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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건보법상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 <찬성>

이준석 변호사 (법률사무소 재인·의사)

이명박 정부 출범후 건보법상 병·의원 등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의사들은 찬성쪽을, 시민단체들은 반대쪽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의료전문 법조인들의 찬반의견을 들어본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란 병·의원, 약국, 보건소 등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한 제도.)


우리나라의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건강보험 등 공공보험의 시장규모는 2006년 21조 5,662억원에서 2010년경 31조 5,751억원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민간의료보험의 시장 규모는 2006년경 7조 8,873억원에서 2010년경에는 37조 8,42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채택하여 모든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를 제공하고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도록 함으로써, 원칙적으로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민간보험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의료비를 지급받을 수는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아래와 같은 이유로 현재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함으로써 민간의료기관이 민간보험회사를 직접 선택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의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첫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은 2000년 공적보험제도의 통합 및 의약분업을 계기로 보험재정이 급격히 취약해졌으나 막대한 정부재정의 지원과 보험료율의 인상을 통해 이를 극복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을 통합 운영하고 있는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재정의 지원 과정에서 직장가입자는 투명한 소득 파악을 기초로 보험료가 부과되는데 반해, 지역가입자는 소득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보험료가 부과됨으로써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의 희생 하에 실제 지출보험료보다 과도한 보장을 받게 되는 등 정부재정의 지원 과정에서 가입자간에 형평성 위배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첨단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건강보험료의 급격한 인상은 일반국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더욱이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미납으로 인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를 초래하여 오히려 의료서비스 수혜의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부로서도 건강보험료의 인상문제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재정지원과 보험료율 인상만으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 대안으로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둘째,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은 그 보장성이 지나치게 낮고 급여비용지급의 비합리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료수요자들에게 그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므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통해 의료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도모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보험의 보장성은 OECD국가들의 평균인 70%대에 훨씬 못 미치는 50%대에 머물러 있고, 본인부담률은 40%대에 육박해 OECD국가들 중에서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의료수가 체계의 왜곡으로 인해 요양급여비용의 대부분이 경증 질환에 지급되고 있고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약해, 중증 질환에 이환된 환자나 그 보호자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실질적 도움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중증 질환에 대해 지출돼야 하는 본인부담금 중에서 과잉진료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정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일정액을 실손보상해 주는 방법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취약한 보장성을 상당부분 보완해 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을 통해서는 소득증가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고급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혁신적인 신약이나 새로운 의료기술은 그 임상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안정화 등을 이유로 비 급여 항목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의료계에서 신약이나 신기술의 개발 및 도입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조성·운용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검증된 혁신적 신약이나 새로운 의료기술의 개발 및 이용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급 의료서비스에 대한 의료수요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궁극적으로는 의료서비스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제도 하에서는 의료시장 개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의료서비스 시장이 외국자본에 전면적으로 개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이 정부 주도화의 획일적인 사회보험 하에서는 국내 의료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의료특구를 설치하여 의료허브를 구축하고자 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제도적 미비로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며, 특히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의료수가 체계 하에서는 해외유수의 병원이 국내에 진출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의료허브를 구축해 미국과 일본 등으로 유출되고 있는 국내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충족함과 동시에 해외 유수의 병원 국내진출로 선진 의료기술을 도입하고 나아가 이들과 경쟁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내 의료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선진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통한 시장기능의 강화와 안정적인 재정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및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현재 재정적 파탄상태에 있는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할 수 있고 국제적 조류에도 부합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보장과 의료산업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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