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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판사 이야기] (4) 증거 정황이 명명백백하게 확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법관의 판단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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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종교 재판관은 사회 불안과 분쟁을 마녀의 악마적 마법의 결과로 얽어매어 자백을 이끌어냈고, 자백하지 않는 사람은 혹독하게 심문하고 고문하고 죽였다.

우리 인간 중 한 사람이 살과 뼈를 가진 몸 그대로, 저승에서 온 혼령에 의해 빗자루를 타고 날아갔다고 하는 것보다는, 살짝 이상해진 우리 정신의 회오리바람 때문에 우리의 이해력이 제자리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더 자연스러운가?
사람들을 죽일 정도가 되려면 증거 정황이 대낮처럼 명명백백하게 확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생명이란 이 초자연적이고 공상적인 사건들을 확증하기 위한 희생 제물로 쓰이기에는 너무나 근본적인 것이다.


마녀가 일으켰다는 현상은 원인을 규명하기 불가능하므로, 그런 걸 보았다는 사람이 미망에 빠져 잘못 보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것이 옳다. 당시에는 마법을 부정하는 것은 성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이 정도로 말하는데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오판의 다른 원인은 거짓말로 현혹하여 자백하게 만드는 것이다. 몽테뉴는 법관이 허위 자백을 유도하는 행위를 사악한 정의라고 비난했다. 더 큰 문제는 진범이 드러났는데도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억울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다.


결백한 사람들이, 그것도 판관들의 잘못과 무관하게 처벌당한 경우를 얼마나 많이 봐 왔는가? 몇 사람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판결을 받았는데, 이웃 하급 법원의 관리들이 알려오기를 자기네가 잡아 둔 몇몇 죄수들이 이 살인 사건에 대해 확실한 자백을 했으며 사건의 자초지종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판관들은 새로운 상황과 그것이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 그리고 유죄 판결이 법적으로 합당하게 이루어져서 자기들로서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고찰해 봤다. 결론적으로 이 불쌍한 악당들은 재판의 형식을 위해 희생 제물이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을 더 확신하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마음, 즉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갖고 있다. 결과를 본 후 불가피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후견편향과 결과편향도 문제다. 올바르게 판단하려면 생각의 불확실성과 토론의 중요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몽테뉴는 주장한다.

우리의 판단력이 우리 자신에게 주는 혼란과 각자가 자기 안에서 느끼는 애매함으로 우리는 판단력의 기반이 별로 확고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얼마나 우리는 사물들을 가지각색으로 판단하는가? 얼마나 여러 번 생각을 바꾸는가?
사람들의 판단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나를 언짢게 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나를 깨우고 훈련시킬 뿐이다. 우리는 교정되기를 피하려 한다. 그러나 거기 자신을 드러내고 대면할 일이다.


예외와 이단을 인정하지 않는 스콜라 철학과 가톨릭 교리가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사회에서, 몽테뉴는 생각의 다양성과 토론을 통한 진실 발견을 주장했다. 진리 탐구를 논한 대목이지만,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도 적용될 수 있다. 당대의 재판에 대해 법복을 벗은 몽테뉴는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을 좌지우지할 사람 앞에는, 내 명예와 생명이 나 자신의 무죄보다는 변호인의 노력과 정성에 달려 있는 자리에는 결코 출두하지 않을 참이다. 나의 악행만큼이나 나의 선행도 알아주고, 내가 두려워할 이유만큼이나 희망을 가질 수도 있는 그런 재판정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나갈 수도 있으리라. 과오를 범하지 않는 것 말고 그 이상으로 좋은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는 무고함을 인정받는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못 된다. 우리나라의 법정은 두 손 중 하나만을 내밀 뿐인데, 그것도 고약한 왼손만 내미는 것이다. 그가 누구건 법정을 나설 때는 항상 손해를 보고 나온다.


참담하기 짝이 없다. 법복을 벗은 전관 변호사들은 변호사석에 있으니 정말로 법대가 높고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무엇일까?

 

 

박형남 부장판사(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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