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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통신] (2) 소송기록의 작성과 관리

권오곤 ICTY 재판관

1. 소송기록의 종류

이곳 국제재판소의 소송기록에는 ① 공소장을 비롯한 신청서, 변론요지서 등 당사자가 제출하는 각종 서류와 재판부의 결정 등을 편철하는 소송서류철(case-files), ② 공판절차에서의 소송관계자의 진술을 기록한 속기록(transcripts), ③ 증거물 및 증거서류(exhibits), ④ 사건 일지(record book) 등이 있다.

2. 소송서류철

모든 소송서류는 원칙적으로 A4용지를 사용하고, 왼쪽에 세로로 두 구멍을 뚫어, 고정되어 있는 쇠고리에 끼우게 되어 있는 바인더에 편철한다. 두께 7.5cm 정도의 이 바인더는 딱딱한 표지 덕분에 세워 보관할 수 있는데, 한 권의 양이 차면 새 것을 사용한다. A4용지보다 크거나 작은 크기의 서류는 편철용 구멍이 뚫려 있는 A4용지 크기의 투명 비닐봉투에 담아 편철한다. 사건 진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서신과 영장, 소환장 등의 잡서류는 별도로 편철한다.

소송서류가 접수되면, 그 즉시 사무국에서 접수순에 따라 총 소송기록상의 쪽번호를 기재해 넣는데, 한 문서마다 뒤에서부터 거꾸로 번호를 매긴다. 예컨대 소송기록의 총 쪽수가 2,000쪽에 이른 상태에서 30쪽짜리의 문서가 접수되었다면, 그 문서의 마지막 장은 2,001쪽, 가장 첫 장은 2,030쪽이 된다. 따라서 바인더 별로 보면, 가장 앞에는 가장 최근에 접수된 서류가 편철되고, 가장 먼저 접수된 서류는 가장 뒤에 편철된다. 이와 같이 접수된 소송서류 원본은 사무국에서 보관하고, 각 재판관과 당사자들에게는 사본을 만들어 배부한다.

소송서류는 공개재판의 원칙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개함이 원칙이지만, 증인의 보호 또는 기타의 이유로 비밀로 하는 경우도 있다. 비밀서류에는, 일반 대중에게만 비밀로 하는 것(confidential filing)과, 일반 대중은 물론 상대방 당사자에게도 비밀로 하는 것(ex parte filing)의 두 종류가 있다. 이러한 비밀서류들은 별도로 편철, 보관한다. 한 문서의 일부만이 비밀인 경우에는 공개 서류철에는 해당 부분을 삭제하여 편철하기도 하고, 당사자가 아예 별도의 공개용 문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기도 한다. 후일 다른 사건의 당사자가 비밀기록의 열람 및 등본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관련성과 필요성이 소명된 경우에 한하여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이를 허용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ex parte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속기록

공판정에서 있었던 재판관, 당사자, 증인 등 소송관계자의 모든 진술은 실제로 말해진 내용 그대로 속기사에 의하여 기록된다. 보통 한 명의 속기사가 법정 안에서 속기를 하고, 다른 한 명의 전문가가 법정 밖에서 교정을 보는데, 이렇게 작성되는 ‘잠정본’은, 재판이 오전에 있었으면 같은 날 오후에, 재판이 오후에 있었으면 다음 날 오전에, 각 재판관과 당사자들에게 배부된다. 확정본은 3~4일간의 교정작업을 거쳐 일반 공개용과 비공개용으로 구분하여 완성된다. 속기록은 위 소송서류철과는 달리 순차적으로 쪽번호를 매긴다. 속기록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사무국내의 담당 과장의 책임 아래 수정한다. 속기록의 작성이나 수정 작업에 재판관은 관여하지 않는다.

한편 공판기일의 녹화내용도 기록의 일부로 보관하는데, 예전의 한 사건에서 1심 재판장이 증인신문 도중 잠을 잤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였다는 항소이유가 제기되어 항소심 재판부가 1심 녹화화면을 검토하여야 했던 일화도 있다.

4. 기 타

증거물 및 증거서류는 목록을 만들어 별도로 보관한다. 이 경우에도 원본은 사무국에 보관하고, 재판관과 당사자에게 사본을 배부함은 마찬가지이다. 채택되지 않은 증거들은 별도로 보관한다. 최근에는 전자 법정(e-court)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종이로 된 증거서류 기록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는데, 이에 관하여는 후일 따로 소개하기로 한다. 공판기일에 참여하는 사무국 직원은 그 이외에도 각 일자별로 접수된 문서와 재판의 진행상황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 사건 일지를 작성한다.

5. 맺으면서

한때 조서를 ‘꾸미고’ 기록을 ‘만든다’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공판기일의 소송절차로서 공판조서에 기재된 것은 그 조서만으로써 증명한다’는 형사소송법 제56조(공판조서의 증명력)의 보호막에 안주하여,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판조서 또는 증인신문조서가 상당 기간이 경과된 후에야 완성된다거나, 기록이 재판장실에 있기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배석 판사도 기록을 볼 수 없다고 하는 것과 같이 불합리한 현실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규의 재판(단계적으로는 적어도 주요 재판)에서는 전반적으로 속기를 시행하고, 당사자에게 그 속기록을 즉시 교부해야 한다. 속기록은 이미 오래 전의 뉘른베르크 재판에서도 작성되었다. 복사기술이 발전된 오늘날, 법관들 전원이 기록을 가지고 보아야 함은 합의제의 취지에 비추어 당연한 요청이다. 그 시행에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비용은 공정한 재판을 위하여 국민이 기꺼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인 것이다. 선진 제도를 참조하여 우리의 소송기록의 작성과 관리도 더욱더 과학화, 체계화, 전문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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