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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통화옵션 계약(kiko)은 유효한 계약인가?

민병국 변호사 (공증인가반도합동법률사무소)

2008년의 중소기업은 성공한 회사 일수록 손해가 더 컸던 한해가 되어버렸다. 환율 전쟁에 말려든 기업들이 그랬다. 수출이 잘되었으나 환율이 떨어져 수출을 잘해도 환율 때문에 발생하는 손해로 걱정을 하고 있을때 기업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환헤지를 하도록 권고 겸 강제로 통화옵션계약(이하 통화옵션)을 체결하게 했다. 환율이 떨어져도 계약 당시 약정한 환율로 받을 수 있어 환율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리고 수개월은 그러한 혜택을 받기도 했다. 대가는 은행에 약간 지급하는 수수료다.

그러던 통화옵션에 기막힌 이변이 생겼다. 환율이 900원 하던 것이 떨어지기는 커녕 갑자기 1,050원으로 10%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는 통화옵션은 이제까지의 혜택과는 정반대로 차액의 두배의 벌금(이름을 무엇이라 하든)을 물게 돼 있는 구조였고 이로 인해 내로라하는 중소기업이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게 됐다. 즉 환율이 미리 정한 금액보다 일정금액 이하로 하락하면 계약이 무효가 되어 은행은 손해액이 한정 되지만 만일 1,050원 또는 그 이상으로 급등하면(한국은 지금 IMF사태시의 재난을 잊지 않고 있다) 고객이 물어야 하는 벌금에는 한도가 없이 커지게 되어 있다. 2003년 7월23일 국회에서 있었던 강만수 장관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말도 안 되는 부당한 계약이다.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이를 외화 사기라고까지 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을 정면 위반하고 있었다.

일 년 총 매출이 168억원인 기업이 260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면 천문학적인 수치가 아닌가? 기업전체가 입은 손실은 총 2조5,000억원 정도라는데 그 중 몇 개 중소기업이 입은 손실을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 나열한 기업은 신문에 공개된 중소 기업들이지만 대기업도 희생이 되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한 현실이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무모한 통화옵션계약은 첫째 당사자인 중소기업의 무지에 기인한 것이다. 담당 책임자에게 물으면 “은행을 믿고”, “은행이 하라고 해서”, “환헤지가 된다고 해서”하는 정도의 답변이 대부분이며 그 내용을 아는 사람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회사의 체제가 1인 회사 아니면 가족회사인 관계로 공식절차로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치는 법도 없었을 것이고 더구나 파생상품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인력도 없었을 것이다. 옵션계약을 체결한 은행들은 이로 인해 파산지경에 이르는 중소기업에 모르쇠로만 대응할 수 있을까. 아무 책임이 없이 무지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무차별 팔 비틀기로 차익을 남기고 입을 다물 수가 있을까? 근본적으로 이러한 계약은 무효는 아니라는 말인가?

환율에 대한 조사나 예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 모든 시장에서 미국 달러는 그 값이 하락했다. 그러므로 이에 초점을 맞추어 환헤지를 하려고 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일지 모른다. 여기에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은 정부의 외환정책이었다. 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고환율 정책을 인위적으로 추진해 대기업의 수출을 도왔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물가 폭등을 불러일으킨 결과를 놓고 또 환율상승을 막기 위하여 정부가 개입했다고 해서 신문마다 정부의 인위적인 외환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 난 후였다. 옵션계약으로 인해 회사의 생존이 어렵게 된 중소기업은 손을 놓고 은행에 목을 맬 것인가.

은행들은 하나같이 이와 같은 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은 이미 거래당사자들에게 사전에 고지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전에 고지했다고 하여 은행은 면책이 될 수 있을까. 심지어 국내 외국은행은 계약서를 영문으로 작성하고, 적용 법률을 외국 법률로 하고 분쟁시 재판을 외국에서 하도록 해 놓은 것도 있다고 듣고 있다. 그러한 계약이 그대로 이행돼야 할 것인가? 이러한 약관이야 말로 크게 문제가 돼야 한다. 파생상품의 위험이 있다고 이를 고지하면서 “이 계약은 단지 위험을 헤지하는 것이지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은행이 수수료외에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 아무런 변명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킬 수 있을까? 처음부터 은행에 큰 이익을 가져오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던 것이 문제다. 은행자신은 위험에 대한 헤지를 하면서 당사자인 중소기업에게는 전혀 위험 헤지를 알려 주지도 않았고,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어떠한 헤지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계약은 중소기업의 누구도 법률의견을 구한 적이 없다. 이러한 계약이 합법적인 계약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까만이 문제로 남아있다. 은행에 자금의 공급을 목매어 있는 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법률적인 쟁송을 벌일 수가 없다. 중소기업들이 연합하여 구제대책을 세우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번 옵션계약의 실수를 중소기업이 모두 여러가지로 자생의 기회로 삼아야겠지만, 이번 일을 법정분쟁으로 다투지 않고 조용히 손해를 감수한다면, 은행 측에서는 고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피해 기업들은 부당하게 입은 손해를 전보할 방법까지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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