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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新)과 함께] 빌라왕 사망과 상속등기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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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빌라왕 사망 소식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빌라 몇백 채, 천 단위가 넘은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일단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오죽하면 빌라“왕”이라는 명칭이 붙었겠는가. 이러한 빌라왕들의 실체는 안개 속에 가려져 있고 사망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면 기구하다는 느낌마저 받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수백 채에 달하는 빌라의 소유자가 사망하면 수백 명의 임차인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인의 사망은 그에 따르는 법률관계의 변화를 가져오므로 임차인은 임대인의 사망에 따른 법률문제 처리의 부담을 가지게 되는데 임차인으로서는 본인과 전혀 관계없는 사실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어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법무사들은 이러한 임차인의 법률적인 고충에 대하여 평소 업무를 통해서 접하고 있지만 특히 작년 9월부터 정부대책의 일환으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운영하고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에 공익법무사단을 구성하여 참가하면서 전세 피해자의 고충을 보다 생생하게 접하게 되었다.

당장 임차인은 거주를 이전하고자 하는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등기부에 임차권등기를 하여야 하고 전세보증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도 임차권등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은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부동산등기법」 제29조에서 신청정보의 등기의무자 표시가 등기기록과 일치하지 아니한 경우를 등기의 각하 사유로 하고 있어, 법원에서는 등기의무자 표시를 등기기록과 일치시키기 위해 임차인에게 대위로 상속등기를 할 것을 요구했었다.

수백 채 빌라 소유자 사망 수백 명의 임차인이 피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서 상속등기 생략할 수 있도록
등기선례 신속하게 마련해 전세피해 대책에 도움


그런데 임차인이 대위로 상속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상속인이 부담하여야 하는 취득세 등 공과금을 먼저 납부해야 해서 경제적 부담이 크고, 상속인을 확인하는 절차도 매우 어려워 상속 절차에 드는 기간이 수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걸리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임차권등기명령을 하기 위하여 임차인이 대위상속등기를 하여야 하는 어려움은 빌라왕 사망이 보도되면서 같이 조명되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공익법무사단에서는 부동산등기법에서 매매 등 등기원인이 먼저 발생한 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상속등기를 생략하고 상속인이 바로 등기신청을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고 이러한 법리는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등기에도 인정하고 있으므로,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등기도 기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미 발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공시하기 위한 등기라는 점에서 등기원인이 임대인의 사망 이전에 발생했다고 보아 상속등기를 생략하고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제기하였고,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대한법무사협회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전세 피해 문제의 대책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대법원은 1월 초에 임차인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절차에서 상속등기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등기선례를 신속하게 마련하였다. 이 등기선례가 마련된 직후에 정부 주관으로 전세 피해 임차인을 모인 설명회가 있었는데, 설명을 하기 위하여 참석한 공익법무사단의 법무사가 등기선례가 변경된 사실을 알리자 피해자들이 박수를 보내며 환영하였다.

법무사는 어려운 처지의 국민을 돕기 위한 다양한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 공익활동을 통해 한명 한명의 법률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과 지원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현장에서 접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요구할 때도 있다.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면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광범위하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아직 전세 피해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더 필요한 만큼, 이후에도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제안하고자 한다.


오영나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