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독자마당, 수필, 기타

공정거래 사건 2심제, 이유 있다

김학현 심판관리관(공정거래위원회)

최근 일각에서 현재 2심제로 운영되고 있는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행정소송을 3심제로 전환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공정위로부터 처분을 받은 상대방에게 더 많은 불복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분상대방에게 충분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응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그 방식에 있어 행정소송을 3심제로 하자는 주장은 공정거래사건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입법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1심 기능을 가지는 준사법적 기구로 설계한 것은 ① 공정거래사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사법적 기능과 경제정책 기능을 아우르는 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점, ② 경제법 위반행위는 대부분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기에 신속하게 시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 ③ 이러한 이유로 선진 각국에서도 경쟁법 사건에 대한 행정소송은 2심제로 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공정거래 사건은 일반적인 행정사건과 달리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 분석 외에 관련시장 획정, 경쟁 저해성과 효율성 효과의 측정 및 비교형량 등 심도있는 경제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일본 등 각국에서는 경쟁법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에 준입법적, 준사법적 권한을 부여해 경쟁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전담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쟁법 집행이 국제화되고 있는 최근에 와서는 공정위 심판정이 세계적 경제학 및 법률 전문가들의 토론장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예컨대 지난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건의 경우, 심판정에서 피심인측(MS)과 심사관 측이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Joseph Stiglitz를 포함한 세계적 석학들의 경제분석보고서를 제출하고 여러 기일에 걸쳐 논박을 벌인바 있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는 이를 전담하는 준사법적 기구를 설치해 1심 지위를 부여하고 그 처분에 대한 쟁송은 단심 또는 2심으로 다루는 것이 실용적인 방식이고, 이러한 방식은 우리나라의 경우 특허, 해난심판 등의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등 경쟁법 위반행위는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시정조치는 신속하게 확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담합업체들에 대해 담합으로 결정된 가격을 변경(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하라는 명령을 했을 때, 사업자들이 이에 불복하면서 장기간 담합가격을 유지한다면 그 폐해는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가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공정위의 시정조치는 일정 영업행위의 금지, 기업결합의 불허, 자산의 매각 등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그 위법성 여부가 장기간 확정되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

2심제 하에서도 공정거래 사건의 재판 확정에 통상 5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3심제로 변경하면 최소 7~8년간 불확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단순히 재판을 한 번 더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정거래 사건을 3심제로 변경할 경우,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외국에서도 경쟁법 집행을 준사법적 기구에 전담시키고 1심 재판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처분에 대해서는 연방항소법원에,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해서는 동경고등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EU 역시 경쟁사건에 관한 집행위원회(Commission)의 결정에 대해서는 1심법원을 거쳐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소송을 제기하도록 2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