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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헌법판례열람

[미국헌법판례열람] 외국인 차별과 평등조항

임지봉 교수

엄격심사, 중간수준심사, 합리성심사로 분류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3단계 평등심사기준은 하루 아침에 형성된 기준이 아니다. 시간적 간격을 두고 2단계를 거쳐 3단계까지 천천히 나아간 평등심사의 대기준이다. Warren대법원기(1953~1969년)에 와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평등심사와 관련해 ‘2단계 기준’을 발전시킨다. 사회·경제적 차별입법의 심사에 있어 미국 연방대법원은 과거의 전통적인 합리성심사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주의회(州議會)의 입법재량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즉, 법적 차별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합리적 이유만 있으면 그 법은 합헌이었다. 그러나 법이 의도적으로 ‘위헌의 의심이 가는 차별(suspect classification)’에 기한 차별을 하거나 시민의 ‘근본적 권리에 실질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에는 그 법의 합헌성 판단에 엄격심사가 사용되었다. 즉, 그 차별은 ‘긴절한 정부이익에 필요한 것이어야만’ 정당화되었고 합헌이었다. 그 후 Burger대법원기(1969~1986년)에 세 번째 평등심사 단계로서 합리성심사와 엄격심사의 중간쯤의 단계에 해당하는 ‘중간수준심사’가 나타나 성별과 적·서자관계에 기한 차별심사에 사용되었고 그 차별이 ‘중요한 정부이익에 실질적으로 관련될 경우’에만 합헌이라고 판시하게 되었다.

이 중에서 엄격심사는 원래 ‘성’ ‘민족적 기원(national origin)’ 때에 따라서는 ‘외국인 지위(alienage)’와 같은 집단을 차별대상으로 하거나 차별사유로 하여 이루어지는 차별에 이용되었는데, 그러한 차별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헌의 의심이 가는 차별’로 불렀다. 후에 여기에 ‘근본적 권리에 실질적 부담을 지우는 차별’까지 추가되어 같이 평등심사기준으로서의 ‘엄격심사’가 확고한 틀을 잡게 된 것이다. 엄격심사의 중요한 요건으로는 첫째, 대법원이 엄격심사를 행할 경우 입증책임이 정부쪽으로 전환되어 그 법률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소송 청구인이 아니라 그 법을 만든 주정부나 연방정부가 그 차별이 ‘긴절한 정부이익’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둘째, 그 긴절한 정부이익을 달성하는 ‘기본권제한의 정도가 경미한 다른 가능한 대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후에 미국에서 LRA(Less Restrictive Alternative) Rule로 발전하는데, 우리 헌법재판소가 법률에 의한 기본권제한의 한계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 중 ‘피해의 최소성’이 이와 유사한 개념이다. 셋째, 엄격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에 대해서는 법률에 대한 합헌성추정원칙의 적용이 배제된다. 정부가 이러한 입증책임을 충족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엄격심사의 대상이 되면 그 법률은 웬만하면 위헌이 되는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14조 평등조항의 첫 번째 목표는 소수인종, 그 중에서도 특히 흑인에 대한 법적 차별을 막는 데 있었다. 따라서 현재까지 인종을 이유로 한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종’은 역사적으로 매우 오욕적인 효과를 가진 아주 가시적인 차별사유 내지 차별대상이었다. 그것은 후천적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사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흑인과 같은 소수인종은 대대로 ‘일반적인 정치적 과정’을 통해서는 그들의 이익을 잘 대변하고 보호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인종은 ‘위헌의 의심이 가는 차별’인 것이다. 고의적인 인종차별은 정부에게 무거운 합헌의 입증책임을 지운다. 즉, 엄격심사가 적용되는 것이다. ‘민족적 기원’은 중국계, 일본계와 같이 어느 민족출신인가를 말하는데, ‘인종’과 거의 구별되지 않고 같이 쓰이는 말이다. 외국인인가의 여부에 따른 차별도 이와 함께 엄격심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민족적 기원이 어디인가, 외국인인가의 여부에 따라 이루어지는 차별은 엄격심사라는 심사기준이 틀을 갖추기 이전에도 미국사회에서 엄격히 금지되는 차별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연방대법원이 생기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나온 아주 오래된 초기 판결로서 1886년의 Yick Wo v. Hopkins(118 U.S. 356) 판결이 유명하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았다. 샌프란시스코시의 시조례는 그 세탁소가 돌이나 벽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감독위원회의 동의없이 세탁소를 운영하는 것을 불법으로 금하고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화재 위험이 많은 세탁소를 운영하려면 화재 예방을 위해 돌이나 벽돌로 만들어진 가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합리성있는 제한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그 시조례하에서 감독위원회가 ‘중국계 주민’에게는 세탁소 운영 허가를 내어주지 않고 백인들에게만 허가를 내어주는 차별을 가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항의 부두 노역자로 미국에 공수된 중국인들은 돌이나 벽돌로 만들어진 집이 아니라 허름한 판잣집을 짓고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 모여살며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Yick Wo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판잣집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이 시조례 위반으로 체포되었고,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그는 이 시조례가 차별적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Matthews대법관에 의해 집필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법 자체는 유효하더라도 그 법이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면 이는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다음은 그 추론의 요지이다. 본 사안에 있어서와 같이 법이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법원은 그 법을 위헌판결할 수 있다. 그 시조례 자체의 합헌성이나 유효성을 따지지 않고도 우리는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비록 그 시조례 자체는 합헌적이고 유효하다 하더라도, 샌프란시스코시의 감독위원회는 중국계 주민을 세탁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그 시조례를 매우 차별적이고 악의적인 방법으로 적용했다. 그러한 차별대우는 수정헌법상의 평등조항의 정신과 규정에 모두 위배되는 것이므로 Yick Wo에 대한 유죄판결을 파기한다.

이 Yick Wo판결은 법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그 법의 ‘적용’이 부당하게 차별적이라도 그 법은 위헌일 수 있다고 선언한 점에서 주목을 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민족적 기원’이 어디냐, 외국인이냐에 근거한 차별을 대표적인 평등권 침해사례로 바라보았던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방인 보호정신이 돋보이는 판결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는 전철안에서, 길거리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마주친다. 국제결혼도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든지, 외국인 인권의 문제가 중요한 헌법적 쟁점으로 떠오를 태세다. 물론, 세계 각국의 이민족들이 모여 이룩한 미국이라는 나라는 외국인들에게 포용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순수 혈통의 단일민족국가인 우리와 이런 미국을 평면비교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개방과 가속화되는 지구촌화는 대한민국헌법이 ‘한민족(韓民族)의 헌법’이 아니라 ‘만인의 헌법’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열린 헌법’이 중요한 헌법적 화두가 될 전망이다.

서강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