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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존엄사’ 허용여부 - 찬성

신현호 변호사 (법학박사)

지난 17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여?5)씨의 가족들이 어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병원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건수 부장판사) 주재로 열렸다. 환자측 신현호 변호사는 치료중단은 환자의 권리이며 만약 자기결정으로 인공호흡기를 거부하는 경우 의사는 치료를 중단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병원측 신동선 변호사는 환자의 명시적 의사가 있는 경우에도 생명단축을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양측 대리인으로부터 안락사 인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듣는다. 〈편집자주〉


인간은 운명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생명이 있어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불치병자에게 ‘마지막 숨을 쉴 수 있을 때까지’ 살아있으라고 하는 것 역시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 안락사는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응하여 ‘인간답게 죽을 권리’라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이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안락한 죽음’을 원하는 환자에게 ‘선한 의도로 이루어진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지만, 그 안에 ‘죽임’이라는 부정적인 의도가 있어 악용될 우려가 있다.

존엄사 내지 자연사란 의식 없이 인공심폐기에 의하여 연장되는 환자가 자기결정으로 생명연장조치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때의 죽음은 자기결정에 따른 치료중단의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닌 점에서 안락사와 구별된다.

국가에 의한 무조건적 생명보호가 말기환자에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오히려 해할 수 있다. 삶을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길이를 고통스럽게 늘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라매병원사건에 대한 오해

‘연명치료로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짧더라도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낫다’는 의료윤리학의 일반론에 따라 그동안 적극적 안락사만 불법으로 보아왔고, 소극적 안락사나 간접적 안락사는 치료의 한 형태로서 형법이 간섭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7년 발생한 보라매병원사건에서 법원은 회복가능한 환자의 동의없이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회복불가능한 환자조차 치료를 중단하면 살인이 된다고 판시한 것이 아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여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살인죄나 과실치사죄가 되지 않는다. 치료중단으로 자연스럽게 사망한 것일 뿐, 의사가 죽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치료중단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죽음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위법한 행위로서 형법상 상해죄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판결 후 의료기관에서는 모든 치료중단행위는 살인이 된다고 잘못 알려지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부추기는 사회병리현상이 나타났다.

치료주권의 소재

치료주권은 환자에게 있고, 의사는 치료의 협력자이다.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달지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의사는 자율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설명의무를 지고 있다. 만약 자기결정으로 인공호흡기를 거부하는 경우 의사는 치료중단의무가 있고, 이때 보증인적 지위는 면제된다.

현대 의학은 죽음도 삶의 일부로서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복불가능한 경우 네덜란드나 벨기에 등에서는 소극적 안락사는 물론 의사조력자살까지 허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형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전단적 의료행위에 대해 자유형과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여호와의 증인이 대량출혈로 위험에 처하자 동의없이 수혈하여 살렸지만 종교권을 침해했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하게 했다.
법원개입과 입법의 필요성

치료중단은 찬반양론을 떠나 환자의 권리이나, 오·남용을 방지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치료비부담이 없는 사회보장제도와 법원의 개입이 필요하다. 치료중단방법에 관하여 인공호흡기제거 외에 영양과 수분공급도 투약과 같이 보아 중단해야 할지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결정으로 치료가 ‘중단’된 후에도 끊임없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고통경감을 위한 조치를 행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다해야 하고, 환자를 ‘방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조치를 환자의 추정적 의사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나, 그 동의절차나 요건에 관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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