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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통신] (10) 증인과의 증언 준비(proofing) 및 그 한계

권오곤 ICTY 재판관

1. 글머리에

증인의 법정 증언에 앞서 당사자(검찰 또는 변호인)가 증인을 만나, 증언 절차 등에 대하여 안내를 하고, 증언 내용을 점검하는 등 증언의 준비를 하는 절차를 통상 ‘proofing’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proofing의 시행 여부와 그 허용 범위는 각국의 입법례와 실무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구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ICTY)를 포함하여 르완다 전범재판소(ICTR), 시에라리온 특별재판소 (SCSL) 등 대부분의 국제재판소에서는 미국에서의 예를 따라 이러한 proofing을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예심재판부에서 검찰의 증인에 대한 proofing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그 후 ICTY와 ICTR에서는 이에 반대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 향후 그 전개과정에 대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 증인의 조사

증인의 조사는 수사관이 담당하고, 증인으로부터 진술서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특히 중요한 증인의 경우에는 검사(trial attorney)가 입회하기도 하고, 조사과정을 전부 녹화하여 녹취록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3. 증인에 대한 proofing

증인에 대한 proofing은 대체로 ①증인에 대하여 증언절차를 숙지시키는 등 일반적으로 안내하는 내용과 ②증언할 사항을 확인하고, 증인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거나 종전의 진술과 상충되는 부분을 석명하도록 하는 등 증언을 점검(review)하는 협의의 proofing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 증언의 준비(preparation or familiarisation)

증인에게 법원의 소송절차 내지 각 당사자의 역할을 이해시켜 소송절차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두려워하거나 당황스러워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증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주신문을 행할 검사를 미리 만나 서로 익숙하게 하고, 법정의 구조, 소송절차 및 그 참가자에 관해서 안내를 해주며, 증인 보호조치의 필요 유무를 결정하기 위하여 증인의 보안과 안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소송절차에 있어서의 증인의 역할과 주신문, 반대신문, 재주신문 절차를 설명해 주고,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한다. 이러한 내용의 안내가 바람직한 것으로서 허용되어야 함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지만, 위의 ICC 결정은 이러한 안내도 검찰이 하는 것은 적당하지 아니하고, 재판소내의 전담부서(Victim and Witness Unit)에서 다뤄야 한다고 하였다.

나. 협의의 Proofing의 내용과 한계

이는 증인의 증언에 즈음하여, 증언시 질문될 수 있는 사항들을 알려주고, 증인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기 위하여 종전 진술서나 관련 문서들을 보여주며, 증인의 진술 중 서로 모순되는 내용을 명확히 밝히는 등 증언과 관련된 사항을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그 어느 경우에도, 위증을 교사하는 것은 물론, 예행연습을 하는 것(rehearse), 훈련시키는 것(practise), 가르치는 것(coach)은 허용되지 아니한다(영국 및 웨일즈 변호사협회 윤리규범 제705조 참조).

다. ICC 결정

ICC는 2006년 11월 8일자 결정에서 이러한 proofing은 ICC 규정상 근거가 없고, 일부 국가에서만 행해지고 있을 뿐, 오히려 많은 국가에서는 위법하거나 비윤리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proofing이라고 하더라도, 영국의 윤리규범이 금지하고 있는 바에 위반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라. 다른 국제재판소의 실무례

그러나 ICTY, ICTR, SCSL 등 특별 국제재판소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의 proofing은 영국의 윤리규범이 금하고 있는 바와 같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증인의 법정에서의 증언을 더욱 정확하고, 완전하고, 효과적이고, 정연하게 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검찰이 proofing 결과의 요지를 담은 증언요지서(proofing note)를 증인의 증언 전에 피고인 측에게 교부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증인의 증언내용, 특히 증인이 종전의 진술서와 달리 진술하는 부분을 미리 알 수 있게 하여 방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4. 기타의 증인과의 접촉

당사자의 증인에 대한 전속적 권리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검찰측 증인이라고 하더라도 증인이 반대하지 않는 한 피고인측도 자유롭게 만나 사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증인이 피고인측과의 면담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정의관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인에 대하여 강제소환장(subpoena)을 발부할 수도 있다. 한편, 일단 증인의 증언이 시작된 이상에는, 며칠씩 걸린다 하더라도 증언이 끝날 때까지 상대방뿐만 아니라 증언을 신청한 당사자마저도 증인과 접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이는 피고인 자신이 증언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재판부의 허락 없이는 변호인과 접촉할 수 없다.

5. 맺으면서

ICTY 초기에 proofing 방법에 관해서 검사들끼리 논의를 했을 때, 스코틀랜드 출신 검사는 proofing이 위법하다고 하고, 호주 출신 검사는 비윤리적이라고 했는데, 미국 출신 검사는 오히려 proofing을 하지 않으면 배임행위(malpractice)가 된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듯이, 이에 관해서는 각국의 고유한 사법제도와 전통, 문화에 따라 각 나라에 맞는 바람직한 관행을 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증인의 증언 전에 당사자가 증인을 접촉하여 증언 내용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범위에 관하여 법조 3자가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하는 한편, 구체적 사건의 재판을 통하여 판례를 축적해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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