행위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분한 논쟁보다 더 우월하다. 주정부는 또한 ‘점잖은 사회(decent society)’를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개인에게 ‘별도로 분리되기는 했으나 공개된 장소(in a public, albeit discrete place)’에서 음란한 영화를 볼 권리를 주는 것은 다른 프라이버시들을 침해한다. 조지아주는 음란물의 상업적 전시가 사회를 부패시키고 타락시키는 경향을 가지며 결국은 반(反)사회적 행위를 조장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또 그 결론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Miller판결의 기준에 따라 이 사건을 다시 고려해보라면서 시민소원을 받아들인 주대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Roth판결에서 다수의견을 집필했던 Brennen대법관은 이 사건에서는 입장을 바꾸었다. Roth판결이 음란성은 명확히 정의되어질 수 있고 수정헌법 제1조의 가치들을 손상시킴이 없이 금지될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면서, 본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낸 것이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법원이 표현물의 규제에 적용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은 적절한 경고의 문제와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주와 연방의 사법부에 과중한 부담을 지운다는 문제도 발생시킨다. 하급심 법원에서 음란성 여부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은 연방대법원인 본 법원이 최종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때까지 불확정의 상태로 남게 된다. 음란성은 ‘호색적 흥미’나 ‘중대한 문학적 가치’와 같은 불명확한 개념들에 의해 정의되어져 왔다. 그것은 이러한 개념을 정의하는 사람의 경험, 사고방식, 개성에 의존하는 것이며 또한 표현의 뉘앙스와 표현 전달의 배경에 의존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의 접근에 의하면, 약간의 사회적 가치를 가지는 표현작품들도, 주정부가 헌법적 보호를 받기에는 그 표현의 사회적 가치가 충분히 ‘중대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 음란물로 치부되어 금지된다. 비록 도덕을 규제하는 데 있어서의 주정부의 이익이 하찮거나 부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주정부의 이익들이 그 표현물의 유포와 우송에 ‘동의하는 성인들(consenting adults)’에게 보호할 가치없는 표현물들이 유포되는 것을 금지하려는 주정부의 노력 때문에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헌법적 권리의 중대한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음란물을 금지함으로써 도덕을 규제하는 주정부의 이익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본 논의의 초점을 벗어난 것이며 잘못 정의된 것이다. 인간행위, 도덕, 성, 종교에 관한 증명되지 않은 가정들에 기초를 둔 음란억제의 노력이 수정헌법 제1조의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주법을 유효한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본 판결의 다수의견은 처음으로, 음란물의 판매나 전시를 금지하는 주정부 권한을 정당화하는 주의 이익이 어떤 것이냐를 밝혔다. 그것은 첫째, 음란성과 성범죄의 상관관계이다. 음란물과 성범죄의 발생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몇몇 증거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음란한 표현물이 그 관객이나 독자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발하거나 적어도 ‘성적으로 부도덕한 행동’을 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공동체 삶의 질이다. 주정부는 상거래에 대해서도 이익을 가지지만 주(州) 공동체내에서의 삶의 질 유지에도 이익을 가진다. 성인서적을 파는 서점이나 성인영화관을 포함한 음란물에 대한 상업적 거래는 이러한 주정부의 이익들과 조화될 수 없다. 셋째, 도덕적 분위기이다. 주정부는 사회의 도덕적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일정한 주의 이익을 가진다. 우리가 포르노그래피를 읽고 보느냐 여부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흔히 읽혀지고 보여지고 들려지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은 우리가 원하든 않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성적 표현물의 문학적, 예술적, 정치적, 혹은 과학적 가치와 이익형량이 되는 ‘점잖은 사회의 유지’라는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이익에도 문제가 있다. Paris Adult Theatre판결에서 보았듯이 이 이익은 음란물이 성범죄와 비도덕적겧部英맛?행위를 유발시키고 공동체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사회의 도덕적 분위기를 훼손한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Paris Adult Theatre사건의 반대의견에서 Brennen대법관이 잘 지적하고 있듯이 그 가정이 옳음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연구성과물도 없다. 오히려 자유주의자들의 연구결과인 ‘자유주의적 이론(liberal theory)’에 의하면, 많은 심리학자나 사회학자들의 실험결과는 공격적인 포르노그래피가 강간 등의 성범죄를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사회적으로 유용성을 가진다고 반박한다. 적당한 음란물은 사회에 독이 아니라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음란물을 꼭 규제해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이 Paris Adult Theatre판결의 선고를 통해 촉발되었고 그 후의 몇몇 판결들에서도 계속 이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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