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이전에는 비만이 흔치 않았다. 서구에서조차 주로 부유층의 문제였다. 그런데 70년대 중반부터 과체중(BMI 25~30)과 비만(BMI 30 이상)이 급증했다. 세계 인구의 39%가 과체중, 13%가 비만이다. 1997년 WHO는 비만이 인류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만성질환이라는 이유로 ‘글로벌 유행병’이라고 규정했다.
7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60년대 미국은 곡물의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해 경작을 줄이는 농가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70년대 초 소련에 대흉작이 들자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던 닉슨은 차관을 제공하면서 사상 최대의 곡물 수출을 단행했다. 정부 비축분까지 동이 났고 곡물 가격과 물가는 급등했다. 닉슨은 선거 이슈가 되는 것을 우려해서 곡물 증산을 장려했다, 농가 보조금을 폐지하고 농지 구입 금융을 완화했다. 그 결과 밀, 옥수수, 콩의 생산이 급증했다.
싸진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액상과당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당은 설탕보다 달고 워낙 싸기 때문에 식품에서 설탕을 대체하게 되었다. 70년대 후반 동물 지방이 심혈관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지방 열풍이 불자 식품업계는 지방을 줄이고 당을 강화했다. 비만이 전세계로 퍼진 것은 저비용 고열량의 식량, 특히 액상과당과 식물 기름의 생산과 수출이 급증한 결과이다.

당은 특히 가당음료(SSB)에 많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A 콜라 작은 병(370㎖)에 40g, B 콜라 큰 병(600㎖)에 64g, C 사이다 큰 캔(355㎖)에 38g, 작은 캔(245㎖)에 26g 들어 있다. WHO, 미국, 한국에서는 첨가당을 총 섭취열량의 1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한다. 하루 열량 2,000㎉을 섭취하는 경우 50g이다. 첨가당 섭취가 50g을 넘어서면 과당이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고 복부 등에 축적된다(2022 논문). 당은 다른 식품에도 들어 있기 때문에 SSB를 하루 1회만 마셔도 한도가 초과될 수 있다.
SSB는 비만의 주범이다. 고체 음식보다 포만감이 적어 필요 이상으로 먹게 된다(2010 논문). 포도당은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과 인슐린을 급등시키고 배고픔을 증가시킨다(2018, 2019 논문). 매일 1캔 마시면 비만 위험이 2배로 증가하고(2012 논문) 체중이 3년에 6.8㎏ 증가한다(2015 논문).
SSB 섭취가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지방간질환, 일부 암(결장암, 췌장암, 유방암)의 위험에 기여한다는 증거는 넘친다. 당 부하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은 높아진다(2002 논문). 과당은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렙틴 저항성을 유발하며(2012, 2019 논문), 통풍을 유발하는 요산 생산을 증가시킨다(2022 논문). SSB를 1회분 더 먹을 때마다 당뇨 위험은 18%씩, 심혈관질환 위험 및 관련 사망률은 각 9%씩, 전인 사망률은 11%씩 증가한다(2015, 2019, 2021 논문). SSB를 매일 1회 마시면 지방간 위험은 53% 증가한다(2019 논문).
SSB는 건강에 해롭다고 인식하지도 못한 채 수시로 마시게 되니 가끔 하는 술보다 나쁘다고 할 수도 있다. 고기, 치킨, 피자 같은 고열량 음식을 먹으면서 SSB를 마셔대면 최악이다. SSB를 사기 전에 성분표를 보고 당 함량을 확인하는 습관도 좋지만 최선은 멀리하는 것이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