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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내 자녀를 꼭 학교에 보내야 하나

임지봉 교수

종교행위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0년대 이전과 이후에 명확히 변화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 이전에는 종교행위에 대한 정부 ‘규제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위헌여부를 판단했다. 즉 규제의 목적이 종교적으로 중립적이라면 합헌이지만, 규제의 목적이 불합리하고 종교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특정 종교에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할 경우 종교행위의 자유 폭이 좁아진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는 연방대법원이 종교행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 ‘이단계심사’(two step test)를 채택하면서 종교행위의 자유 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 이단계심사에 의하면, 우선 법원은 개인의 종교에 가해지는 ‘부담의 심각성’을 조사한다. 만약 그 부담이 중대하면, 주정부는 첫째, 그 법이 ‘긴절한 주(州)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좁게 구체적으로 입법화’되었음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리고 둘째, 경미한 다른 대안으로는 그 긴절한 주(州)의 이익을 달성할 수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종교행위에 대한 규제의 목적만을 심사하던 1960년대 이전의 입장에서 벗어나 그 규제로 인해 침해받는 개인의 종교행위의 자유도 함께 고려되게 된 것이다. ‘정부의 규제 이익’과 그 규제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의 이익’이 같이 고려된다는 점에서 이 이단계심사는 ‘이익형량심사’(balancing of interests)의 모습을 띠고 있다.

개인의 종교행위의 자유와 의무교육기간을 준수하게 하려는 주(州)의 이익이 충돌한 사건에 이 이단계심사를 적용한 것으로 연방대법원의 1972년 Wisconsin v. Yoder(406 US 205)판결이 유명하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Wisconsin주 주법(州法)은 모든 아동들이 공립학교건 사립학교건 16세까지는 학교에 다닐 것을 요구했다. 보통 14세를 의무교육기간으로 정한 다른 대부분의 주(州)들보다 Wisconsin주에서는 의무교육기간이 2년 더 길었던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 아만파(Amish) 교도 Yoder, Yutz, Miller는 그들의 종교적 교의(敎義) 때문에 자녀들을 14세때인 초등학교 8학년 이후에는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아만파 교의에 의하면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아만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치들이 이러한 생활방식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Yoder, Yutz, Miller는 Wisconsin주의 의무교육법 위반으로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 후 그들은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에 가지고 갔다.

Burger대법원장이 집필한 다수의견은, 주(州)정부가 수정헌법 제1조의 종교의 자유의 가치를 넘어 특정연령까지 의무교육을 강제할 ‘절대적’ 권리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종교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16세까지의 의무교육을 강요하고 있는 Wisconsin주 의무교육법을 위헌이라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모든 주(州)는 학령아동의 부모들에게 특정 연령까지 의무교육을 요구할 강한 이익을 가진다. 그러나 그러한 이익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수정헌법 제1조상의 종교의 자유조항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들과 “비교형량”(balanced) 되어져야만 한다. 물론 이때 수정헌법 제1조의 종교의 자유는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조항을 통해 주(州)에게도 적용되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의무교육기간을 다른 주(州)보다 2년 더 늘린 Wisconsin주의 이익은 그러한 의무교육 연장을 막고자 하는 아만파의 종교적 이익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그러한 의무교육기간 연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현대사회에 대한 준비를 시키는 데에는 필요할지 몰라도 농업공동체사회인 아만파 공동체에서 평생을 살 아동들에게는 불필요한 것이다. 사실상 그러한 교육은 농업공동체를 유지한다는 아만파의 중심 교리에 따른 종교적 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다.

합헌의 반대의견도 있었다. Douglas대법관은 유일하게 Wisconsin주 주법이 합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아만파 아동들이 헌법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들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그 부모들의 이익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반대의견의 논리로 들었다.

이 판결이 가지는 가치는 무엇보다도 종교의 자유와 충돌을 일으키는 주법의 합헌성 심사에 이단계심사를 통한 이익형량심사가 사용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종교의 자유 관련 사건들에서 주정부에 의한 긴절한 주(州)의 이익 입증을 필요로 하지만 종교적 행위가 관련된 사건에서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단순 이익형량심사가 적용될 뿐이다. 그러나 소위 종교의 자유처럼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기본권들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그러한 이익형량심사에 관련된 주(州)의 이익들은 ‘실질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종교행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 어떤 종교적 관행이 그 종교에서 얼마나 중심적 위치를 가지느냐에 관한 ‘중심성’의 문제와 종교행위의 자유를 주장하는 자들의 신앙이 얼마나 진실성을 가지느냐에 관한 ‘진실성’의 문제가 사법적 판단에서 곧잘 중요시 되곤 한다. 종교행위의 자유 주장을 해결하는데 있어 법원은 법규정이나 정부의 행위가 종교행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종교적 신앙 자체의 진실성이나 허구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원은 그 종교적 신앙을 ‘진실되게 갖게 된 것이냐’에 대해 조사할 수는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또한 이 Wisconsin v. Yoder판결에서 본 바와 같이 종교행위의 자유에 대한 ‘부담의 중대성’을 평가함에 있어 신앙이나 종교적 관행이 그 종교에서 얼마나 중심적 위치를 가지는가를 계속해서 고려해왔다. ‘중심성’도 사법적 판단에서 고려된 것이다.

정부가 개인에게 그가 믿는 종교의 중심 교의에 반하는 관행들에 종사하도록 요구할 때, 그것은 종교행위의 자유에 직접적 부담을 부과하는 것이 된다. 오직 긴절한(compelled) 혹은 최우선적(overriding) 정부이익 만이 종교행위의 자유에 그러한 중대한 부담을 지우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뿐이다. 이 Wisconsin v. Yoder판결에서 8학년 이후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지 않아 16세까지의 공교육을 강요하고 있는 주법에 위반된 아만파 교회 신도들에 대한 주정부의 기소가 종교행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한 것도 그 한 예이다. 이익형량심사를 행하면서, 연방대법원은 아만파 교회 신도들이 고등학교 의무교육의 요건을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비공식적인 직업교육을 계속하는 대안적 방식을 그들이 행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무겁고 어려운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러한 주정부의 기소를 무효라고 선언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그러한 상황에서 종교행위의 자유라는 정당한 요구는 주정부의 이익들보다 우선한다고 판시해오고 있다. 그러나 군인 및 군무원들에 의한 종교행위 자유 주장들을 심사하는데 있어서는 법원이 정부 권한을 극단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국방상의 이익들이 같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부의 규제 이익 못지 않게 개인의 종교행위 자유의 이익을 중시하는 심사기준을 채택함으로써, 미국 땅에서 ‘종교의 자유’가 더 폭넓게 보장되는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종교의 ‘자유’가 더 ‘자유답게’ 된 것이다.

서강대 법대 교수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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