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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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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니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있는 부잣집 아이들이 부러운 가난한 나무꾼 자녀인 틸틸과 미틸(치르치르 미치르) 남매에게 마법사 할머니가 파랑새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빛의 요정을 따라간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던 추억의 나라에서도, 무서운 방이 여러 개 있는 밤의 궁전에서도 어렵게 얻은 파랑새는 모두 죽어버리고, 행복의 궁전, 미래의 궁전에서는 파랑새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온 틸틸과 미틸 남매는 그리 먼 곳에서 찾으려 했던 파랑새가 집 새장 속에 있는 비둘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여행은 끝이 난다.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 이야기다.

갑자기 웬 파랑새를 언급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검수완박이 한창이던 시절에 어느 신문에서 ‘검사들은 한가롭게 경찰 데스크 놀이를 하고 논다, 경찰에서 혐의가 없다고 처리한 것을 기소한 후 자기들끼리 박수치고 격려하고, 경찰에서 기소로 올라온 것을 혐의 없다고 처리하고 박수치고 격려하고, 도대체 인권보호는 언제 하는가’ 라는 취지의 글을 보았다. 아마도 검찰의 역할을 깎아내리기 위한 의도였지 않았나 싶다. 한참 검찰이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던 시절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최근 검찰의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면서 검찰에 대한 이목이 또 집중되고 언론에 연일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바다 위에 격랑이 치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바다 아래쪽에서는 대부분의 검사가 검찰 본연의 인권보호, 사법통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경찰이 최선을 다한 1차 수사 결과물을 다시 들여다보고 혹시라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가려는 나쁜 범죄자를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내는 일, 누명을 쓴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 이것을 경찰 데스크 놀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경찰 데스크 놀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필자는 일전에 1차 수사에서 5억 원을 편취한 피의자에 대해 혐의없다고 처리된 사건이 있었는데 공소시효는 한 달 남았고 피해자는 계속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시효를 하루 남겨두고 전격 기소하여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하였다. 덕분에 항소심에서 피해자는 그 피해를 구제받았다. 당연히 주위로부터 많은 격려와 찬사가 쏟아졌다. 이처럼 추가 수사를 통해 면죄부 받은 피의자를 엄벌하는 것, 무고한 피의자의 누명을 풀어주는 것이 바로 ‘인권보호업무’, ‘사법통제업무’이고 검사들은 시류와 상관없이 이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동화에서는 파랑새를 찾아 떠난 틸틸과 미틸이 집에 있는 자신들의 비둘기가 그리 갈구했던 파랑새였음을 알며 행복하게 막을 내리는데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는 비둘기가 우리 곁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정경진 부장검사 (서울고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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