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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존엄사’ 허용여부 - 반대

신동선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솔)

지난 17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여·75)씨의 가족들이 어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병원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건수 부장판사) 주재로 열렸다. 환자측 신현호 변호사는 치료중단은 환자의 권리이며 만약 자기결정으로 인공호흡기를 거부하는 경우 의사는 치료를 중단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병원측 신동선 변호사는 환자의 명시적 의사가 있는 경우에도 생명단축을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양측 대리인으로부터 안락사 인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듣는다. 〈편집자주〉


1962년 일본 나고야 고등법원은 안락사의 허용조건을 판례로 밝힌 바 있는데 이에 의하면 안락사가 허용되기 위하여는 ① 현대 의학의 견지에서 환자가 불치의 질병에 걸려있고 사기가 임박해 있을 것, ② 환자의 육체적 고통이 격심할 것, ③ 안락사가 오로지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완화할 목적으로 행해질 것, ④ 환자의 진지하고도 명시적인 촉탁 또는 승낙이 있을 것, ⑤ 안락사를 시행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의사일 것, ⑥ 안락사 시행의 방법이 윤리적으로 타당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요건들 중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면 “환자의 진지하고도 명시적인 촉탁 또는 승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락사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생명이 단축되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를 가장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명시적인 의사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나누어서 안락사의 허용여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당사자의 명시적 의사가 없는 경우는 적극적 안락사이든 소극적 안락사이든 안락사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죽음을 두려워하고 될 수 있으면 이를 피하려고 한다. 생명권은 인간 기본권 중 가장 본질적인 가치이고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이해되고 있으며 우리 현행 헌법과 형법 역시 인간의 생명존중과 그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② 우리나라는 현재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으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국가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는 모두 인간의 근본가치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는데 당사자의 명시적인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방향과는 모순되며, 생명경시 풍조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③ 또한 본인의 명시적 의사가 없는 경우는 대부분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경우일 것인데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려는 안락사의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당사자의 명시적 의사가 있는 경우는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를 나누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생명단축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적극적 안락사의 경우 타인의 행위에 의한 생명단축이라는 점에서 살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고통이 아무리 극심해도 촉탁, 승낙에 의한 살인이 금지되듯이 타인에 의한 적극적 안락사도 허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역시 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크며,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생명을 상대화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입장에서는 의료인의 시술을 통하면 남용의 위험이 줄어들 수 있으며, 안락사도 치료행위의 일종이므로 의료인이 이를 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라 함은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타인의 생명을 감축시키는 행위가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모순이고 의료인들에게 이러한 행위를 제도적으로 강요하는 것도 의료인의 기본윤리와 어긋나며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는 생명을 연명하는 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명시적인 의사가 있다면 허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극적 안락사 역시 남용의 위험이 있으므로 제3의 공적기구를 설립하고 일정한 심사를 거치게 하여 이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환자에게 죽음이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적·육체적고통이 완화되도록 도와주며,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제도가 어느 정도 활성화된 후에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