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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I Know It When I See It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이미 본 바와 같이 1957년의 Roth판결에서는 두 개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제시되었다. 그 표현물이 ‘호색적 흥미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행해지는지의 여부’와 ‘현재를 기준으로 한 공동체사회의 평균인의 양심을 훼손하는지의 여부’가 그것이다. 물론 ‘사회적 중요성을 벌충하는지의 여부’도 Roth판결에서 분명 이야기되어졌지만 그것은 음란성 판단의 기준을 끌어내기 위한 추론과정에서 이야기되어졌을 뿐 음란성 판단의 두 가지 기준에서는 빠져있었다. 따라서 그 표현물이 사회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어 성적 표현물이 가지는 해악을 벌충하는 효과를 약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그 표현물이 음란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Harlan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잘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Roth 판결의 다수의견이 제시한 음란성 판단의 두 개 기준은 너무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특정한 표현물이 음란한가의 판단은 실제로 별 명백한 기준도 없이 ‘사실심 법원’(trial court)에 남겨지게 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1957년의 Roth 판결 이후로 약 16년 동안, 사실상 추상적인 Roth판결의 음란성 판단기준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어떤 뚜렷한 기준이 밝혀져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시기의 대법관들은 간혹 음란성 판단에 있어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는 그들 나름의 구체적 음란성 판단기준들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그 중 Roth판결이 내려진지 9년 후인 1966년에 선고된 판결로 A Book named ‘John Cleland’s Memoirs of a Woman of Pleasure’ v. Attorney General of Massachusetts(383 U.S. 413)사건 판결이 유명하다.

소설의 음란여부를 다룬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당시 매사추세츠주 형법은 음란물의 제작과 배포를 금지·처벌하고 있었다. 일명 ‘Fanny Hill’이라고도 불렸던 ‘쾌락의 여인에 대한 쟌 클러랜드의 회고록’(John Cleland’s Memoirs of a Woman of Pleasure)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음란하다고 판단되어지면서 저자가 이 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매사추세츠주 검찰총장에 의해 기소되었다. 이에 저자는 기소를 면해보고자 대법원에 이 책의 음란성 여부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묻게 되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재판관들의 입장은 여러 갈래로 찢어져 다수의견이 형성되지 못했다. 과반수인 5인에 미달한 3인의 대판관이 ‘상대적 다수의견’(plurality opinion)을 형성할 수 있었을 뿐이다. 비록 상대적 다수의견이긴 했지만, 이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Roth판결의 음란개념으로부터 뚜렷이 방향을 틀었고 음란성 심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Brennen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상대적 다수의견은, Roth판결의 음란성에 관한 정의(定義)하에서는 그 후속판결들에 명시된 바와 같이 세 가지 기준들이 각각 모두 충족되어야 음란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세 가지 기준으로 첫째, 그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체의 주제가 성(性)에 대한 ‘호색적 흥미에 호소하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성적 문제의 표현과 관련해 현시대의 공동체 기준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의미에서 ‘명백히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며, 셋째, 그 표현물은 ‘사회적 가치를 전혀 벌충할 수 없는 것’(utterly without redeeming social importance)이어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Roth판결에서는 세 번째 음란성 판단기준인 ‘사회적 중요성을 전혀 벌충할 수 없는 것’을 음란성의 판단기준으로 단지 암시하기만 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Memoirs판결은 이 세 번째 기준이 음란성의 증명을 위해서는 확실히 적극적으로 충족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상대적 다수의견은 소설 ‘Fanny Hill’이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은 충족시켰으나 이 소설을 세 번째 기준인 “사회적 중요성을 전혀 벌충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하면서 음란성을 부정했다. 이 소설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적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많은 반대의견들이 있었지만, 특히 Clark대법관의 반대의견이 대표적이다. 그는 상대적 다수의견이 밝힌 음란성 판단의 세 번째 기준인 ‘사회적 중요성’의 충족여부는 ‘호색적 흥미에의 호소’, ‘명백한 공격성’의 첫 번째, 두 번째 기준을 만족시키는 증거들을 가지고 이 두 기준과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따라서 ‘사회적 중요성’의 기준은 독립적인 음란성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다른 두 기준에의 충족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보조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그는 소설 ‘Fanny Hill’이 음란성 판단의 두 독립적 기준인 ‘호색적 흥미에의 호소’와 ‘명백한 공격성’의 기준을 충족시키므로 음란한 것이고 따라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 밖에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Roth판결에서의 용어와 표현들을 일부 반복하기는 했지만, Memoirs판결의 상대적 다수의견은 크게 변화된 음란성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세 번째 기준은 검사들로 하여금 그 표현물이 “사회적 가치를 전혀 벌충하지 못한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하게 했는데, 이것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유죄’(guilty beyond a reasonable doubt)라는 미국 형사사건의 입증책임 기준 하에서는 실제로 그 입증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전혀 일말의 사회적 가치도 가지지 않는 성적(性的) 표현물이란 사실상 있을 수 없으며 입증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Memoirs판결의 상대적 다수의견에서 제시한 세 번째 기준을 적용하면 음란물로 판정받을 성적 표현물이 하나도 없게 된다.

Memoirs판결에서 다수의견 없이 재판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고, 상대적 다수의견에 의해 제시된 음란성 판단기준에 대해서도 비판의 여지가 크다는 점은, 음란성에 대한 개념정의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가장 유명한 예가 1964년 Jacobellis v. Ohio사건 판결에서의 Stewart대법관의 동조의견이다. 그의 판단으로는 Roth판결의 원칙하에서 금지될 수 있는 유일한 성적 표현물이 ‘성묘사가 노골적인 포르노그래피’(hard-core pornography)인데 이것을 그는 도저히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표현물이 음란한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인가는 오직 “그것을 보면 알 수 있다”(I know it when I see it)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일단 표현물을 보면 그것이 음란물인지 아닌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음란물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음란물인가 아닌가는 “봐야 알 수 있다”는 Stewart대법관의 다소 무책임한 이 말이 오히려 재판관으로서의 솔직한 자기고백이 아닐까. 여하튼 1973년의 Miller v. California사건에서 다수의견을 통해 비교적 정치한 삼단계 음란판단기준을 제시할 때까지,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들은 속시원한 음란성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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