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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선거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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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는 유례없이 치열했다. 투표권 없는 휴업회원인 나에게까지 종종 오는 문자 메시지, SNS상의 수많은 포스팅들, 그리고 언론 보도를 통해 선거전을 상당히 자세하게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캠프 구성원들이 매우 열정적이구나’하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점점 일부 캠프 사이에 가시 돋친 비난과 폭로가 오가더니 급기야 고소·고발까지 오갔다. 투표권도 없는 제3자로서 후보들의 잘잘못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혼탁해진 선거전으로 초래될 여러 부작용들이 안타까웠다.

학교에 오기 전 10년 넘게 변호사로 일하면서 절감한 것은 변호사의 힘은 의뢰인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변호사는 판사나 검사가 가진 공권력이 없다. 변호사가 가진 얼마 안 되는 법적인 권한들은 모두 의뢰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변호사가 가지는 부와 명예도 의뢰인이 있기에 비로소 가능하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국가기관을 상대로 용기 있는 발언과 행동을 한다면 존경받겠지만, 의뢰인도 없는데 느닷없이 나선다면 대부분 의아하게 보거나 무시할 것이다. 의뢰인이 없으면 변호사는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변호사단체 역시 현실적이고 잠재적인 의뢰인들인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야 비로소 힘이 생길 것이다. 아무리 변호사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떠들어도 법률서비스 수요자들이 지지해 주지 않으면 힘을 얻기 어렵다.

변협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인권 옹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변협의 사명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변호사 직역이 힘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변호사 업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 확보라고 생각한다. 수사기관에 의한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별다른 통제 없이 자주 행해지는 곳은 내가 아는 한 OECD 국가 중엔 한국밖에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는 ACP가 명문화 되어 있고, 아주 예외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에는 엄격한 절차적 통제와 조건들이 붙는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털어놓은 비밀을 수사기관이 가져간다면 형사절차는 공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 고객들에게 한국엔 ACP가 없고 실제로 종종 변호사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한다고 말하면 거의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는 수준으로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ACP 법제화에는 장애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변호사건 뭐건 법대로 압수수색 받아야 한다”라는 조야하지만 강고한 정서를 국회의원들이 쉽게 거스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변협이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고 입법부를 설득하려면 변호사법이 정한 변호사 본연의 사명, 인권옹호와 정의실현이라는 그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여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변협이 인권이나 정의는 무관심한 채 변호사시험 합격자 감축과 직역수호만 부르짖고 선거전에서 이전투구나 벌이는 집단으로 인식되면, ACP 법제화 주장 같은 것이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변협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인권옹호와 정의실현이라는 변협의 사명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최소한 그런 외양을 갖추어야) 변호사라는 직역이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공허한 명분론이 아니라 매우 전략적인 실리론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천경훈 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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