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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공립학교 행사에서의 기도와 정교분리원칙

임지봉 교수

공립학교에서 수업 시작 직전 등에 특정 종파의 기도문을 암송하게 하거나 기도를 하게 하는 것이 정교분리원칙 위배이냐가 한 때 미국에서 크게 다투어졌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교분리원칙 위배라는 입장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1992년의 Lee v. Weisman(505 U.S. 577)판결은 공립 고등학교 졸업식 행사에서 학교의 지원을 받아 성직자가 기도를 이끄는 것을 위헌이라 선언한 판결로 유명하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유태계 학교 위원회’(Providence School Committee)의 허락을 받아 중학교 교장으로 있는 Lee교장이 중학교 졸업식에서 기도와 축원의식을 집전하게 하기 위해 랍비 Gutterman을 졸업식에 초대했다. 그 유태계 학교 졸업식에는 학생들의 참석이 강제된 것은 아니었다. 학교 절차에 따라 Lee는 Gutterman에게 비종파적 기도문을 암송하라는 지침을 주었다. David Weisman은 그와 그의 딸 Deborah를 대신해 랍비 Gutterman이 그의 딸 Deborah의 졸업식에서 기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학교측을 상대로 냈다. 그 가처분 신청은 기각당했고 Deborah는 졸업식에 참석했다. 랍비 Gutterman이 기도를 하는 동안 학생들은 수 분 동안 서 있었다. 그 후 Deborah가 유태계 공립 고등학교 학생이 되어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도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Weisman의 소송은 계속되었다. 연방지방법원은 그 기도가 헌법상의 정교분리조항에 위배된다고 판시했고 미래의 졸업식에 학교측이 기도와 축원을 위해 성직자를 초대하는 것을 영원히 금지하였다. 연방항소법원도 이 판결을 인용했다.

Kennedy 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공립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종교적 기도나 축원들이 행하질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이 사건에서 주(州)공무원들은 공립학교 졸업식에서 공식적이고 명확한 종교행사를 행할 것을 지시했다. Lee 교장은 어떤 기도를 행하고, 기도를 누가 주도하는지를 결정했고 기도를 위해 문서화된 지침을 주었다. 심지어 종교적 행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도 그 졸업식 참석이 사실상 강제되었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들 중의 하나이다. 졸업식 참석이 ‘강제적’인 것이 아니고 ‘자발적’이라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형식적인 말일 뿐이다. 공립학교에서의 그러한 기도는 특별한 강제의 위험을 수반한다. 참석 학생들에게는 같은 학생들로부터 일종의 공적인 압력이 행사되어 학생들은 그룹으로 서있게 되거나 존경심에서 우러나오는 침묵을 유지하게 된다. 그 기도에 반대하는 학생도 다른 사람들이 기도시 그가 서 있는 것을 그 기도에 대한 승인으로 간주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수정헌법 제1조는 반대자들이 주(州)의 기능에서 종교적 원칙들과의 타협을 피하는 일방적이고 사적인 행동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부터 그들 반대자들을 보호한다. 기도의 내용이 ‘비종파적’이라는 사실이 정부 개입을 수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하급심 판결을 인용한다.

Blackmun 대법관은 위헌의 동조의견을 내어, 정교분리조항이 정부의 강요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종교적 행위들에 대한 어떤 정부 개입도 금하는 것이며 본 사건의 핵심은 주정부가 종교적 행위에 승인의 도장을 찍었는가 여부로 귀결될 수 있고, 본 사건에선 정부가 그러한 승인의 도장을 찍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Souter 대법관도 위헌의 동조의견을 냈다. 다음은 그 주장의 요지이다. 수정헌법 제1조의 역사는 정교분리조항이 특정 종교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종교 일반에 관한 지원도 금하고 있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지한다. 기도의 내용이 ‘종파적’인가 ‘비종파적’인가의 구별은 특정 기도가 충분히 보편적인가에 관한 위헌적 물음에 법원을 개입시킬 수 있다. 정부의 강요가 있었느냐의 입증은 정교분리조항 위반의 입증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만약 정부 강요가 정교분리조항 위배에 필요한 요건의 하나라면, 정교분리조항은 중언부언이 될 것이다. 미국 헌법 기초자들의 저술과 관행들을 통해 볼 때 주정부의 강요에 대한 단순한 금지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로 정교분리조항이 사용되어졌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Scalia 대법관은 합헌의 반대의견을 내었다. 그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졸업식 등 공적인 축하행사에서 비종파적 기도를 행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전통이다. 헌법 기초자들에서 현재의 대통령, 연방의회, 연방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정부지도자들은 기도로 공적인 기능들을 시작했다. Deborah는 기도하도록 강요받지 않았다. 기도하는 군중 속에 서있는 것이 반드시 그 기도를 승인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종교적 믿음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며 우리 학교들이 길러야 할 한 시민으로서의 덕성이다. 정교분리조항은 불참시 벌칙의 위협이 따르는 종교적 행위가 주(州)에 의해 행해지는 것을 금지할 뿐이다.

본 사건 판결에서 Scalia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연방대법원이 Lemon v. Kurtzman 판결에서 나온 삼단계 심사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Lemon 심사기준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한 판례법상의 대원칙이 아님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Kennedy 대법관은 다수의견에서 Lemon 심사기준을 다시 고려할 것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 Kennedy 대법관과 Souter대법관은 비록 Lemon 심사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인정하고 인용하기는 했다. Stevens 대법관과 O’Connor 대법관이 가담하고 Blackmun 대법관이 집필한 동조의견은 Lemon 심사기준이 여전히 모든 정교분리조항 관련 사건들에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도, 성경 읽기, 묵상, 기타 종교적 행사들과 관련해, 성경이나 종교에 대한 객관적 학습이 세속적인 학습프로그램의 일부분으로 포함될 수는 있는 반면에, 정부는 학교에 종교적 행사를 요구할 수는 없다. 비종파적이든 아니든 기도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른 종교적 행사를 요구하는 것은 종교를 지원하는 목적과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62년의 Engel v. Vitale 판결에서도 학교 이사회에서 만든 기도문을 암송하게 하는 것이 이런 의미에서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한 종교행사에 종교적으로 반대하는 학생들을 강제했음을 회피하려고 참석 여부를 자유에 맡긴다거나 그런 학생은 참여를 면제해주는 조건을 달더라도 여전히 위헌이다. 주정부가 정교분리조항에 위반해 종교를 지원하거나 장려하게 되면, 종교행사의 자유를 수용했다는 주정부의 주장은 정부행위의 위헌성 판단에 별 상관이 없게 된다. 묵상은 기도를 촉진하고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 고안된 종교적 행사의 하나이므로 정교분리조항에 위배된다. 그러나 기도나 종교에 대한 언급이 없는 묵상이 정교분리조항에 위배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공립 고등학교 졸업식 행사에서 학교의 지원을 받아 성직자가 기도를 이끄는 것이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임을 분명히 한 점이 위의 Lee v. Weisman 판결이 정교분리원칙의 법리 발달에 기여한 바라면 기여한 바라 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종교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기도가 공립학교 행사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행사 참여가 비록 ‘자발적 참여’의 미명하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정교분리원칙 위반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서강대 법대 교수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