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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탄핵제도와 법제도 운영의 보편성

임지봉 교수

지난번에 우리가 보았던 1974년의 Nixon v. United States(418 US 683)판결과 원고의 성(姓)이 Nixon으로 같아 곧잘 혼동을 불러 있으키는 사건이 있다. 1993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내려진 Nixon v. United States(506 U.S. 224)판결이 그것이다. 1993년 판결의 Nixon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통령 Richard Milhous Nixon이 아니라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Walter Nixon판사이다. 이 사건은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상원의 탄핵결정을 연방대법원이 심리할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된 사건이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미시시피주 소재 연방지방법원(연방일심법원) 판사인 Nixon은 연방대배심 앞에서 위증을 한 죄로 유죄선고를 받고 징역형에 처해졌다. Nixon은 징역을 사는 동안 판사직을 사임할 것을 종용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연방하원은 이런 Nixon판사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고, 이제 공은 연방상원의 탄핵심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상원의 탄핵에 관한 규칙 제11조에 따르면 연방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 12명으로 구성된 상원 특별위원회가 청문을 열고 상원 본회의에 청문결과 보고서 사본(寫本)을 제출케 되어 있었고, 상원 본회의는 마지막 구두변론이 개최될 때와 탄핵재판 기록을 심사할 때, 탄핵안에 대해 표결을 할 때에만 소집되도록 되어 있었다. 상원 본회의에 의해서 탄핵결정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출석(present)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연방헌법 제1조 제3항 제6절은 “연방상원은 모든 탄핵소추사건들에 대해 사실심리를 할 전권(全權)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한다. Nixon판사는 상원의 탄핵에 관한 규칙 제11조의 절차들 중 특히 위원회 청문의 절차가 연방헌법 제1조 제3항 제6절에 위배되어 위헌이라 주장하며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즉, 연방헌법 제1조 제3항 제6절이 연방상원은 모든 탄핵소추사건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사실심리를 하여야(try)”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상원의 탄핵에 관한 규칙 제11조에 규정된 상원 특별위원회 청문절차들은 상원 본회의에 의한 사실심리를 막아 이에 어긋나게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 소송 제기의 이유였다. 연방지방법원은 이 소송이 재판가능성이 없다고 판시했고 연방항소법원도 이를 인용했다. 이에 불복한 Nixon판사가 이번에는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에 상고해 본격적인 대법원의 심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본 사건 판결에서 Rehnquist대법원장이 집필한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법원이 연방상원의 탄핵절차에 대해 심사할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연방상원에게 탄핵소추사건에 대한 사실심리의 전권이 있으며, 법원은 연방상원의 이 심리절차를 심사할 수 없다. 연방헌법 제1조 제3항 제6절 규정에 의하면, 연방상원은 탄핵소추사건에 대한 사실심리에 있어 전권을 가진다. 이 규정에 대한 원래의 해석은 연방상원이 탄핵에 대해 독점적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연방상원의 탄핵결정에 대한 사법부의 심사는 연방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모순된다. 탄핵심리절차는 사법부에 대한 중요한 헌법적 견제이며 판사에 대한 연방상원의 탄핵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이를 심리한다는 것은 연방헌법이 지양하고자 하는 ‘권력편중의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욱이, 탄핵심리와 탄핵결정이 사법부에 의한 심사의 대상이 된다면, 탄핵결정의 최종성 결여는 정부를 위해서도 중대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연방상원의 탄핵심리절차에 대한 사법부의 심사는 부적절하다. Nixon판사의 청구는 재판가능성(justiciability)이 없다. 하급심의 판결을 인용한다.

이 판결은 사법부에 의한 사법심사권을 제한하는 소위 ‘정치적 문제(political question)’원칙을 사용한 한 예이다. 연방대법원은 이 원칙 하에서 일전에 Baker v. Carr판결에서 본 ‘정치적 문제’에 해당하는 6가지 기준 중, 본 사건이 “그 쟁점에 관해 입법부나 행정부에서 다룬다고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한 경우”에 해당해 사법부에 의한 사법심사가 부적절한 ‘정치적 문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이 사건은 ‘상원의 탄핵에 관한 규칙’의 개정을 통해 상원의 탄핵심판절차에 부분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원래는 상원의 탄핵심판이 상원 본회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확고한 관행이었으나 1980년대에 들어와 상원은 ‘상원탄핵에 관한 규칙’ 제11조의 개정을 통해 연방법관의 탄핵심판에는 새로운 절차를 적용하게 하였다. 위의 사실관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절차에 따르면 연방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 12명으로 구성된 상원 특별위원회가 청문을 열어 증언 청취와 증거 수집을 행하고 그 결과를 상원 본회의에 청문결과 보고서사본의 형태로 제출케 되어 있었으며, 상원 본회의는 마지막 구두변론이 개최될 때와 탄핵재판 기록을 심사할 때, 탄핵안에 대해 표결을 할 때에만 소집되도록 되어 있었다. Nixon판사는 이러한 ‘상원탄핵에 관한 규칙’제11조가 상원 본회의에 의한 탄핵심판의 사실심리를 규정하고 있는 연방헌법 제1조 제3항 제6절에 위배된다고 보고 본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미국헌법이 탄핵소추권을 연방하원에 탄핵심판권을 연방상원에 주고 있는데 비해, 단원제 국회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은 탄핵소추권은 국회에 탄핵심판권은 헌법재판소에 부여하는 근본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방상원이라는 입법부가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는 사법부에서 탄핵심판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이 Nixon판결에서처럼 법원이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절차에 대해 심사할 권한을 가지느냐가 애초에 문제될 여지가 없다. 원래부터 헌법재판소라는 사법부가 탄핵심판권을 가지므로,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을 하게 되더라도 헌법재판소라는 사법기관이 ‘법관’의 탄핵심판사건 자체를 심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연방상원이라는 입법부가 사법부 구성원인 연방판사에 대해 탄핵심판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권력분립의 원리’상 사법부가 간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고가 이 Nixon판결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러나, 우리는 헌법재판소라는 사법부가 탄핵심판권을 행사하는 이상, 탄핵사건의 피소추자가 법관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라는 사법부가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을 직접 다룰 수 있다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3명의 대통령과 12명의 연방법관을 포함해 16명이 하원의 탄핵소추를 받았고, 이중 7명이 상원의 탄핵결정으로 파면되었다. 이 7명은 모두 연방법원 판사들이었다. 특히 1868년의 존슨(Andrew Johnson)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는 상원에서 단 1표차로 부결되었다.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다분히 당리당략에 근거한 정치적 이유에 기초해 이루어진 것이었고, 이에 대한 부결은 미국헌정사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어야 한다는 전통을 세웠다. 미국 헌법 제2조 4항은 또한 탄핵사유로 “반역죄, 수뢰죄,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Treason, Bribery, or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을 규정함으로써 반역이나 수뢰죄에 상응하는 “중대한(high)” 범죄나 비행에 관해서만 탄핵이 가능하도록 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탄핵사건 결정(헌재 2004. 5. 14. 2004헌나1)에서 탄핵을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로 보았고 탄핵결정을 위해서는 피소추자를 파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가 있어야 함을 천명했다. 나라와 정치문화는 다르지만 탄핵제도를 서로 비슷하게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을 초월한 법제도 운영의 보편성이 또 다시 확인되는 순간이다.


서강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