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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판사 이야기] (3) 법이 신용을 유지하는 것은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그저 법이기 때문이다

- 법은 정의로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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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전쟁으로 내부 혼란이 극심했던 시대, 몽테뉴는 통치와 사회 질서의 핵심인 법의 정체는 무엇이고 정당성은 어디에서 오는지 깊이 생각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동요하는 법의 가변성과 상대성이 그의 눈에 먼저 들어왔다.

제 나라 법을 따르라고? 다시 말해 마음이 바뀔 때마다 정의의 얼굴을 갈아치우고 다른 색깔을 칠해서 보여 주는 백성 또는 군주의 그 변덕스런 견해의 바다를 말인가? 어제는 신용을 얻었다가 내일은 잃고, 냇물 하나 건너면 범죄가 되는 것이 무슨 선이란 말인가? 산들에 둘러싸여, 산만 넘어가면 거짓이 되는 것이 무슨 진리란 말인가?

그럼에도 법의 권위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스콜라 철학자는 실정법은 인간의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자연법에 부합해야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몽테뉴는 모두가 동의하는 자연법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 철학자들이 참 재미있다. 법에 확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들이 자연법이라고 부르는 견고하고 영원하고 불변하는 법칙들이 있어, 그것이 인간 고유의 본질적 조건에 의해 인류 안에 새겨져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법 중에서 단 하나도, 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반박을 당하거나 부인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런데 보편적 동의만이 자연법의 존재를 논증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이다.

이성은 개인에게 편견의 한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유된 진리의 체계보다 갈등하는 다양한 의견들을 만들어 냈다. 정의로운 법조차 얼마간 불의가 섞이지 않고는 존속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몽테뉴는 최초의 명제를 떠올린다.

그런데 법이 신용을 유지하는 것은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그저 법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법이 지닌 권위의 숨겨진 기초인 것이다. 다른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마침내 전직 법관은 법허무주의에 빠진 것일까?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권위의 숨겨진 기초라는 허구 위에 법은 자신의 정의와 진리를 정초한다고 보면서 법을 해체했다. 하지만 몽테뉴는 오랜 세월 답습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관습에서 법의 기초를 찾았다.

하느님이 어느 정도 장구한 세월을 견뎌 가게 허락해 줘 아무도 그 기원도 모르고, 바뀐 적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경우 말고는, 어떤 법도 진실로 신뢰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몽테뉴는 오래전부터 받아들여지고 인정받은 법의 지속성에 주목하며, 그것을 법의 권위와 정당성의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정당성은 법 자체의 합리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은 흔히 바보들이 만들며, 언제나 공허하고 불안정한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게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일상적으로 과오를 저지르는 것은 법 말고는 없다. 법의 명령은 너무 모호하고 너무 변덕스러워, 법을 거역하거나 못된 방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며 집행하는 것을 얼마간 정당화한다.


악법이 판치는 세상이라면 법에 복종할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는 공적 사회가 우리의 행동과 일, 재산과 생명까지 요구한다면 따라야 한다면서, 소크라테스가 불복종함으로써 생명을 구하는 것을 거부한 행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심해지는 불의의 사법현실에 절망하고 분노를 드러냈다.

로마시대부터 법학자는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이고,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문구가 공동선을 다 포함할 수 없으며, 많은 법률의 지향점을 위 문구로만 귀결시킬 수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정의란 무엇이고, 법은 정의를 지향하는가? 의견이 분분하지만 법률가로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규범을 정한 헌법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어느 진영이든 극단론자가 아니라면 주장의 근거로 헌법을 끌어댄다. 물론 구체적인 이유와 내용은 다르다. 몽테뉴는 정의의 이름으로 도모한 종교개혁이 프랑스를 도탄에 빠뜨리고 파멸시키는 것을 보면서 법의 정의로움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도 시대의 아들이다. 하지만 지금 재판한다면 헌법에서 정의의 단초를 찾으려 하지 않을까.


박형남 부장판사(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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