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공공기관 하청계약에서의 소수인종 우대

임지봉 교수

‘Affirmative Action(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다름 아닌 미국의 John F. Kennedy대통령이었다. 그는 1961년에 공표한 행정명령에서 연방정부 발주사업의 계약자들이 “인종, 정치적 신조, 피부색, 민족적 기원”에 근거해 하도급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하고 오히려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게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개념은 Kennedy대통령 사후에도 Lyndon Johnson대통령에 의해 계승되고 더욱 더 발전되었다. 또한 이것은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실질적 평등의 개념과 관련하여 그 이념적 기초가 본격적으로 마련되면서 연방행정부와 연방의회의 입법화와 학자들에 의한 이론화를 통해 더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주(州)정부나 주의회, 각종 시(市)행정부나 시의회의 입법이나 조치에로 확대돼 나갔다.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에 대한 합헌성 심사의 기준으로는 그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차별에 적용되는 합헌성 심사기준이 적용된다. 즉, 일반적 평등심사기준과 똑같이 ‘인종’에 따른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에 대해서는 엄격심사가, ‘성별’에 따른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에 대해서는 중간수준심사가 적용되는 것이다. 소수인종에 대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에 엄격심사를 적용한 최초의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1989년의 City of Richmond v. J.A. Croson Co.(488 US 469)판결이 유명하다. 소수인종이 운영하는 기업에 시당국이 발주하는 건설도급계약의 일정비율을 할당하게 한 시조례에 대해 그 합헌성 여부를 다툰 사건이다.

Virginia주 Richmond시 시의회는 그 지역 건설업계에서 소수인종이 운영하는 회사가 과소대표되어(under-represented) 왔다는 결론을 내리고, 모든 시건설계약의 30%가 소수인종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할당될 것을 명하는 시조례를 제정했다. 과거 소수인종에게 이 분야에서 차별이 있어왔다는 증거는 없었다. J.A. Croson회사는 이 시조례가 연방헌법상의 평등보호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통해 위헌여부를 다투었다. 연방항소법원은 시조례가 위헌이라 판시했고, 이에 Richmond시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의 법정의견은 여성대법관인 O’Connor대법관에 의해 집필되었다. 법정의견은 과거 소수인종에 가해진 누대에 걸친 차별을 보상하기 위한 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 시의회나 주의회가 소수인종 할당제를 입법화할 수는 없다고 보면서, Richmond 시조례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보호조항은 전통적인 ‘반(反)소수인종적(anti-minority) 차별’이건 여기에서와 같이 적극적 평등실현조치 시행을 위한 ‘자애로운(benign) 차별’이건, 모든 인종적 차별에 적용된다. 그러한 차별이 평등심사를 통과해 합헌이 되기 위해서는 긴절한 정부이익을 실질적으로 촉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선택된 수단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좁게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narrowly tailored)’만 한다. 과거 특정한 차별이 존재했음이 발견되지 않고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어떤 인종이 어떤 사업에서 단순히 과소대표 되었다는 것만으로 그 자체가 합리성 없는 부당한 차별이 있었음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이 사건에서 Richmond시는 그러한 과거의 특정한 차별이 존재했음을 입증하지 못했고 단지 역사적으로 소수인종이 그 지방의 건설업계에서 과소대표되어 왔다는 점만을 주장한다.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따라서, 이러한 소수인종 특혜에 대해 위헌을 선고한 하급심판결을 인용한다.

이 판결은 소수인종에 대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 뿐만이 아니라, 적극적 평등실현조치 전반에 걸쳐 엄격심사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합헌성심사에 전통적인 차별유형들에 적용했던 것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즉, 소수인종에 대한 우대조치도 백인의 입장에서는 ‘인종’에 근거한 차별이 되기 때문에 평등법리의 일반론을 적용하더라도 이것에 대한 위헌성 심사는 엄격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과거의 차별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가지는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와 ‘구성원의 다양성 증진’의 의미를 가지는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를 구분하는 Bakke판결의 법리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이 City of Richmond v. Croson판결과 1995년의 Adrand Constructors Inc. v. Pena(515 US 200)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정부계약 영역에서의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Croson판결에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소수인종에 대한 과거의 차별에 대한 보상으로 시건설계약의 30%가 소수인종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할당될 것을 명하는 시조례의 위헌성을, Adarand 판결에서는 하청계약액의 10%를 소수인종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줌으로써 소수인종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하도급 입찰을 촉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연방법률, 즉, 소(小)사업법(Small Business Act)의 위헌성을 심사했다. 그 결과 Richmond시의 시조례와 연방법률인 소사업법은 둘 다 평등권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엄격심사를 통해 위헌판결을 받았다. 우선, Croson판결에서 Richmond 시조례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 ‘좁게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못했다고 평가되었다. O’Connor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한 산업에서 과거에 차별이 행해진 것만으로는 경직된 인종할당제의 사용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그 후의 Adarand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Bakke판결 이후 확립된 ‘과거의 차별을 보상’하는 의미에서의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와 ‘인종적 다양성을 증진’한다는 의미에서의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구분을 버렸다. 그러면서, 연방정부에 의해 주어진 소수인종 우대이건 주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주어진 그것이건, 모든 인종에 근거한 차별은 엄격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던 것이다. 미국사회에서도 소수인종에 대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시행 확대와 관련해 역차별을 이유로 일종의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적극적 평등실현조치 시행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역차별’을 이유로 한 반발이 크게 대두된 적은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시행 확대에 제동을 걸려는 반동적 목소리가 고개를 들 것이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아닌 다른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을 향해 적극적 평등실현조치 시행의 이유와 필요성에 대한 꾸준한 홍보와 설득이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는 ‘실질적 평등’의 구현을 통해 평등권을 내실있는 ‘살아있는 기본권’으로 만든다. 특히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적극적 평등실현조치가 여성이나 장애인 등 전통적인 사회적·경제적 약자집단에게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사회통합’의 과정에 기쁜 마음으로 평등하게 참여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통합’을 이룩하는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형식적 평등’만이 강요되면서 실질적으로는 갖가지 차별을 감내 당하는 사회적·경제적 약자그룹이 존재하는 한, 이들까지 포용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국사회의 대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서강대 법대 교수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