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에 처한 혼란기, 법관직을 사임한 후 몽테뉴는 가톨릭을 신봉하는 앙리 3세와 신교도 지도자인 미래의 앙리 4세인 나바르공 사이에서 중재를 하였다.우리네 군주들 사이에서 협상을 주선해야 했던 얼마 동안, 우리를 갈기갈기 찢고 있는 사분오열의 시기에 사람들이 나에 대해 오해하거나 내 외양 때문에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나는 각별히 조심했다.16세기 프랑스에서 왕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장 보댕의 왕권신수설). 몽테뉴는 어떻게 생각했을까?가장 바람직한 통치상태는 다른 모든 것은 평등하고 오직 미덕에 따라, 그리고 악덕을 멀리하는 것에 따라 인간의 우열이 정해지는 상태일 것이다.왕은 호사스런 의식으로 황제의 흉내를 내지만 막 뒤에서는 보통 인간에 지나지 않고, 어쩌면 자기 신하 중 가장 보잘 것 없는 자보다 더 비루할 수도 있다. 비겁, 망설임, 야심, 불안, 시샘이 그를 흔든다. 하지만 공동체의 삶을 관리하는데 필요하므로 신민은 왕의 권력을 인정하고 감수해야 한다.정치적인 안정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권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 지지가 필요한 동안 웬만한 인물이 아닐지라도 참고 견디며 악덕을 감춰주고 대수롭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도 지지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왕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신민의 충성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몽테뉴는 관대함과 선행, 정의의 모범을 보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왕공들에게는 그들이 베풀 선행과 정의에 대해 지금, 여기에서보다 더 확실하고 더 큰 보답이 약속된 시대와 장소는 결코 없었다. 힘과 폭력은 무언가를 할 수는 있지만, 언제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몽테뉴는 왕권에 어떤 환상도 갖지 않으며, 좋은 관리자이길 원할 뿐이다. 공공선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은 권위를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권력자가 자신을 권력과 일치시키고 권위를 자신의 것으로 하려 할 때 지배와 군림이 시작된다. 한편 덕을 추구하는 사람은 권력자에게 자유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왕공들은 내게서 아무것도 뺏어 가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내게 많이 베풀어 준 셈이며, 내게 아무런 악을 행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내게 충분한 선을 행해 주는 셈이다. 그들에게 내가 요구하는 것은 이것이 전부이다.남의 도움은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어쨌든 불편하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호의에서 비롯되었더라도 간섭하고 지배하기 때문에 싫은 것이다.나는 행하는 것이건 당하는 것이건 지배라는 것을 혐오한다.왕은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어 절도를 지키기 어렵다. 신하는 왕에게 복종하며 결함과 악덕까지도 따라한다. 지배와 예속은 시기와 경쟁으로 엮여있고, 복종이 넘치는 왕궁에서 자유와 자율성은 사라진다. 정치에 참여했을 때도 그는 권력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나는 대공들을 향한 증오나 애정의 정념에 떠밀려 가지는 않는다. 나는 우리 왕들을 그저 합당하고 신민으로서 마땅한 애정으로 바라볼 뿐 개인적 이해로 고양되거나 시들해지지는 않는다. 나는 어디서나 머리를 높이 들고 얼굴과 가슴은 활짝 펴고 다닌다.자유를 사랑하고 지배를 혐오하는 몽테뉴는 공화정을 우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공화정이 모두 잘 운영되는 것도 아니고, 왕정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나는 인민의 지배가 가장 자연스럽고 공정한 정치라고 생각하지만, 아테네인들이 저지른 저 비인간적인 불의를 생각하면 모든 민주정에 대해 자칫 화해할 수 없는 증오심을 품을 지경이다.몽테뉴는 혼란과 분열, 잔혹성과 폭력이 횡행한 것은 왕정이냐 공화정이냐는 정치체제가 아니라, 인간이 광신에 빠지지 않는 판단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솔직히 터놓는 이야기는 포도주나 사랑이 그렇듯 상대도 마음을 열고 다가오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타인에 대한 연민과 존중을 정치적 삶의 기초로 보았다. 나아가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에서 분열된 세계가 언젠가 뚫고 나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박형남 부장판사(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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