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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春風秋雨

김윤정 서부지청 사무국장 - 제2936호

지나간 세월이 보이는 듯 하면서 보이지 아니하고, 이제는 공직생활을 끝맺음하는 이정표만이 밝게 보이는 것 같다. 어느 때인가 공직생활이라는 길고도 머나먼 외길에 들어서면서, 그 동안 곱게 삶을 가지려고 조심스럽게 지내오다 보니 33년의 공직생활자라는 긴 여정에 머무르게 되었다. 지난 모습들을 돌이켜 보니 서울에는 큰 빌딩이 몇 개 되지 아니하였고, 조그만하고 다정스러워 보이는 가정집들이 이곳저곳 서울의 주변을 꼭 메웠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이제 이곳은 다정함도 잊은 듯 큰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면, 주변사람들도 많은 변화가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게 하면서, 그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 자체를 잊어가듯이 우리주변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우리 앞에 보이는 저 빌딩이 세워진 그 자리가 오래전에는 그 누구인지 몇 대가 다복하게 살아왔을 것이며, 요즈음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어 보이는 저 사람들 역시 그간 어떠한 삶을 가져왔는지 뒤돌아 보아지곤 한다. 한편 요근래 이 나라의 고위관료들이 본인과 부인, 자녀 명의로 ‘주테크’를 하여 한 몫 잡고 소명이라기보다는 납득되지 아니한 답변을 하여 우리사회 저변으로부터 윤리, 도덕성에 관련된 맹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우리가 알기로는 그들이 ‘주테크’를 하는 시기에는 전체 공직자중 상위직은 봉급의 10% 이상이 감액되었고, 하위직은 봉급인상이 동결된 시기였음을 우리 전 공직자는 다시 한번 상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아직까지도 이 나라의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가슴을 두드려 보았으면 한다. 오래 전 을지로 소재 국도극장에서 상영된 ‘비구니’의 한 장면에서 수십명의 나이어린 스님들이 바구니에 놓여있는 주먹밥 한덩이를 보고 서로가 그 주먹밥을 집어먹으려고 소란을 피우던 중 욕심이 많아 보이고, 힘이 좋은 한 어린스님이 그 주먹밥을 재빨리 집어들고 입에 넣으려고 하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내 배고픔을 알 듯이 남의 배고픔을 알아야 한다”는 한마디와 함께 주먹밥을 그 바구니에 다시 놓았는데, 그곳에 있던 나이어린 스님들 중 어느 누구도 그 주먹밥을 집어들지 아니하고 다 같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는 순간 그때 이제야 저 스님들이 불경을 깨우쳤다는 느낌이 왔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주먹밥 한덩이에도 욕심을 내지 아니하는 몸 자세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이사회 저변에서 하루하루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헌신적인 삶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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