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년과 중년의 시절을 표현하는 와인으로 지난주에 선정한 Ch. Gruaud Larose 1990에 이어 나의 현재 모습인 60대와 앞으로 내가 지향하는 나를 나타내는 와인으로 무엇을 선정할까 깊은 고민을 하다가 Ch. Lynch Bages 1989를 선정하였다.내가 바라는 노년은 수수하고 겸손하고 지혜로우며 주위의 많은 이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사소하지만 조금이라도 주변에 도움이 되는 노인으로 늙어 가는 것이다.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교과서에 나온 ‘큰 바위 얼굴’의 100분의 1이라도 닮은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후회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나의 인생은 세상의 기준으로 결코 평범하지는 않았는데 그 과정은 99%의 고난과 1%의 희열의 반복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실수를 했고 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나름 지혜를 얻게 되었다. 이 소중한 배움과 지혜를 나를 위하여 쓰자니 시간이 너무 흘렀다. 그사이 나는 노년에 이르게 되어 내게는 그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주위 분들에게 나의 경험과 지혜로 도움을 주고 싶다. Ch. Lynch Bages 1989 보르도 5대 샤또, 몇몇 엄청난 부르고뉴, 혹은 캘리포니아의 희귀 컬트와인 같이 최고의 명성과 최고가를 자랑하며 누구나 최고로 인정하며 떠받드는 카리스마 넘치는 와인도 있다. 그 보다는 수수한 동네 아저씨(할아버지)같이 언제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항상 친절하고 부담없이 즐겁게 마실 수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힘든 인생을 헤쳐나가고 그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마치 하나님이 천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내려주는 양식(Panis Angelorum)과 같은 와인으로 Ch. Lynch Bages를 선정하였다.Ch. Lynch Bages는 프랑스 보르도의 뽀이약 지방의 5등급 와인으로 1855년 제정된 등급으로는 최하위의, 그야말로 ‘흙수저’라 할 수 있다. 샤또의 위치도 뽀이약의 최고인 라피뜨 로쉴드(Ch. Lafite Rothschild)와 무똥 로쉴드(Ch. Mouton Rothschild) 라뚜르(Ch. Latour)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최고 등급 샤또들 틈에 끼어서도 주눅 들지 않고 묵묵히 훌륭한 와인을 꾸준히 생산하여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다. 생산량도 아주 많아서 1년에 약 40만 병 정도가 생산되니 언제든 겸손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그 품질은 1등급에 견줄만큼 탁월하고, 일반적으로 높은 등급의 와인들에 비하여 빈티지에 따른 굴곡이 덜하다. 다시 말해 수수하며 항상 다가갈 수 있고 믿음이 가는 ‘조강지처’와 같은 와인이다. 성분도 카베르네소비뇽 품종이 70% 이상이라 장기숙성이 가능하고 그 깊고 복잡하며 부담 없이 끌어당기는 겸손한 매력이 있다. 특히 1989 빈티지는 1982, 1990와 2000 빈티지와 함께 이 샤또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명품와인이다.다른 샤또들에 비하여 스케일은 크지만 포근하고 수수한 분위기에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적이고 아담한 숙박시설(relais)과 미슐랭2스타 식당까지 겸비하고 있다. 언제든 부담없이 들려서 보르도의 아름다움과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인생의 의미를 음미해 보시기 바란다.이 와이너리에서 처음 와인이 생산 된 것은 18세기 중순이지만 좋은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한 때는 현재 주인인 Cazes가문이 1930년대에 인수하고 난 이후다. 지난 100년간 우리에게 ‘천사의 양식’을 제공해 준 이 샤또의 주인이자 경영자인 Cazes가문에게 감사한다. 2001년 쟈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현재의 주인인 Jean-Michel Cazes에게 프랑스 최고의 훈장(Legion of Honor)을 수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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