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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정교분리원칙의 삼단계 심사기준 탄생

임지봉 교수

1970년대 초반부터 대부분의 정교분리원칙 관련 사건들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교분리조항에 의해 부과된 정부의 중립 요구가 위반되었는지를 결정함에 있어 삼단계 심사기준을 사용해왔다. 이 때 다음의 세 가지 요건들이 충족돼야만 정부 개입이 합헌이다. 첫째, 그 정부의 행위는 세속적인 입법 목적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둘째, 정부 행위의 주요한 효과는 특정 종교를 선전하지도 금지하지도 않은 것이어야 하고 셋째, 정부의 행위는 종교에 대한 지나친 정부의 관여를 조장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1971년의 Lemon v. Kurtzman(403 U.S. 602)판결의 심사기준이 그것이다. 그러나 ‘Lemon심사기준’(Lemon Test)은 그 후 여러 판결을 통해 공격을 받았다. 연방대법원은 어떤 법규정이 종교 일반이나 특정 종교에 대한 승인이나 불승인의 메시지를 가지는지를 점차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다른 사건 판결들에서 연방대법원은 ‘강제성 심사기준’(coercion test)을 사용했는데, 그것은 정부가 누구에게든 종교를 지원하거나 종교행사에 참여하도록 강제했느냐를 위헌판단의 기준으로 보는 입장이었다. Lemon심사기준의 대용물인 이 ‘강제성 심사기준’은 종교에 대한 정부의 수용에 보다 너그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삼단계 심사기준을 천명한 Lemon v. Kurtzman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Rhode Island주의 1969년 급여보충법(Salary Supplement Act)과 Pennsylvania주의 1968년 비공립 초중등교육법은 둘 다 주(州)로 하여금 지역 교구(敎區)학교 등 비공립학교에서 비종교적 과목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급여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법규정의 위헌여부를 묻는 소송이 연방대법원에 올라왔고 연방대법원은 사건이송명령장을 발부해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게 되었다. 이 사건의 심리 결과 7인 재판관이 위헌입장에 표를 던졌고, 한 재판관은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Burger대법원장이 집필한 다수의견은 두 법의 관련 규정이 모두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이 사건의 주된 이슈는 이 법규정들이 공식 종교인 국교를 정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제한하는 것과 관련된 법들의 제정을 금하는 수정헌법 제1조의 종교의 자유 규정에 위배되느냐였다. 이 사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Lemon심사기준’이라 불리는 중요한 심사기준을 제시했는데, Burger대법원장은 헌법상의 정교분리조항 하에서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데 있어 이 기준을 “수년간 연방대법원이 발전시킨 점증적 기준”이라 불렀다. Lemon심사기준은 과거의 심사기준에 ‘지나친 관여’(excessive entanglement)라는 새로운 요건을 첨가했는데, 이 새 요건은 그런 법들이 세속적인 입법 목적을 위한 것이고 법의 주요한 효과가 종교를 장려하거나 금지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 Lemon심사기준에 의하면 두 법규정들은 ‘지나친 관여’라는 새 기준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특히 단순히 세속적인 책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는 달리, 교구학교의 교사들이 세속적인 과목들을 가르침에 있어 그 가르침은 교의나 도덕에 부적절하게 연관될 수 있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주정부의 관리 감독이 ‘주정부와 종교 사이의 지나치고 지속적인 상호 관여’를 낳을 수 있다고 보았다. 연방대법원이 정교분리조항의 의미를 정의내리는데 사용해왔던 Thomas Jefferson의 유명한 은유인 “교회와 주 사이의 분립의 벽”(wall of separation between church and state)을 언급하면서, Burger대법원장은 그것은 “벽은 결코 아니고, 특별한 관계의 모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희미하고 모호하며 가변적인 장애물”이라고 평했다.

이 판결이 가지는 판결사적 의미는 역시 정교분리원칙의 삼단계 심사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교회와 주간(州間)의 분립을 보장하기 위해, 주는 학교에 대한 주당국의 회계 감사와 학교 방문 감사를 포함해 종교학교에 대해 포괄적이고, 차별적이며 계속적인 관리 감독을 해야만 할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또한 이러한 법들이 새로운 유형의 넓은 정교유착을 조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종교교육에 대한 주정부의 지원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이를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 정치적 분열과 불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음도 지적했다. 비록 연방대법원이 종교에 따른 정치적 분열을 수정헌법 제1조가 방지코자 하는 주요한 해악들 중의 하나라고 간주해 왔지만,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정치적 분열의 두려움을 분리된 제2의 심사기준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정교분리조항은 이미 앞에서 살펴본 1947년의 Everson v. Board of Education판결에서 강조했듯이, 정부가 한 종교를 원조하거나 다른 종교에 비해 한 종교를 선호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법이 선택된 종교만을 지원하거나 장려하는 등 교파에 따른 선호를 보이면 그 법은 위헌의 의심을 받게 되고 엄격심사기준이 적용된다고 판시해왔다. 그 법이 긴절한 정부이익을 촉진하기 위해 세밀하게 제정된 것임을 정부가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때 Lemon판결의 삼단계 심사기준이 충족돼야 함은 물론이다.

주정부의 지원이 초중등교육을 위한 것이냐 대학교육을 위한 것이냐가 구분점이 되기도 한다. 피교육 학생들이 감수성이 예민하고 이념에 더 쉽게 설득되기 때문에 초·중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위헌판결을 받을 공산이 더 크다. 정치적 편가르기가 초·중등교육 수준에서 더 쉽다. 대학교육은 그 자체의 내적인 규율을 가지고 있고 학문적 자유를 강조한다. 초·중등 종교학교 지원에 관한 이 Lemon v. Kurtzman판결에서도 이런 맥락에서 사립초등학교의 세속적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주정부의 급여지원을 위헌이라 판시한 측면이 있다. 피교육 초등학생들이 감수성이 예민한 연령에 있고 정치적 편가르기의 위험도 있으며 이 지원이 학교와 주정부의 계속적 관계 형성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이 이를 위헌이라 본 것이다. 이에 비해 1976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Roemer v. Board of Public Works of Maryland판결 등은 대학교육 지원의 예가 될 수 있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주립대학을 설립하는 대신 네 개의 카톨릭계 대학을 포함한 사립대학들에게 주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것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세금 감면이나 수업료 혜택을 통한 종교학교 지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지원이 종교기관들에 직접적으로 제공되기 보다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것일 때 합헌결정을 받기가 쉽다. 그러나 만약 그 지원이 국민일반 보다는 종교기관들과 관련된 국민들에게만 한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위헌판결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종교단체에 대한 주정부의 동일한 재정적 지원도 위헌의 소지가 높다. 신앙의 자유에 무신앙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봤을 때 이러한 지원은 무신앙자들에 대한 차별일 수 있기 때문이며, 또한 Lemon심사기준의 세 번째 기준인 ‘정부의 행위는 종교에 대한 지나친 정부의 관여를 조장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에 부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하튼 1971년의 Lemon v. Kurtzman판결은 미국헌법상의 정교분리원칙 부합여부를 재단하는 첫 번째 정형화된 틀을 미국사회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 판결이 탄생시킨 Lemon심사기준은 그 후 많은 우여곡절과 찬반의 고비를 넘으며 더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져 나간다.

서강대 법대 교수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