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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과 정교분리원칙

임지봉 교수

1971년의 Lemon v. Kurtzman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천명한 정교분리원칙 위반 여부를 결정하는 삼단계 기준은 그후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특정 종교교육기관들에 대한 각종 재정적 지원의 합헌성 심사에서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즉 첫째, 정부의 행위가 세속적인 입법 목적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둘째, 정부 행위의 주요한 효과는 특정 종교를 선전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 것이어야 하고 셋째, 정부의 행위가 종교에 대한 지나친 정부의 관여를 조장하는 것도 아니어야 합헌일수 있다는 것이 정교분리조항에 의해 주정부나 연방정부에 부과된 정부의 중립 요구 위반이 있었느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다듬어져 갔던 것이다. 그런데, Lemon v. Kurtzman판결이 정부의 초·중등 종교학교 지원에 관한 것이었다면, 1976년 연방대법원의 Roemer v. Board of Public Works of Maryland(426 U.S. 736)판결은 대학 레벨에서 특정 종교를 표방하는 대학에 주(州)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미국 헌법상의 정교분리조항에 위배되느냐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Maryland주는 주립대학들을 설립하는 대신 사립대학들에게 매년 연차별 지원금을 주었다. 즉 Maryland 주법은 학생당 등록금의 15%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이들 사립대학들에 지원해 주었던 것이다. 물론 순수히 종교만을 가르치는 신학대학들은 지원대상에서 배제되었다. 주(州)의 재정원조를 받는 이 대학들 중에 네 개의 카톨릭계 대학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법은 원래는 이 지원금의 사용처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주법이 개정돼 Maryland주 고등교육위원회가 그 교육기관이 순수 신학대학은 아님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지원금이 세속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어졌음을 사후적으로 검증케 할 수 있는 증거들을 제출하게 하였다. 납세자인 Roemer는 정부와 종교간의 유착과 허용될 수 없는 주(州)의 원조를 이유로 들며 이 개정 주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였다. 연방지방법원은 Lemon심사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하여 그 재정적 원조가 세속적인 목적들을 위해서만 지급되었고 주요한 효과는 종교를 선전하거나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어떠한 지나친 정교유착도 존재하지 않아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Roemer는 재정원조가 종교 장려를 위한 것이었고 매년 지급된 재정원조가 지나친 정교유착을 낳았다고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대법원에서는 합헌 5대 위헌 4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Blackmun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합헌의 다수의견은 특정 종교를 표방하는 대학에 주(州)가 매년 재정원조를 주는 것이 Lemon심사기준을 적용해 봤을 때 지나친 정교유착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첫째, Maryland 주법에 의해 행해진 대학 재정지원의 목적이 세속적이다. 특정 종교를 원조하는 주요한 효과를 수반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신학대학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종교행위를 행하는 기관을 원조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대상 기관들이 순수히 종파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Maryland주 고등교육위원회에 의한 지원금 사용처 심사와 세속적 목적 사용 확인절차들이 특정 종교선전에 지원금이 사용되지 않게 하고 있기도 하다. 셋째, 주정부의 행위가 종교에 대한 지나친 주정부의 관여를 조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 주법은 주(州) 내의 모든 사립대학들을 원조하게 하고 있고 그 중 5%만이 종파적 성격을 가진 대학들이다. 대학 활동에 대한 일반적 감독도 없다. 대학들은 학생들을 전국에서 모집한다. 따라서 대학에 대한 재정원조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지나친 정교유착’을 구성하는지 기준이 되는 공식은 없지만 Maryland주의 주법은 주정부가 종교에 지나칠 정도로 간여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종파적 대학교육이 일반적으로 극히 종파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그런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엄격한 의미의 세속적 목적에 연결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대학생들은 이미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는 지났고 교과과정도 주로 세속적 성격을 띠고 있다. 주정부의 지원이 세속적 활동만을 원조하는 것이므로, 학교들은 종교와 깊이 연관되어 있지 않고 그 활동들과 종교도 분리돼 있다. 또한 주정부와 대학들간의 접촉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인가절차들에서 이루어지는 접촉 이상의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지나친 정교유착은 존재하지 않으며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주정부의 특정종교 지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급심 판결을 인용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 White대법관은 중요한 세속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주정부의 재정원조는 항상 합헌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동조의견을 냈다. 그러나 위헌이라는 반대의견들도 개진되었다. Brennen대법관은 주정부의 정책이 특정 종교의 교의를 장려하는 것이고 어떤 목적으로도 쓰여질 수 있는 특색없는 기금에 돈이 지불되는 것이어서 그 기금은 종파적 목적에 사용되어질 수도 있어서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Stewart대법관은 본 사건의 대학들은 필수과목으로 신학과목들을 요구했고 대학의 설립목적도 특정종교에 대한 신앙을 심화시키는데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주정부의 지원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Stevens대법관은 주정부의 원조가 종교학교들로 하여금 그들의 전도사업에 열을 덜 올리게 할 수 있고, 따라서 재정원조를 통한 정교유착은 특정 종교의 국교화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종교활동을 위축시킬 위험도 있어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합헌의 주된 근거로 그러한 지원 프로그램의 제정으로부터 결과하는 정치적 분열이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대학들에 대한 원조는 교회들에 의한 로비와 관련되어 있지도 않고 종교 종파들간의 첨예한 분열과도 무관하며, 대신 교육적·재정적 관점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Lemon심사기준이 제시한 허용할 수 없는 목적, 효과, 지나친 행정적 관여에 대한 명백한 입증없이 대학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위헌무효화시키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1970년 연방대법원의 Walz v. Tax Commission판결에서 교회재산에 면세혜택을 주는 뉴욕주 주법의 위헌여부가 다투어졌다. 이 사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연방헌법이 특정종교에 대해 적개심이 아니라 단지 중립성을 요구할 뿐임을 강조하면서, 모든 다른 비영리 단체에 대한 면세혜택으로부터 종교단체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정교유착’이 존재해야 한다고 보았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학교육에 대한 세속적 재정지원은 일시불로도 가능하고 연차별 지원도 가능해 보인다. 이 Roemer v. Board of Public Works판결에서는 연차별 지원이 합헌결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더 잦은 재정지원이 지나친 정교유착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기는 하나,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다른 교육적·행정적 이유와 기준 하에서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특정 종교를 표방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도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이야기해서 우리는 Roemer판결에서 합헌의 면죄부를 부여받은 Maryland 주법과 비슷한 성격의 대학지원제도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서강대 법대 교수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