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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명백·현존하는 위험 원칙의 화려한 부활

임지봉 교수

Gitlow판결 등에 의해 ‘위험경향의 원칙’(Bad Tendency Rule)에 자리를 내줬던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다시 연방대법원의 1927년 Whitney v. California(274 U.S. 357)판결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다. 명백·현존하는 위험원칙의 단순한 재적용을 넘어 동원칙에 ‘급박성’의 요건을 추가한 것이었기 때문에 ‘화려한’ 부활일 수 있었던 것이다.

1919년에 Whitney양은 사회당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그 전당대회가 다시 각 계파별 모임으로 나누어졌을 때, Whitney는 급진파쪽으로 가서 공산노동당(Communist Labor Party)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그 해 말에, Whitney는 공산노동당의 캘리포니아주 지부를 조직하기 위한 또 다른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거기서 Whitney는 정치적 행동을 감행할 것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지지했고 노동자들에게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공산노동당 공천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이 결의안은 부결되었으며 더 극단적인 정치강령이 채택되었고 Whitney는 그 결의안에는 반대했다. 캘리포니아주 주법(州法)인 ‘캘리포니아 과격단체운동 처벌법’(California Criminal Syndicalism Act)은 산업 소유권 변화나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위법한 폭력행위를 옹호하는 단체를 결성하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었다. Whitney는 이 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공산노동당이 과격 테러조직이 되도록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녀는 폭력적인 정치변혁정책에서 공산노동당을 도울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단지 공산노동당 전당대회에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범죄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과격단체운동 처벌법’은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고 그녀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anford 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목적 달성에 영향을 주기 위해 불법한 수단의 사용을 옹호하는 조직에 고의적으로 그 구성원이 되는 것을 처벌하는 주법(州法)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 적법절차의 원칙과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헌법에 의해 보장된 표현의 자유도 아무런 책임 없이 말할 절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표현이 범죄를 선동하거나 평화를 교란하거나 폭력을 통한 정부 전복을 꾀하는 경향을 보일 때처럼 공공복리에 적대적인 표현인 경우에, 주(州)는 이를 주에게 부여된 경찰권 행사를 통해 표현의 자유 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다. 본 사건에서 ‘캘리포니아 과격단체운동 처벌법’은 주의 공적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범죄들을 옹호하는 조직을 돕거나 고의적으로 그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주의 경찰권 행사에 의해 처벌될 수 있는 것이라 선언하고 있다. 그 처벌행위의 핵심은 불법적 수단의 옹호와 사용을 통해 원하는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결합함에 있다. 이것은 그 성질에 있어 형법상 예비·음모의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며 개인의 개별적 행위들보다 공적 안정에 훨씬 더 큰 위험을 수반한다. Whitney양은 이 사건에서 그녀에게 적용된 ‘캘리포니아 과격단체운동 처벌법’이 위헌이라 주장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대법원이 일심법원에서 끝난 사실판단에 관한 평결을 다시 하라는 것이 되므로 본 법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Brandeis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동조의견은 문제된 법조항이 합헌이라는 점에서는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 했지만, 그렇게 본 근거는 다수의견과 달랐다. 명백·현존하는 위험원칙에 ‘급박성’의 요건을 추가한 이 andeis대법관의 동조의견은 그 후의 연방대법원 판결들에 다수의견보다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Whitney는 여기서 공공의 안전을 멀리서 위협하기만 하는 행위를 준비하던 단계에서 처벌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과격단체운동 처벌법’은 과격한 단체운동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설유(說諭)하는 사람들을 처벌함을 목적으로 한다.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조항에 의해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주에 대해서도 구속력을 가지게 되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주에 대해 정치적, 도덕적, 경제적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들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이 주에 실질적 해악의 ‘명백하고 급박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방대법원은 아직 언제 위험이 ‘명백한’ 것이 되는지 결정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예견되는 해악이 아주 급박해서 그 해악에 관한 논의의 기회를 가지기 전에 해악이 발생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러한 표현행위로부터 초래될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주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음은 틀림없다. ‘캘리포니아 과격단체운동 처벌법’의 위헌 주장을 본 법원이 심리함에 있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기본적 권리들이 침해당했다고 주장될 때마다 피고는 명백·현존하는 위험이 그의 행위에 의해 ‘급박한’ 것이 되었느냐 하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야기될 집단행동에 의한 혁명을 지금 이 시점에서 단순히 옹호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4조의 보호범위 내에 있다. 그러나,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예비·음모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고 그것이 헌법상의 권리를 박탈다는 입증이 없는 한, 형사 일심재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본 법원이 다시 심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 사건 사실관계를 다시 심사할 권한이 없다.

이 판결은 Schenck판결의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심사기준에 그 위험이 ‘급박한(imminent)’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Brandeis 대법관의 동조의견은 일종의 반대의견으로 평가되어질 수도 있다. 주정부에 대항하는 위협적 행위를 ‘단순히 옹호’하는 표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에 Brandeis대법관이 추가한 ‘급박성’의 요건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단순 옹호 심사’(mere advocacy test)는 그 후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과격단체운동을 계속 처벌하는 미국의 스미스법(Smith Act)에서도 ‘단순 옹호’에 그친 표현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처벌이 가해지려면 강력한 정부 전복 행위를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행위 촉구’(urging action)의 기준은 이 판결에서 Brandeis대법관이 개진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급박한 위험’(clear and present imminent danger) 심사의 한 현대적 형태이다. 이 판결은 표현행위로 인한 해악 발생의 위험이 너무 급박하고 중대해 이를 통상적인 자유토론에 맡길 수 없다는 입법부의 결정은, 그 결정이 비록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확정적이고 최종적인 것일 수는 없음을 천명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입법부가 아니라 법원이 특정의 표현 규제가 그 해악 발생의 위험 때문에 정당화 된다고 확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 미국 연방대법원이 193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까지, 표현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권이 재산권 등의 경제적 기본권보다 더 제한하기 힘든 우월적 기본권이라는 ‘정신적 자유권의 우월적 지위론’을 채택함으로써 명백·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다수의견의 지위를 상당기간 동안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Whitney판결은 명백·현존하는 위험원칙의 화려한 부활을 통해 표현의 자유 우월적 보장의 태평성대를 연 하나의 찬란한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서강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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