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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중앙과 지방간 권한분쟁의 최종적 중재자, 사법부

임지봉 교수

미국 연방대법원 초창기인 1819년에 내려진 McCulloch v. Maryland(118 US 356)판결은 연방입법권 행사와 관련해, 간접적으로 연방사법권의 입법부 간섭 범위를 밝힌 판결이라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Maryland 주(州)법은 주(州)의 허가 없이 주 안에서 운영되는 은행이 주정부의 직인이 찍히지 않은 은행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금하고 있었다. 이 주법은 주정부 직인 하나당 주정부에 지불해야할 요금을 특정하고 있었고 위반자들에 대한 처벌규정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연방은행의 설립을 내용으로 하는 연방법률이 연방의회를 통과해 미합중국 각지에 연방은행(U.S. Bank)이 세워졌다. 연방은행의 발티모어 지점 지배인인 McCulloch는 Maryland주의 허가 없이 주정부의 직인이 찍히지 않은 은행채권을 발행했다. 이러한 연방은행 지배인 McCulloch의 주(州)법 위반사건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이를 심리하게 되었다.

Marshall 대법원장에 의해 집필된 다수의견은 연방의회가 은행을 설립할 권한을 가지며 헌법에 따라 연방의회가 설립한 기구의 운영에 주정부가 각종 요금이나 세금을 부과할 권한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연방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연방정부도 헌법에 열거된 권력들 중의 하나다. 그러나, 연방헌법은 헌법에 열거된 권력 이외에 부수적 권력이나 헌법에 암시된 권력을 배제하지 않는다. 연방헌법은 모든 권력이 헌법에 의해 명시적으로 주어지고 상세하게 규정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게 그런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헌법의 본질을 완전히 바꾸고 헌법을 하나의 하위법률과 같이 만들어 버린다. 헌법이 연방정부의 권한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들은 그 권한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일반적 수단들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연방정부의 연방은행 등의 법인 설립 권한은, 이 권한행사를 위해 필요한 다른 부수적 권한들을 포함한다.

미국 연방헌법 제1조 제8항은 연방의회의 권한들을 열거하고 있다. 그 중 제18절은 연방의회가 연방헌법 제1조 제8항 제1절에서 제17절에 규정된 권한들을 “시행하는데 필요하고 적절한 모든 법률을” 제정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연방헌법상의 이 필요·적절조항(Necessary and Proper Clause)은 연방헌법에 의해 주어진 미합중국 정부의 권한을 집행하는데 필요하고 적절한 모든 법을 만들 권한을 연방의회에 주었다. Maryland주는 “필요한”이라는 말이 헌법이 열거한 권한들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법을 통과시킬 연방의회의 권한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요한”이라는 말의 일반적 의미는 보통 ‘편리한’ ‘유용한’ ‘본질적인’ 등이다. 미국 연방헌법 제1조 제10항에도 통관검역법의 집행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necessary)”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 州가 연방의회의 동의없이 수출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이 말의 일반적 의미, 헌법의 다른 부분인 제1조 제10항에서의 이 말의 사용, 연방의회 권한의 제한 측면보다는 연방의회에의 권한 부여의 측면에서 이 말이 사용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이 말은 연방의회의 권한을 제한하는 말로 볼 수 없다. 목적이 정당하고 연방헌법의 범위 내에 있는 한, 적절한 수단이 명백히 그 목적을 위해 사용되어지면서 그 수단의 사용이 연방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지 않고 연방헌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한, 그 수단의 사용은 합헌이다. 은행은 국가재정을 운영하는 편리하고 유용하며 본질적인 수단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연방은행 설립에 관한 법 제정은 연방의회의 권한 내에 있는 사항이다.

또한, 헌법에 따라 연방의회가 설립한 기구의 운영에 주정부는 요금이나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연방헌법과 연방법률은 최고(最高)의 법들이다. 연방헌법과 연방법률이 주법을 통제하는 것이지, 주법이 연방헌법과 연방법률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연방정부의 권력이 각각 주권(主權)을 가지는 주(州)들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이라는 Maryland주의 주장은 옳지 않다. 미합중국 연방헌법은 그 권위와 정당성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것이지 주들로부터 부여받은 것이 아니다. 본 사건에서 Maryland 주법은 연방의회의 권한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연방은행 운영에 사실상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과세할 권한은 파괴할 권한을 수반한다. 본 사건에서 주의 과세권은 연방은행을 설립할 연방의회의 우월적 권한에 배치된다. 또한, 주정부가 연방정부에 의해 설립된 기관에 과세할 때, 주(州)가 통제권을 주장할 수 없는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설립된 기관에 과세하는 것이 된다. 주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방의회에 의해 제정된 연방법률의 운영에 개입하고, 방해하고, 이를 통제할 권한이 없다. 그러므로, Maryland 주법은 위헌무효이다.

이 판결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연방주의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연방은행 설립과 운영을 놓고 한판 치열한 권한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연방주의는 다양한 지역적 특수조건들을 가진 광범위한 영토를 지배하는 데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연방헌법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많은 미국의 헌법학자들은 미국 연방주의의 성공여부가 연방정부의 우월성 및 주권성(主權性)을 유지하는 데 따른 이익과, 주정부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주간(州間)의 일에 연방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지적해왔다. 미국 헌법상의 권력분할 구조는 연방정부에 주어진 권한들을 헌법에 열거하고, 열거되지 않은 나머지 권한들은 주(州)가 보유함을 승인함으로써 연방정부와 주정부 사이에 권한을 배분한다. 1781년에 식민 13개 자치주 사이에 체결된 ‘연맹규약(Articles of Confederation)’도 유사한 행로를 밟았다. 6년 후인 1787년에 제정된 미국 연방헌법은 연맹규약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권한을 더욱 더 확대했다. 연맹규약으로부터 연방헌법으로의 변화는 ‘권력이 약한 중앙정부’에서 ‘권력이 강한 중앙정부’로의 전이를 의미했다. 이러한 연방과 주간의 권한배분에 대한 최초의 의미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크게는 연방사법권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가를 선언한 판결이 바로 이 McCulloch판결이었다.

우리는 비록 연방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헌법이 지방자치에 관해 제8장이라는 독립된 장(章)에서 이를 따로 다룰 정도로 지방자치제의 헌법적 도입과 확대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나 지방의회 의원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의 선량들이 ‘지방자치의 시대’를 서서히 주도해 나가려 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각종 권한분쟁이 빈발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앙과 지방의 권한분쟁을 중재하고 해결해 줄 ‘최종적 중재자’(final arbiter)는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과 같은 사법기관이다. 우리 법원이 지방자치제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 등의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하지 않았던가.

서강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