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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명백·현존하는 위험 원칙의 현대화

임지봉 교수

1969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Brandenburg v. Ohio(395 U.S. 444)판결은 명백·현존하는 위험 원칙의 현대적 기준을 마련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백인우월주의자 집단인 KKK(Klu Klux Klan)단의 리더 Brandenburg는 텔레비젼 방송사에 전화를 해서 Hamilton카운티에서 열리는 KKK단 집회에 기자를 초청했다. 기자에 의해 이 집회는 녹화되고 TV에 방영되었다. 한 녹화필름은 두건으로 얼굴을 덮고 무기를 든 12명의 사람들이 나무 십자가 주위에 모여 그 나무 십자가를 불태우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유태인과 흑인들을 경멸하는 말들이 녹화필름에서 산발적으로 들렸다. Brandenburg가 연설을 했고 그는 연설 중에 “우리는 보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대통령이, 연방의회가, 연방대법원이 계속해서 백인들을 탄압한다면 어떤 보복조치가 취해져야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는 40만명이 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이어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일부는 Florida주로 일부는 Mississippi주로 행군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들 몇몇 녹화필름들에 근거해 Brandenburg를 피고로 한 소송이 제기되었다. 그는 Ohio주의 ‘과격단체운동 처벌법’(Criminal Syndicalism Statute)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법은 사회변혁 달성의 수단으로 범죄의 의무, 필요성, 정당성을 옹호하거나 태업, 폭력, 불법적 방법의 테러를 옹호하는 것을 금했고 과격단체운동의 원칙을 가르치거나 옹호하기 위해 형성된 단체와 회합하는 것도 금하고 있었다.

사건의 민감성때문에 집필자를 밝히지 않은 판결(per curiam)이 내려졌고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폭력 사용이나 법 위반의 옹호가 급박한 불법적 행위를 선동하거나 야기하기 위한 것이고 또 그러한 선동 및 야기의 개연성이 있는 것이면 그러한 폭력 사용이나 불법의 옹호는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조항과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조항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헌법상의 언론·출판의 자유는 폭력의 사용이나 법 위반의 옹호가 급박한 불법적 행동의 선동 혹은 야기를 위한 것이거나 그럴 개연성이 있는 것인 경우 이외에는 주(州)가 그러한 폭력의 사용이나 불법의 옹호를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위력이나 폭력에 호소하는 것의 도덕적 정당성이나 심지어 도덕적 필요성을 단지 추상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어떤 단체가 그러한 폭력적 행위로 나아가게 돕거나 조장하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두 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함께 처벌하는 법률은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에 보장된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KKK단의 집회 당시에 그 집회에는 KKK단 단원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집회에서 그들이 행한 인종 적대적 발언이 누구에게도 즉각적으로 신체적 위협을 준 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randenburg가 단지 인종 적대적 폭력이 ‘도덕적으로 적절함’(moral propriety)을 ‘추상적으로 가르쳤기’(abstract teaching) 때문에 Ohio주법(州法)에 따라 처벌된 것이다. Brandenburg의 발언은 직접적 행동을 선동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어떤 결과를 옹호한 것에 불과하므로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에 의해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속한다. 즉, 그의 표현행위는 연방헌법이 정부의 통제로부터 면죄부를 준 ‘비난 발언’(condemnation speech)의 범주 내에 드는 것이다. 문제된 Ohio 주법의 취지는 단순한 옹호 발언을 처벌하려는 데 있고, 법에서 서술된 유형의 행위들을 단순히 옹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회합하는 것을 금하려는 데 있다. 그러므로 하급심 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 Brandenburg에 대한 유죄판결을 파기한다.

이 판결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합헌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위험의 급박성’(imminence of danger)이 존재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즉, 단순한 선동(incitement)과 위험(danger)을 구분하는 명백·현존하는 위험 원칙의 현대적 심사기준을 제시한 판결인 것이다. 1960년대 이후에 연방대법원이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을 적용한 사례는 법정모욕사건 등 극소수의 사건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다. 그러던 중 1969년에 나온 이 판결은 표현 규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폭력 선동을 처벌하기 위해 불법적 행동이 의도되고 그 발생이 급박한 것이어야 한다’(intent to incite imminent lawless action)고 판시함으로써 명백·현존하는 위험 원칙의 요건을 더욱 구체화하고 위험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케 하여 합헌성 심사의 기준을 한 단계 더 높여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선동을 금지할 수 있는 요건으로, 첫째, 급박한 해악, 둘째, 불법적 행동이 야기될 가능성, 셋째, 불법적 행동을 야기할 의도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함을 확실히 함으로써, 표현행위자의 의도의 입증을 추가요건으로 삼아 표현의 자유 보호에 더더욱 만전을 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대한 현대적 해석은 그 ‘표현행위의 성격’(the nature of the speech)과 그 표현행위가 보여주는 ‘위험’(danger)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첫째, 추상적 원칙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불법적 행위에 대한 선동만이 처벌받을 수 있고 둘째, 그러한 불법적 행위를 선동하거나 그것을 낳을 개연성이 있는 ‘급박한 불법적 행위에 대한 선동‘(incitement to imminent lawless action)만이 정부의 규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와서는 2003년의 Virginia v. Black(538 U.S. 323)판결에서 보듯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 등 각종 전쟁 수행과 관련해 전쟁 관련 발언 규제의 합헌성 척도로서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곧잘 이야기되어지곤 한다.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1919년의 Schenck판결을 통해 탄생할 때부터 이 원칙에 대한 반대론이 미국 내에서 만만치 않게 제기되었다. 적어도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초기 관련 판결인 Schenck판결이나 Abrams판결 등에서는 표현의 내용이 사실상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했다는 점에 대한 명확한 입증도 없이 모두 유죄로 선언되었다는 점에서,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 보장 확대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는 지적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그 후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몇 차례에 걸친 후퇴와 전진의 사이클을 넘으면서 이 Brandenburg v. Ohio판결에서와 같이 정교하게 다듬어진 현대적 기준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적어도 현대화된 이 기준에 의하면 분명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서 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엄격한 합헌성 심사기준’이자 표현의 자유 ‘보장’의 기준으로서 이해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과 같은 표현의 자유 ‘보장’ 기준이 정부의 표현 규제를 꺼리는 본질적인 이유는, 정부가 표현이 야기할 수 있는 여러 해악을 핑계 삼아 실제로는 정부가 우려하는 표현의 설득력을 억누르려 한다는 데에 있다. 표현의 자유의 진정한 존재이유는 정부가 그러한 표현이 각종 해악을 야기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기우에 호소해 정치적 반대의견 개진을 억누르는 것을 금하는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진정 자유답게 만드는 원칙이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다.

서강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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