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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건보법상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 <반대>

백경희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

이명박 정부 출범후 건보법상 병·의원 등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의사들은 찬성쪽을, 시민단체들은 반대쪽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의료전문 법조인들의 찬반의견을 들어본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란 병·의원, 약국, 보건소 등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한 제도.)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제40조 제1항에서 소정의 예외를 제외하고 모든 의료기관, 약국, 보건소 등을 요양기관으로 간주해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행하도록 하고, 동조 제4항에서 요양기관이 정당한 이유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국민건강보험의 전제조건으로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명시하고 있다.

제도의 연혁을 살펴볼 때, ‘당연지정제’가 도입된 이유는 우리나라가 피보험자의 강제가입과 소득수준에 따른 보험료의 차등부과, 균등한 보험급여, 법률에 의한 보험료의 강제징수 등을 특징으로 하는 유럽식의 사회보험방식의 의료보험제도를 채택한 상황에서 제도 운영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 맞는 공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제도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1977년 제정된 의료보험법에서는 의료기관과 보험자와의 계약에 의해 요양기관을 지정하고 요양기관은 언제든지 지정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지정제를 채택하였으나, 동제도로 인해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재와 요양기관으로 지정된 수가 부족해 피보험자는 보험료에 걸맞는 적절한 공보험의 혜택을 받기 어려웠고, 의료기관은 요양급여 비용청구 절차가 복잡하고 지정수가제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컸다.

그리하여 대다수의 요양기관들이 요양기관 지정의 취소를 요구하게 되었고 요양기관의 확보가 난관에 부딪히게 돼 의료보험제도가 형해화될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자 그 시정을 위해 1979년 의료보험법의 개정을 통하여 보험자나 보험자단체가 요양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강제지정방식으로 전환했고, 1999년 의료보험법 개정에 있어서는 강제지정방식에서 불필요하다고 지적되됐던 지정절차도 제거해 요양기관이 의료법에 의해 개설·등록되거나 설치되면 당연히 요양기관이 되도록 하는 ‘당연지정제’로 변경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단일보험자로 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실시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의료보험법을 대체해 제정되면서도 당연지정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연혁과 국민건강보험의 주춧돌의 역할을 하는 당연지정제가 2008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실효성을 갖고 유지돼야 하는가? 이는 우리나라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유지돼야 하는가의 논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의료현실과 국민이 지니고 있는 생명권과 건강권의 보호 측면을 고려해 그 정당성이 검토돼야 한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경우 계약지정제가 부활하게 될 것인데, 사적 자치원칙이 지배하는 계약지정제 하에서 의료기관은 피보험자에게 보험수가의 적용을 받아 보험급여의 의무가 있는 ‘보험의’와 보험수가의 적용을 받지 않고 일반수가로 진료를 할 수 있는 ‘일반의’로 나눠져 의료기관은 임의로 양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계약지정제에서 보험의를 의료기관과의 자유계약에 의해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의료기관이 요양기관을 거부하거나 탈퇴할 경우를 대비해 국가가 직접 운영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해서 요양기관화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그 전제로서 확충돼야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의료기관수를 기준으로 할 때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해 의료서비스가 민간의료기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지정제를 폐지해 민간의료기관이 보험의로 지정되는 것을 회피하게 될 경우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민건강보험 강제가입으로 인해 의료보험료를 납부하더라도 그에 걸맞는 혜택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우려가 크다. 공공의료기관이 부재한 지방 중소도시나 고가의 일반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국민들에게는 의료보험료를 내고도 그 혜택을 받지 못해 생명권과 건강권을 본질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에까지 이를 수 있다. 여기에 계약지정제 하에서 고가의 진료비를 임의로 책정할 수 있는 일반의보다 경제적으로 상대적 위화감을 느끼는 민간의료기관인 보험의들이 담합하여 이익단체를 구성해 의료보험수가의 인상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보험자와의 계약체결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의료보험제도는 더 이상 통제 불허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한 궁극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명약관화이다.

한편 현행의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하에서도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위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등의 경우에는 의료기관이 비급여로서 고액의 진료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신의료기술이나 신재료대의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급여대상 여부의 결정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미 급여대상에 포함된 의료행위라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험수가의 새로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등의 대비책을 강구해 의료기관의 능력신장 및 경제적 입장도 고려하고 있음을 감안하고 있어 의료기관과 국민간의 형평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당연지정제의 폐지 전에 재고해 봐야 할 사항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안정화에 접어들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에 있어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국민건강보험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숙고해야 할 문제로, 현시점의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감안할 때 당연지정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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