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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고 온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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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정에 오는 아이들 중에는 우울, 불안, 결핍, 분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양한 원인으로 자해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 더운 여름날 가녀린 양쪽 팔목에 나 있던 여러 개의 길고 붉은 상흔은 아직까지도 마음을 아리게 한다. 시설 내 처분을 하였던 아이가 자해를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대개는 ‘비자살성 자해(Nonsuicidal Self-Injury)’라고 하지만, 어쨌든 아프고 위험한 일이다.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접한다. 시도에 그치지 않아 심리불개시 결정을 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와 미숙한 판단력, 부족한 경험과 막연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이런 행동들은 많은 경우에 적절한 관리와 관심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해와 자살 시도 여부는 조사관 조사, 결정 전 조사, 상담조사, 분류심사 등 사전 조사에서 확인하는 주요 항목 중 하나이고, 메모지 한편에도 해당 항목을 만들어 둔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가까스로 생명을 구한 소년 두 명의 심리기일 전날이었다. 한 명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한 명은 심한 우울증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설마 내일 출석은 하겠지. 잘못은 지적하고 혼도 내야 하는데. 혹시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건 아닐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고민하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도 두 아이 모두 부모님 손을 꼭 잡고 출석했다.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준비해 두었던 말을 해주었다.

소년법은 “심리는 친절하고 온화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아마 법률 수준에서 법정의 분위기를 정하고 있는 유일한 조항일 것이다.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조항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도 있겠지만, 소년법정에는 호되게 꾸짖고 엄벌에 처해야 할 아이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의 공분을 자아낸 사건의 소년조차 조사를 해보면 안타깝고 안쓰러운 개인사를 지니고 있다.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반성을 촉구하며, 보호자에게도 감호의지를 환기시키는 일은 소년법의 존재 자체로 당연히 부여된 소년부 판사의 의무이다. 여기에 더하여 ‘친절하고 온화하게’ 심리를 진행하라는 의미는 1호부터 10호까지 어떤 처분을 하건 가정과 학교, 친구와 주변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을 잘 다독이는 것도 잊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김현성 판사(대구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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