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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표현의 자유의 수호신 v. 표현의 자유 제한의 신

임지봉 교수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을 ‘명백하고 있을 수 있는 위험의 원칙’으로 왜곡시킨 Dennis판결이 있고 나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많은 반성 후에 표현의 자유 보장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이론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50년대말에 접어들면서 연방대법원은 서서히 Dennis판결로부터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1957년의 Yates v. United States(354 U.S. 298)판결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선동’(advocacy)과 단순한 ‘옹호’(incitement) 발언을 구분했다. 즉 Dennis판결은 ‘선동’과 같은 불법적 행위의 옹호에 대한 정부 규제를 합헌이라 본 것이지, 추상적 원칙에 대한 옹호 발언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을 합헌이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바야흐로 ‘선동’과 ‘옹호’의 구분기에 접어든 것이다. 비록 Yates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이 직접적으로 헌법적 쟁점에 대해 그 입장을 개진한 것은 아니지만, Yates판결은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대한 Dennis판결의 왜곡을 암묵적으로 거부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Yates사건에서 연방정부는 공산당 간부가 아닌 공산당 평당원들을 피고로 한 Smith법 위반사건들을 법원에 제소했고 연방대법원은 14명 공산당 평당원들의 Smith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게 되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Yates 외 13인은 Smith법 위반을 이유로 기소되고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측은 첫째, 그들이 무력이나 폭력으로 미합중국 정부를 전복해야 하는 필요성과 의무에 대해 가르치고 이를 옹호하려 음모한 죄, 둘째, 그렇게 가르치고 옹호하려는 사람들의 단체 구성을 음모한 죄로 그들을 기소했다. Yates는 Smith법의 적용이 그의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그를 처벌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Smith법이 폭력에 의한 정부 전복을 목적으로 한 행위를 선동하려 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추상적 원칙으로서 폭력에 의한 정부 전복을 옹호하고 가르치는 것을 금하고 있지는 않다고 하면서, 14명의 공산단 평당원들에 대한 하급심법원의 유죄판결을 파기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미합중국 정부 전복의 옹호가 Smith법에 의해 처벌가능하려면, 그것은 청중들로 하여금 어떤 것을 믿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돌입하게 촉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Smith법은 정부 전복의 추상적 원칙의 옹호를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청중들에게 그런 행동을 교사하거나 혹은 그런 행동을 옹호하는 것만을 벌하려는 것이다. 본 법원이 이와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Smith법이 위헌이라고 판시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되는 정치적 신념을 처벌하는 것이 된다. 14명 중 5명의 원고들과 관련해서는 그들이 정부 전복의 행위를 옹호했음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그들은 석방되어야만 한다. 나머지 9명의 원고들에 대해서는 사실심의 재심명령을 내린다.
Douglas대법관이 가담한 Black대법관의 ‘부분 동조 및 부분 반대의견’(concur in part and dissent in part)은 모든 원고들이 당장 석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에 대한 기소의 근거가 된 법규정들이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에 비해 Clark대법관은 9명의 대법관 중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Dennis판결의 법리가 유지되어야 하고 그렇다면 원고들에 대한 유죄결정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합헌과 무죄의 결론에 억지로 도달하기 위해 본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본 사건을 하급심법원에 환송하자, 14명의 원고 중 석방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원고들에 대한 기소도 철회되었다. 검찰측이 연방대법원에 의해 제시된 증거제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1948년에 개정된 연방법전에 의하면 Smith법의 음모규정들은 삭제되고 일반적 음모규정이 적용되게 되었다.

Yates판결은 폭력에 의한 정부 전복의 선동에 대비한 Smith법의 규정은 ‘행위의 선동’에 도달해야 적용되는 것이고 ‘추상적인 원리나 사상의 선동’에 그치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선동’이 ‘행위’의 선동이어야지 ‘추상적 원리나 사상’의 선동이어서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받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다.

비교적 현대에 와서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대한 비판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첫째, 몇몇 학자들은 동 원칙이 ‘명백·현존하는 위험’이라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을 사용함으로써 별 내용이 없는 이익형량심사의 한 형태가 되어 버렸다고 비판한다. 둘째, 다른 이들은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보호하고자 하는 표현은 원래부터 미국 수정헌법 제1조상의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표현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법원에 의해서도 ‘선동’은 종종 수정헌법 제1조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표현의 한 형태로서 별도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론들에도 불구하고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의 수호신’이라고 까지 불리어지면서, 표현의 자유 조항에 내실을 부여하고 특히 소수집단의 표현의 자유 보호에 큰 공헌을 해왔다는 긍정적 평가를 더 많이 받고 있다.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은 표현이 발생시키는 폐해는 그에 대응한 표현으로써 시정되어야 한다는 강경한 자유주의적 입장을 대변한다. ‘사상의 자유시장론’에서 국가를 중립적 제3자로 세우면서 사상의 자유시장에 국가의 개입을 배척하는 것과 같은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경한 자유주의적 입장은 미국처럼 안정된 사회에서나 발전할 수 있는 이론이며 우리에게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들린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적용되고 발전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사회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역동적이며 할 말은 하는 국민성을 두고 볼 때,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여 역동적인 민주사회로 더더욱 크게 발전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직 까지 국내 판례를 통해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990년에 그 말많던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상의 찬양·현존하는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 등에서 ‘현존’이라는 말이 생략된 채 ‘명백한 위험’이라는 기준이 등장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렇듯 우리 재판실무에서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대폭 변형된 형태로 적용될 때에도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 보장장치로서의 본연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거꾸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한입법의 정당화 근거로 악용되어 왔다고 평가한다면 지나친 혹평일까. 위의 찬양·고무죄규정 한정합헌결정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찬양·고무 등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처벌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 법규정은 합헌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근원적으로 짓밟는 대표적인 악법조항이라 비판받던 찬양·고무죄 규정에 대해 선뜻 면죄부를 내밀고 있지 않은가.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멀리 한국에서는 ‘표현의 자유의 수호신’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제한의 신’으로 불리워져야 할 판이다.

서강대 법대 교수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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