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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크리스마스 장식과 정교분리원칙

임지봉 교수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트리를 비롯한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여기저기에 등장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 크리스마스 장식들 중에는 구유 속의 아기예수상, 즉 예수 강탄(降誕) 장면도 간혹 눈에 띈다. 그런데 이 예수 강탄 장면은 크리스마스트리 등 여타의 크리스마스 장식들보다 더 많은 종교적 함의를 품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아기 예수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면서 아기 예수 탄생의 종교적 의미를 강하게 암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바로 이 예수 강탄(nativity) 장면을 포함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당국이 시(市)의 돈으로 설치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가 크게 다투어진 적이 있었다. 1984년의 Lynch v. Donnelly(465 U.S. 668)판결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판결을 통해 연방대법원은 시청 크리스마스 장식의 일부로서 예수 강탄 장면을 포함시키는 것은 합헌이라며 시당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Rhode Island주의 Pawtucket시 당국은 시내 중심가 쇼핑구역을 소유하고 있었고 여기에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다. 그 장식에는 다른 장식들과 함께 산타의 집, 크리스마스트리, 동물형상을 오린 것, 색전등, 실물 크기의 예수 강탄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Donnelly 등 몇몇 Pawtucket시 주민들은, 그 장식 속에 예수 강탄 장면이 존재하는 것이 기독교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정교분리조항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당국이 40년 이상 해온 관행대로 매년 시청 앞 크리스마스 장식에 예수 강탄 장면을 포함시키는 것을 금하도록 하는 법원의 명령을 소송을 통해 구하고자 했다. 그들은 예수 강탄 장면을 포함시키는 것이 기독교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보았다. 연방지방법원은 이들 주민들의 손을 들어 주어, 시당국이 예수 강탄 장면을 전시물에 영구히 넣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명령장을 발부했다. 연방항소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고, 이에 Pawtucket시는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으며, 연방대법원은 사건이송명령장을 발부하여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게 되었다. 연방대법원의 대법관들은 합헌의견 5인 대 위헌의견 4인으로 그 입장이 첨예하게 갈라졌다. Burger대법원장에 의해 집필된 5인의 다수의견은 헌법상의 정교분리조항이 예수 강탄 장면을 지방자치단체의 크리스마스 전시에 포함시키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의 예수 강탄 장면은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존재를 인정하는 다른 무해한 상징물들이 그러하듯 기독교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시당국이 전시물에 그 장면을 포함시킨 목적은 크리스마스 휴일의 기원을 기념하고 묘사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정당한 세속적 목적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예수 강탄 장면을 크리스마스 장식에 포함시키는 것은 위헌이 아니다. 하급심판결을 파기한다.

위헌과 합헌의견이 4대 4로 첨예하게 갈린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O’Connor대법관은 합헌의 결론은 같지만 합헌의 결론에 이른 근거를 다수의견과는 다르게 본 동조의견을 냈다. 이 동조의견을 통해 O’Connor대법관은 정교분리조항 위배 여부의 전통적인 판단기준을 버리고 정부가 특정종교를 승인하려는 의도를 가졌는지 혹은 특정 종교를 승인하려한 것으로 파악될 수 있는지를 새로운 판단기준으로 삼고자 했다. 이러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의할 때, Pawtucket시가 예수 강탄 장면을 전시물에 포함시킨 것이 기독교를 승인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거나 기독교를 승인하려 한 것으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면서, 시당국의 행위가 헌법상의 정교분리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한 대법권도 4인이나 되었다. 그 중 Brennen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예수 강탄 장면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 정서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에 그 장면을 전시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분명히 종교에 대한 정부의 허용될 수 없는 간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Blackmun대법관도 지방자치단체의 전시물에 종교적 상징을 사용하는 것이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그것의 상징적 의미를 인지하게 하고 비기독교인들을 경원시하게 하므로 신성한 상징물의 오용이라는 위헌주장을 폈다.

이 판결을 통해 연방대법원은 예수 강탄 장면을 크리스마스 장식에 포함시킨 목적이나 기대효과가 시당국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기독교 신앙과 연관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다수의견은 크리스마스 장식의 의미를 시당국이 국가 공휴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문맥 속에서 파악하고자 했고 따라서 예수 강탄 장면이 크리스마스 휴일의 역사적 기원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려는 정당하고 세속적인 목적을 지향하고 있을 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1970년의 Lemon v. Kurtzman판결에서 선언된 Lemon 삼단계 심사기준을 이 사건에서도 일단 적용하려 했다. 즉 첫째, 그 정부행위가 세속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둘째, 그것이 종교를 장려하거나 금지하는지, 셋째, 그것이 지나친 정교유착을 발생시키는지를 따져서 정교분리조항 위배 여부를 판단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연방대법원은 그러한 심사기준이 맹목적으로 엄격히 준수될 필요는 없고 때로는 이를 다소간 변형해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도 있고 또 그래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요한다.

‘종교적 휴일’과 관련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일요일 휴업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합헌이라 판시함에 있어서도 일요일을 휴일로 정한 것이 성경 속의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이제는 하나의 역사와 세속적인 전통이 되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종교적 믿음을 승인하는 효과를 가지는 방식으로 종교적 휴일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종교적 장식’과 관련해서는 바로 이 Lynch v. Donnelly판결이 연방대법원의 입장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즉 시청 크리스마스 장식의 일부로서 예수 강탄 장면을 포함시키는 것이 정교분리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발 양보해 심지어 크리스마스 휴일의 기원에 대해 묘사하기 위해 예수 강탄 장면을 넣는 것이 특정 종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혜택은 간접적·부수적일 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연방대법원은 Lemon 심사기준의 가치를 극소화하면서 종교적 장식이 크리스마스 휴일을 기념하는 ‘세속적’ 목적을 가진 것일 뿐임을 분명히 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Lynch v. Donnelly판결이 내려지고 그 5년 후인 1989년에 내려진 Allegheny County v.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공공건물에서 다른 크리스마스 장식 없이 예수 강탄 장면만을 장식물로 전시하는 것은 정교분리조항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는 점이다. 크게 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라는 하나의 종교적 관행에서 출발했으나 이제 종교적 의미보다는 세속적 의미를 더 강하게 지니게 된 것들이 정교분리원칙과 어떤 식으로 연관되면서 이것과 어떻게 충돌하거나 조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예가 바로 이 Lynch v. Donnelly판결이 아닐까.

서강대 법대 교수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