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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Miller판결과 음란성 판단의 현대적 기준 정립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속시원한 음란성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계속하던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에 이르러 비교적 정밀한 삼단계기준을 제시하게 된다. Miller v. California(413 US 15)판결에 의해 보다 잘 다듬어진 음란성 판단의 기준이 제시된 것이다. 이 삼단계기준은 오늘 날 까지도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음란성 판단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Miller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Miller는 성인잡지의 판매를 광고하기 위해 대량의 우편 판매촉진운동을 벌였다. 광고 전단지는 그룹섹스를 하고 있는 다수의 남녀를 묘사하는 그림들을 담고 있어서 그 자체가 음란성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전단지들은 그 성인잡지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도 배달되었다. 이에 Miller는 고의적으로 음란한 표현물을 유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Burger 대법원장에 의해 쓰여진 다수의견은 표현물들이 사회적 가치의 벌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Memoirs판결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적절한 헌법적 기준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요지는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는 적절한 기준은, 첫째, 현시대의 지역공동체 기준들(contemporary local community standards)을 적용했을 때 그 표현물이 전체적으로 보아 평균인이 느끼기에 “호색적 흥미(prurient interest)에 호소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가,” 둘째, 그 표현물이 적용가능한 주법(州法)에 구체적으로 정의된 대로 성적 행위를 “명백히 공격적인 방법으로(in a patently offensive way) 묘사하는가,” 셋째, 전체적으로 보아 그 표현물이 “중대한(serious) 문학적, 예술적, 정치적 혹은 과학적 가치를 결하는 것인가”하는 세 가지 이다.

만약 어떤 표현물이 이 음란의 정의를 만족시킨다면, 그 표현물이 배달을 원치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배달되어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 표현물을 청소년들에게도 노출시킬 위험을 결과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라면, 주정부는 그것의 배포를 금지할 수 있다. 주(州)를 위해 구체적인 음란의 규제요건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기능이 아님을 우리는 강조한다. 그러나, 두 번째 음란성 판단의 기준인 ‘명백히 공격적인 방법으로’의 기준하에서 주형법(州刑法)이 무엇을 규제대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의 몇몇 쉬운 예를 보여주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첫째, 정상적이거나 성도착적인, 실제의 혹은 가상의, 성행위 그 자체에 대한 명백히 공격적인 묘사, 둘째, 자위행위, 배설행위, 남녀 성기의 외설적인(lewd) 노출에 관한 명백히 공격적인 묘사가 그것이다. 위의 세 번째 음란성 판단기준으로서 중대한 문학적, 예술적, 정치적, 사회적 가치를 가짐으로써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는 것의 예로는, 인체 해부에 관한 생생한 설명과 묘사를 담고 있는 의학서적들을 들 수 있다. 표현물들이 사회적 가치의 벌충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어야만 한다는 Memoirs 판결의 음란성 판단기준의 충족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실제로 검사가 이를 충족시키기 불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포기되어져야만 한다.

이 기준은 단지 한때 세 명의 대법관들에 의해서만 지지되어졌을 뿐 그 후에는 그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호색적 흥미’나 ‘명백히 공격적인 방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확정된 ‘전국적 기준(national standard)’은 없으며 세 기준 중 앞의 이 두 기준들은 현 시대의 지역공동체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배심원들이 결정해야 할 사실확정 단계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들 두 기준들은 본질적으로 ‘사실의 문제들’(questions of fact)이며 본 법원이 그러한 기준들이 50개 전체 주에 적용될 하나의 공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믿기에는 미합중국이 너무 크고 다양하다.

수정헌법 제1조의 어떠한 요건도, 어떤 표현물이 사실판단의 단계에서 음란한가의 여부를 배심원이 판단하려할 때, 가설적이고 불확정적인 “전국적 기준들”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Maine주나 Mississippi주의 시골지역 주민들이, 라스베가스 혹은 뉴욕시에서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성행위의 공개적인 묘사를 받아들이기를 수정헌법 제1조가 요구한다고 동조항을 해석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헌법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른 주의 주민들은 그 취향과 태도가 다르고 이 다양성은 ‘부과된 일체성이라는 절대주의’(absolutism of imposed uniformity)에 의해 묵살되어서도 안된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다 더 중시하면서 다수의견이 제시한 삼단계 음란성 판단기준에 이의를 제기한 Douglas대법관과 Brennen대법관의 반대의견도 개진되었다.

Miller 판결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현재의 미국판례법상의 음란성 판단기준이다. 만약 세 가지 기준들을 만족시킨다면, 문제가 된 표현물은 ‘음란한’ 것이며 미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 밖에 있게 된다. Miller 판결은 여러 측면에서 Memoirs 판결로부터 일종의 큰 방향전환을 한 것이었다.

첫째, Memoirs 판결의 기준은 그 충족여부를 증명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었으며 법정의견이 ‘상대적 다수의견’(plurality opinion)에 불과했기 때문에 하급심 법원들에게 명쾌한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둘째, 미 대법원은 배심원의 권한을 더 강화하기 위해 지역공동체기준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세 가지 음란성 판단의 기준들 중 앞의 두 기준인 ‘호색적 흥미에의 호소’나 ‘명백한 공격성’의 충족여부는 그 표현물에 대해 기소권이 행사된 그 지역의 지역공동체 기준에 따라 그 지역 배심원들에 의해 판단되게 되었다. 모든 음란성의 문제는 헌법적 문제였기 때문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법원이라는 기구가 이 음란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Miller판결은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한 결정권한의 분산 시도라는 성격도 분명 가지고 있었다.

셋째, Miller 판결은 주가 ‘하드코어(hard-core)’ 성행위의 묘사만 음란한 것으로 금지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다. 주는, 무엇이 금지되는가에 관한 ‘정당한 통고(fair notice)’를 요하는 수정헌법 제1조상의 필요를 총족시키고 표현행위에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초래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어떤 성행위가 하드코어 성행위로서 금지되는지를 주법에서 미리 밝혀야 했기 때문에,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본 바와 같이 그 묘사가 금지되는 하드코어 성행위의 몇 가지 예를 손수 제시했다.

넷째, Miller판결은 ‘전혀 사회적 가치를 벌충하지 못하는’의 기준을 ‘중대한 문학적, 예술적, 정치적 혹은 과학적으로 가치를 가지는’의 기준으로 대체했다. 이것은 Miller판결에서 나타난 음란규제에 관한 가장 중요한 혁명이다. 중대한 가치를 가지는 문학작품은 ‘호색성’과 ‘공격성’의 기준을 충족시키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공동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기준’이다. 그 후 Miller판결에서 개진된 음란성 판단의 삼단계기준이 가지는 의미와 내용은 많은 후속판결들에 의해 보다 더 구체화, 정교화되어 가면서 현재의 미국 판례법상의 음란성 판단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음란성’ 하면 ‘Miller판결’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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