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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한국의 수많은 ‘이승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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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디제잉을 배웠다. 취미였던 것이 지금은 그 이상의 활동이 되었다. 디제이를 하면서 음악 업계의 종사자들을 여럿 만난다. 그들은 나를 신기하게 본다. 그리고 나에게 어쩌다 변호사가 이런 것까지 하는지, 일과 병행하려면 힘들지는 않은지 묻는다. 나는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고, 재미있으니 괜찮다고 말한다(힘들기는 하다).


그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험난했던 삶과 고민을 듣는다. 디제이 연습생 시절 선배 디제이의 식사와 빨래를 책임졌던 일, 몇 시간의 공연을 하고도 보수를 받지 못했지만 그저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만족했던 일, 소속사가 부당한 사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서 비용 정산까지 강요했던 일 같은 것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옛날 같았으면 재미있어도 디제이는 못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나는 그러한 부조리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도가 다를 뿐 그들은 여전히 그런 일을 겪고 있다. 그렇게 여러 사건을 겪은 뒤,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억울한 이야기를 토로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묻는다. 안타깝게도 내가 줄 수 있는 답변은 원론적이다. "처음부터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계약서를 검토한 후, 계약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현장에 있다 보면 그들에게는 그럴 여유도, 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계약이라는 말보다 기회라는 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가수 이승기와 그가 속했던 소속사 간의 분쟁이 눈에 띄었다. 분쟁보다는 일방적인 착취로 보였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가수가 소속사로부터 그러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사정이 좋아진 것이라고 하던 말이 떠올랐고, 업계에 조금의 변화라도 있었던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주류에 속한 가수도 이런 상황에 놓이고 있다면, 비주류에 속하는 음악인들이 놓여있는 상황은 얼마나 더 가혹할 것인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제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알리는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그 산업 현장의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를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그것을 자랑스럽게만 생각할 수는 없을 듯하다. 종사자들을 착취하는 산업은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만연한 부조리에 대해 음악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그저 한 번이라도 더 대중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이 앞서 계산은 뒷전으로 미루었다는 점일 것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승기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간담회를 열고 연예매니지먼트 분야의 현장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계약서 작성을 독려하고, 근로 현장을 감독하는 것은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 그러한 제도의 개선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잘못된 의식과 관행까지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한국의 수많은 이승기들이 부디 즐겁게 자신의 예술을 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

 

 

이정원 변호사(특허법인 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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