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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정교분리와 정교유착의 경계선

임지봉 교수

미국 권리장전의 첫 조항인 수정헌법 제1조에는 표현의 자유만 규정된 것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도 수정헌법 제1조가 규정하고 있는 중요한 기본권들 중의 하나이다. 종교의 자유를 향한 갈구는 미국 탄생의 한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17세기초부터 영국에서는 제임스 1세의 국교(國敎) 강요에 불만을 품은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목숨을 건 이주를 감행한다. 1620년 12월21일, 102명의 영국 청교도들인 Philgrim Fathers를 태운 메이플라워호가 지금의 Massachusetts주 연안에 도착한 것도 이러한 국교 거부와 종교의 자유 쟁취를 위한 필사적 투쟁의 결과였다. 미국 독립전쟁시부터 공식 종교의 설립이 부인되고 종교의 자유가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독립전쟁 자체가 “대표없이 과세할 수 없다.”는 원칙이나 종교 및 양심의 자유를 명분으로 내건 싸움이기 때문이었다. 그 후 1787년에 제정된 미국 연방헌법 제6조 제3항 단서는 “미합중국의 어떠한 관직 또는 신탁에 의한 공직에 있어서도 그 자격과 관련해 종교상의 심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제대로 된 국교설립 부인이나 종교의 자유에 관한 근거규정은 아니었다.

국교설립 부인이나 종교의 자유가 본격적으로 미국 연방헌법에 규정되게 된 것은 그로부터 4년 후인 1791년에 제1차 헌법개정이 이루어져 무려 10개의 기본권 규정이 ‘권리장전’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미국헌법에 들어간 때였고, 그 중 수정헌법 제1조가 “연방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부터 였다. 수정헌법 제1조의 이 부분 중 전자는 ‘국교설립의 부인’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종교행위의 자유’에 관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이 규정에 의하면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행위를 자유로이 하는 것을 금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는 주체는 연방의회이다. 즉 이 조항은 처음에는 연방정부에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북전쟁 후인 1868년에 미국헌법에 들어가게 된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조항은 이 조항이 주(州)정부에도 적용되는 길을 열어놓았다.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조항이 .‘어떤 주(State)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 주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주’를 그 규율대상자로 명시해 놓았으며, 수정헌법 제14조의 ‘자유’ 속에 권리장전상의 기본권들을 편입(incorporation)시킴으로써, 이 조항을 통해 수정헌법 제1조를 포함한 권리장전상의 기본권들이 ‘주’에 대해서도 주장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정부든 주정부든 공식적인 종교를 가질 수 없고 모든 국민은 그가 선택한 신앙을 자유롭게 믿을 수 있음을 규정하는 조항으로 인식되었다. 이 조항을 통해 헌법이 종교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핵심은 ‘정부의 중립’이다. 그러나 미국 법원들은 그 중립이 얼마나 엄격히 지켜져야 하고 종교에 대한 얼마만큼의 정부 수용이 허용 가능한 것인지에 관해 일관성 있는 판단을 견지해 오지는 못했다.

‘국교설립 부인’ 내지 정교분리원칙과 관련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1947년 판결인 Everson v. Board of Education(330 U.S. 1)판결이 유명하다. 종교 관련 지역학교 통학 비용을 주정부가 보정해 주는 공적 특혜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판결로서, 정교분리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판결로 평가된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학생들의 통학수송 규칙을 만들고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주법이 지방교육위원회에 부여하고 있었다. 이 법규정에 따라 행동하던 한 지방교육위원회가 학부모들에게 자녀 통학을 위해 사용한 공공 교통요금을 상환받을 수 있게 했다. 지역 카톨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통학비용에 대해서도 상환금이 지불되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세속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종교교육도 받았다. Everson은 이 주법규정이 카톨릭 신앙을 가르치는 학교들을 지원하고 유지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세금을 강요함으로써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주법 규정의 합헌성을 다투는 납세자소송을 제기했다. Black대법관이 집필한 다수의견은 부모들에게 종교학교를 포함한 자녀의 지역학교 통학에 사용된 교통비를 보정해줄 것을 규정한 주법이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수정헌법 제14조에 의해 주(州)들에게 적용가능하게 된 수정헌법 제1조는 국교의 인정이나 자유로운 종교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관한 법률을 주가 만들 수 없다고 명령한다.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서 주는 어떤 종교상의 교리나 신앙을 가르치는 기관에 세금으로 거둬진 돈을 지원해 줄 수 없다. 한편 주는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자유로운 행사에 임하는 시민들을 방해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신앙이나 무신앙을 이유로 어떤 신앙을 가진 이가 공적 복지입법의 혜택을 받는 것을 금할 수 없다. 주의 권력은 신앙을 방해하는데 사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를 선호하는 식으로 사용될 수도 없다. 만약 자녀들이 교통 위험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된 경찰관들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거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경찰 및 화재 보호, 하수 처리, 고속도로와 인도의 설치 등 각종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지역학교에 보내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녀들의 지역학교 통학비용을 보정받지 못한다면 부모들은 자녀들을 지역학교에 보내는 것을 주저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통학 교통비를 대주는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종교 관련 지역학교 학생들의 버스요금에 세금을 지출할 것을 규정한 주법은 공적 복지입법의 하나이고, 따라서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 판결에서도 강조되었듯이, 정교분리조항이 단지 정부의 종교 지원이나 종교들간의 평등한 대우를 명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한 종교를 원조하거나 다른 종교에 비해 한 종교를 선호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정부든 주정부든 공식적인 종교를 가질 수 없고 모든 국민은 그가 선택한 신앙을 믿을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중첩되는 가치들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상호 충돌되는 면도 있다. 정교분리조항 하에서, 연방대법원은 비록 종교간의 비차별적 취급이라 할지라도 종교적 교의에 관한 어떤 정부 원조도 위헌이라 판시해왔다. 종교집단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데 대한 미국 법원의 관심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연방정부의 교육 지출에 대한 요구가 폭증한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법원 내외부적으로 더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그런데 주정부가 종교에 어떤 원조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반드시 허용될 수 없는 국교설립이나 정교유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주정부가 공공복리에 이바지한다는 세속적 목적을 위해서만 행동한다면 종교가 부차적으로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프로그램이 곧 위헌이 되지는 않는다. 이 Everson판결도 이러한 맥락에서 부모들에게 종교학교를 포함한 자녀의 지역학교 통학에 사용된 교통비를 보정해 줄 것을 규정한 주법이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여하튼 이 판결을 전후해서 정교분리(政敎分離)와 정교유착(政敎癒着)의 경계선이 어디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미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하고 있었다.

서강대 법대 교수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