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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왜 꼭 일요일에만 쉬어야 하는가

임지봉 교수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자유로운 종교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못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정교분리원칙은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두 가지 내용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수정헌법 제1조가 규정한 ‘종교행위의 자유’(Free Exercise of Religion)도 ‘종교의 자유’의 또 다른 한 축이 되는 것이다. 수정헌법 제1조의 종교의 자유 조항이 함께 규정하고 있는 이 ‘정교분리원칙’과 ‘종교행위의 자유’는 서로 동전의 양면과 같이 깊이 연관돼 있다. 정교분리원칙에서 종교에 대한 정부 개입과 그 한계가 주된 쟁점이 되었듯이, ‘종교행위의 자유에서도 개인이나 종교단체의 각종 종교행위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합헌적 제한이 될 수 있느냐’가 주된 화두가 된다. 만약 정부가 종교를 이유로 사람들에게 부담을 준다면, 종교행위의 자유 조항에 위배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들은 ‘세속적인 공공의 복리’를 목표로 추구하면서 단지 부수적으로 종교적 신앙에 부담을 지우거나 일정한 종교적 신념을 강요한다. 종교적 신념의 강요 금지는 ‘자유로운 종교행위’ 요구의 본질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래 전부터 무수한 판결들을 통해 ‘세속적인 공공복리의 정부이익’을 ‘개인의 자유로운 종교행위의 이익’과 조정하는 작업에 열중해왔다. 1963년에 내려진 Sherbert v. Verner(347 US 398)판결은 전자보다는 후자를 우선시한 판결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Sherbert는 토요일을 안식일로 정하고 있는 ‘제7일 안식교’(Seventh Day Adventist)의 신도였다. 그녀는 그녀가 믿는 종교의 안식일인 토요일에 일하기를 거부한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그런데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실업수당 지급을 결정하는 주정부 고용안전위원회(Employment Security Commission)는 Sherbert의 토요일 출근 거부가 일할 수 있는데 정당한 이유없이 일하지 않은 것에 해당되기 때문에 Sherbert는 실업수당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주법은 어떤 근로자도 일요일에 일할 것을 요구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Brennen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자신의 종교적 안식일에 일하기를 거절한 이유로 해고된 근로자에게 주정부가 실업수당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주정부가 근로자의 종교적 안식일과 관련된 종교적 원칙을 포기하게 하려고 실업수당에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근로자의 종교행위의 자유에 위헌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 된다. Sherbert는 주법에 의해 자신의 종교를 따르거나 실업수당을 받거나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한 선택은 토요일을 안식일로 삼는데 대해 벌금을 과하는 것과 똑같이 자유로운 종교행위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 된다. 더 나아가 아무도 일요일에는 일하도록 강요받지 않는다고 주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주정부가 일요일을 안식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정부는 Sherbert의 자유로운 종교행위에 대한 이러한 부담을 정당화할만한 ‘긴절한 정부의 이익’(compelling governmental interest)을 입증해내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러한 부담은 위헌이다. 이 사건은 일요일만을 휴일로 삼게 한 ‘일요일 휴업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1961년의 Braunfield v. Brown사건과는 구분된다. 그 사건에서 주정부는 주내(州內)의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하나의 통일된 휴일을 제공하는 데에 ‘긴절한 정부의 이익’이 존재함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18세기 미국에서는 청교도적 금욕주의에 따라 특히 주일에 법으로 유흥이나 오락을 엄격히 금했다. 이런 법들을 ‘청교도적 금법’(Blue Laws)이라 부른다. 따라서 초기 미국에서는 휴일이 무슨 요일이냐가 종교와의 관련 속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이 판결 이전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법상의 ‘종교행위의 자유’조항에 근거해 ‘일요일 휴업법’들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일요일 휴업법’이 일요일 이외의 날을 안식일로 삼는 ‘안식일 엄수주의자’(Sabbatarian)들에게 단지 간접적인 경제적 부담만 부과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통일된 휴일을 가지는데 따른 주정부의 이익과 개인의 종교행위의 자유가 이익형량됐고, 개인의 종교행위의 자유 주장보다 통일된 휴일을 가지는데 따른 주정부의 이익이 더 우선시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 Sherbert v. Verner사건 판결문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Braunfield v. Brown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토요일을 안식일로 경축해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가게를 연 정통 유태교 상인이 ‘일요일 휴업법’에 의해 유효하게 기소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주정부가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일반적인 법률을 제정해 행위를 규제할 때 그 법의 목적과 주요한 효과가 주정부의 세속적 목표 달성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또 만약 주정부가 그러한 부담을 부과하지 않고는 그 법률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라면, 종교 교의(敎義)의 준수에 따른 경제적 곤궁과 같은 간접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 법률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Sherbert v. Verner사건에서의 핵심쟁점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정부가 종교행위의 자유를 포함한 헌법상 권리들의 양보를 정부 제공의 각종 수당 수령조건으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고 연방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없다’라고 대답했다. 실업수당과 같은 공적 수당의 수령에 이를 조건으로 삼는 것은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종교행위의 자유에 중대한 부담을 부과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엄격심사를 적용하면서 헌법상의 가치들에 대한 다른 경미한 제한수단들에 의해서는 실현될 수 없는 ‘긴절한 정부의 이익’만이 그러한 강제를 정당화시킬 수 있을 뿐이라는 점도 이 판결에서 강조됐다.

일정한 종교 관행들의 금지와 관련해, 특정형태의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주(州)형법에 대한 위헌심사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항상 엄격심사를 적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 Sherbert판결에서 사용된 엄격심사는 실업수당의 문맥 밖에서는 종교행위의 자유 제한과 관련된 정부행위를 무효화시키는데 사용된 적이 결코 없었다. 엄격심사를 적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적용가능한 법률을 무시할 권리를 개인들에게 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어떤 종교적 관행이 그 종교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엄격심사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관행이 그 종교에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인가는 판사가 판단하기에 적절치 않은 사항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Sherbert v. Verner사건 판결을 통해, 미국 연방헌법상의 ‘종교행위의 자유’조항을 근거로 종교행위에 대한 일체의 정부 간섭을 배제하려는 종교집단과 ‘세속적인 공공복리’를 이유로 종교행위에 제한을 가하려는 주정부 사이의 기나긴 투쟁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왜 꼭 일요일에만 쉬어야 하느냐’는 다소 당돌하고 엉뚱한 문제 제기에 대해 이를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이던 과거의 타성을 깨고 새롭고 다양한 주장과 대응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을 뚫고 솟아오른 봄날의 꽃처럼 ‘종교행위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논쟁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서강대 법대 교수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